[기획취재] 한국지엠 사태, 퇴직(실직)자 사회적 지원 방안 1. 한국지엠 부평공장ㆍ사내하청ㆍ협력업체 실직자 실태와 지원 현황

한국지엠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한국 정부(산업은행)의 ‘경영 정상화 합의’로 위기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하지만 군산공장은 폐쇄됐고, 구조조정(희망퇴직)으로 노동자 수천명이 실직했다. 한국지엠은 여전히 생산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용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경영 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그로인한 대량 실직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실직자 지원정책을 제대로 마련해야하는 이유다. 먼저 한국지엠 사태로 인한 실직자 실태와 정부의 지원 현황을 살펴봤다. 다음 호부터는 2016년 하반기부터 심각한 고용 위기가 발생한 조선업의 실직자 지원 대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지엠, 정부재정 지원으로 위기 모면

GM과 산업은행은 지난 5월 18일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본계약서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가 5월 10일 지원방안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한국지엠 1대 주주인 GM과 2대 주주인 산은은 총71억 5000만 달러(약 7조 7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GM은 향후 10년간 시설투자 20억 달러, 구조조정 비용 8억 달러, 운영자금 8억 달러 등, 총36억 달러를 신규 투자한다. 한국지엠에 대출해준 28억 달러를 출자 전환하는 것을 포함하면 투자금액은 총64억 달러다.

산은은 올해 안에 시설투자용으로 7억 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 그 대신 GM은 올해부터 5년간 한국지엠 지분을 매각할 수 없고, 그 이후 5년간 지분 35% 이상으로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해야한다. 산은은 지난해 만료된 자산 20% 이상의 매각 등을 제한하는 비토권도 회복했다.

GM은 자금 투입 외에도 한국지엠의 안정적 영업구조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글로벌 수요가 있고 판매단가가 높은 신차 2종을 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신설해 국내 협력 부품업체의 글로벌 판매를 돕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2월 12일 GM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 통보 이후 본격화한 한국지엠 사태는 석 달 만에 일단락됐다.

GM은 지난 6월 12일 한국지엠에 빌려준 28억 달러(약 3조 209억원)를 출자금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한국지엠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편성한 8630억원 유상증자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운영자금은 희망퇴직 위로금과 성과급 미지급분 지급 등 긴급 경영 정상화 비용으로 투입된다.

신차 개발 등에 쓰일 시설자금 4045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산은의 유상증자도 진행됐다. 이는 산은이 올해 지원하기로 약속한 시설투자금액 7억 5000만 달러(8000억원)의 절반가량이다. 이처럼 한국지엠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많은 후유증과 과제를 남겼다.

한국지엠 전체 희망퇴직자 2900명 “심리적 충격, 정리해고와 거의 같아”

한국지엠이 경영 정상화 목적으로 실시한 구조조정(=희망퇴직)으로 정규직 2900명이 회사를 그만 뒀다(표 참고). 군산공장은 폐쇄됐고, 부평공장은 ‘대량고용변동’ 사업장이 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10% 이상 퇴사할 경우 ‘대량고용변동’ 사업장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게 돼있다. 그러면 고용노동부는 퇴직자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한다. 3월 31일자 희망퇴직을 실시하기 전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는 9764명이었다.

3월 31일자 대량 퇴직에 앞서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과 인천시, 한국지엠 노사는 고용변동대책단을 구성했고, 인천중소벤처기업청,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근로복지공단인천북부지사, ㈜인지어스 등과 함께 퇴직자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그 후 실업급여 신속 지급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고, 4월 9일부터 퇴직자 대상 심리 상담, 재취업 특강, 전직 지원 프로그램, 맞춤형 직업훈련 정보 등을 현재까지 제공하고 있다.

실업급여 현장설명회를 하면서 희망퇴직 신청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전체 응답자 1028명 중 913명(88.8%)이 20년 이상 근무했다고 답했다. 10~20년을 근무했다는 응답은 45명이었고, 5년 미만은 8명에 불과했다. 연령별로는 55~60세 813명(79.1%), 51~54세는 55명(5.4%)으로 50대가 80%를 넘었다. 종사한 업무를 보면, 조립(505명)ㆍ용접(52명)ㆍ판금(22명)ㆍ도장(54명) 등 생산직이 응답자의 60%를 넘었다.

