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한국지엠 사태, 퇴직(실직)자 사회적 지원 방안 3
경남 거제, 창원 조선업 실태와 실직자 지원 현황

선박 발주량 2015년부터 세계적으로 감소

조선업이란 해운, 해양자원 개발, 군수물자 조달 등을 위해 배를 조선소 등에서 제조ㆍ가공ㆍ조립하는 일로, 정확한 직종 분류는 제조업 중 ‘선박 건조ㆍ수리업’을 말한다. 선박에는 상선ㆍ함정ㆍ어선ㆍ특수작업선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주로 상선(화물ㆍ화객ㆍ여객선)을 생산하고 있다. 철강ㆍ정유ㆍ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자동차ㆍIT기기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 수출품 목록 최상단에 자리하고 있는 주력 산업 중 하나다.

2000년 1월 수주잔량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 2005~2007년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물동량이 증가하고, 선박 발주량이 크게 증가해 전 세계 조선소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급감하고 금융위기 이전 발주된 선박이 인도됨에 따라 선박 공급이 과잉됐다. 이로 인해 세계 조선시장이 침체됐고, 2014년 유가 급락으로 침체가 심화됐다. 2016년부턴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감소해 조선소들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가 집계한 연도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4년 4467만 CGT[=선박의 단순한 무게(GT)에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에서 2015년 3911만 CGT으로 12.4% 줄었고, 2016년엔 962만 CGT로 75.4%나 감소했다. 2017년 2322만 CGT로 늘었다가 2018년 5월 현재 1007만 CGT로 다시 줄었다.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우리나라 조선업 빅3로 불리는 대형 3사는 울산의 현대중공업(군산에도 조선소가 있음)과 거제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말한다. 중소 규모 조선사로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미포조선(울산)ㆍ현대삼호중공업(전남 영암), 대한조선(전남 해남), STX조선해양(창원 진해구),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부산), 성동조선해양(통영), SPP조선해양(사천, 고성) 등이 있다.

우리나라 선박 발주량도 세계적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6년 6월 30일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업황 부진으로 대량 실직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특별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되면 해당 업종의 사업주와 근로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특별연장 급여, 전직ㆍ재취업 등을 지원받는다.

조선업 불황에 거제지역 경제 휘청

거제는 조선업의 도시라 할 수 있다. 조선업이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63.7%나 됐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과 실직자 대량 발생으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거제시의 조선업 업체 수와 고용노동자 변화 추이를 보면, 2015년 12월 기준 업체 375개에 노동자 9만 2164명에서 2018년 5월 기준 업체 266개에 노동자 4만 9458명으로 줄었다.(그래프 참고) 이에 따라 거제시의 실업률은 2015년 1.6%에서 2017년 10월엔 6.6%로 급상승했다. 이때 전국평균 실업률은 3.2%였다. 이는 2018년 2월에 발표된 것인데, 오는 8월에 발표될 때는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구도 감소했다. 2016년 25만 7183명으로 정점을 찍고, 그 이듬해 25만 4073명으로 2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2018년 5월 기준 25만 1710명을 기록했다.

김선애 거제시 조선해양플랜트과 일자리창출담당(계장)은 “단기간 조선소에 와 일하는 사람들처럼 주민등록상 거제에 주소를 두지 않은 사람도 매우 많았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주민등록 통계엔 잡히지 않는데, 많을 땐 1만 5000명이나 됐으나, 올해 5월 말엔 7600여명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인구수가 줄다보니 조선소 쪽 상가와 다세대(원룸) 공실이 많이 생겼다. 아파트 거래량이 2015년 8996호에서 2006년 말 5785호로 35.7% 감소했고. 2017년 말에는 조금 늘어 6129호를 기록했다. 주요 지역 다세대(원룸) 공실은 2016년 6월 53세대(11.5%)에서 2018년 5월 153세대(33.5%)로 늘었다. 올해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이 2015년의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거제시 세수도 줄었다. 김선애 계장은 “세수입이 1950억원에서 작년 1500억원 정도로 약 450억원 줄었다. 2년 전보다 22.7% 감소했다. 지난해 150억원도 적자라, 아직 추가경정예산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희망센터서 실직자 등 지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일부 모습.

정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조선소 밀집지역에 조선업희망센터를 설치, 해당 사업주와 노동자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거제를 비롯해 창원, 울산, 목포가 해당한다. 올해 4월엔 고용위기지역으로도 지정, 조선업 실직자뿐 아니라 일반 미취업자들도 지원하고 있다.

거제시는 고용노동부 거제지청과 협력해 조선업희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실직자들의 심리상담, 전직ㆍ재취업, 창업, 귀농ㆍ귀어 등을 지원한다. 실직자 자녀들을 위한 무료공부방(3개)도 운영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커리어가 수행기관으로서 센터 공간 임차료와 사무실 운영비를 제외한 사업비를 가지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사업비 정산은 외부 회계 법인이 1년 단위로 한다.

김선애 계장은 “조선업희망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해야하는데, 지역에 인프라가 거의 없었다. 2016년에 국비 43억원이 내려왔는데 60%밖에 집행하지 못했다”고 한 뒤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관기관들과 연계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거제 조선업희망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6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센터 방문자 수는 2만 1671명이고, 이중 1만 65명(46.5%)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심리상담과 재취업 지원이 중심 서비스

거제 조선업희망센터 상담 창구 모습.

조선업희망센터 인력 규모는 해당 지역 업체 수와 노동자 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은 거의 비슷하다. 기초상담 창구에서 지원 대상자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자의 주요 요구를 파악해 심리 상담이나 전직(재취업) 지원팀에 안내한다. 심리 상담이나 전직(재취업) 지원은 민간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창원경영자총연합이 수행기관을 맡고 있는 창원 조선업희망센터의 경우 전직 상담 전문 업체 3개와 심리 상담 전문 업체 2개가 참여하고 있다.

전직 집단교육 내용은 노동시장과 직업세계 변화, 자기 이해를 위한 마음의 대화법, MBTI성격 유형 검사, 직무적성 탐색, 실업급여 이해와 구직방법, 이력서ㆍ자기소개서ㆍ경력기술서 작성, 귀농ㆍ귀어, 창업,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이해 등 다양하다. 면접 대비 이미지 메이킹, 생애 설계, 경매ㆍ공매 특강, 부동산재테크, 건강생활습관과 관리, 자살예방 등도 한다.

이곳 전직 상담사 전현진씨는 “전직 상담은 1회당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된다. 5~6회 진행한 후 집단교육(20명 이내) 40시간을 진행한다. 교육 이수 후 다시 개별상담을 해 취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희망센터 운영으로 실직 지원 인프라 구축

창원 조선업희망센터 심리상담실.

전현진 상담사는 또, “센터 운영 초기엔 홍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아가는 이동 상담을 진행했다. 처음에 매우 힘들었다. 폐업을 앞둔 업체를 찾아가 설명하려는데, 사업주 입장에선 내가 당장 문 닫을 판인데, 기업은 별로 지원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에게 지원서비스를 설명하고 상담하겠다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대상 업체인데 등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동상담을 계속하다보니 점차 입소문이 나 센터 방문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업체에서 구인할 때 먼저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고, 그 다음엔 공개 구인시장에 나온다. 매주 수요일마다 방문해 STX조선해양 협력업체 인사담당자들과도 상담하면서 구인 정보를 확보했다”며 “일자리 지원 기관은 현장과 밀착해야한다. 앉아서 오기만을 기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센터 방문자들이 처음엔 자신이 무엇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른다. 지원 대상자들이 서비스 시행을 인식하는 데 시간과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6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창원 조선