퇴직 후 1년 이내 계획(중복 응답 가능)도 물었는데, 재취업(539명)이 절반을 넘었고, 실업급여 수급(493명), 직업훈련(167명), 창업(102명) 순으로 답했다.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 따르면, 7월 9일 현재까지 재취업 특강에 참여한 부평공장 퇴직자는 159명(연인원 기준)에 그쳤다. 아직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재취업 등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는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급여일수가 정해진다. 한국지엠 퇴직자는 대부분 급여일수 240일(8개월)을 적용 받는다.

특이한 건, 예약제로 운영하는 심리 상담에 7월 9일 현재까지 1명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희망퇴직 신청자 3명(군산 1명, 부평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퇴직자들의 상실감이나 불안감이 심리 상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말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희망퇴직과 해고는 다르다. 하지만 본인이 퇴직 후 할 일 등 계획을 세워놓고 원해서 하는 희망퇴직과 회사 사정이 안 좋아 갑자기 떠밀려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심리적 충격은 정리해고와 거의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장에서 조립라인만 타다가 이직하기는 쉽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사회관계가 좁아지니 우울감이 커진다. 가정불화도 생긴다”며 “현재는 심리 상담 신청자가 거의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상화 합의’ 사각지대, 사내 하청 비정규직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황호인(왼쪽)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이 아침 출근 시간에 해고자 복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지엠 사태 이후 부평공장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어떨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원청의 구조조정 영향을 가장 먼저 받기도 한다.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현재 부평공장 사내 하청업체는(1~3차) 21개인데, 약 1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약 1200명이었다. 이중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55명이다. 조합원 중 해고자가 11명, 자택대기자가 15명이다. 해고자 11명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해고된 64명의 일부다. 이들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데, 곧 종료되면 생계가 막막해진다. 자택대기자 15명은 지난 5월 13일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기자회견장에서 피켓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소속 업체로부터 자택대기 명령을 받았다.

부평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지난 10일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 동일노동을 했기에 한국지엠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군산공장과 창원공장도 마찬가지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창원공장 사내 하청 774명의 불법 파견을 7월 3일까지 시정(=직접 고용)할 것을 한국지엠에 명령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과태료(1인당 1000만원)를 무릅쓰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3~14일 부평공장 불법 파견(800~900명)에 대해서도 현장을 조사했다. 창원공장처럼 시정명령이 내려질 것이고, 한국지엠은 또 버틸 것으로 전망된다.

황호인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한국지엠 정상화 논의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빠졌고, 오히려 해고 위험이 높아졌다. 불법 파견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부평 2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떨어져 주야 2교대에서 야간 근무를 없애고 주간 근무로만 전환할 예정이다.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전환 배치에다 부평 2공장 1교대제 전환으로 전환배치 필요 인력이 발생해, 비정규직 해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사내 하청은 작년 11월부터 무급휴직(3개월 정도) 시행으로 노동자가 정부 지원 고용안정기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갑자기 해고하면 사회적 비난을 받기 때문인데, 실직자 지원정책으론 한계가 있다.

황호인 지회장은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다보니 해고를 당해도 정규직에 비해 충격은 덜하지만, 나이 들어서 해고되면 다른 곳에 취업하기 어렵다. 아이들 양육과 교육,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게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인천 협력업체 구조조정 거의 없었다?

이번 한국지엠 사태로 인천지역 협력업체들도 경영난을 겪었다. 사태 초기 구조조정(인력 감축)을 검토하는 업체가 늘었으나, 구조조정은 거의 없이 지나간 것으로 인천시는 파악하고 있다.

시가 추정한 인천지역 협력업체는 1차 벤더 51개사(노동자 2만 6000명), 2차 벤더 170개사(8000명)다. 시는 이 업체들에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1월 이후 한국지엠 또는 한국지엠 협력업체에 납품실적이 있거나 납품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자 차액 2%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자 차액 보전 융자액은 최대 7억원이다. 지난 6월 25일 현재, 29개사에서 총174억 2900만원을 신청했고, 이중 167억 300만원의 이자 차액 보전을 결정했다. 또한, 신용이 되지 않아 융자를 받을 수 없는 업체에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특례보증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까지 79개 업체에 총19억원 특례보증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는 특례보증 상담 업체 193개의 41%밖에 안 된다. 특례보증을 못 받는 업체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협력업체 실직자 발생 현황에 대해선, 시 일자리경제기획팀 관계자는 “파악하진 못했지만, 신속한 운전자금 지원으로 피해를 최소화했기에 극소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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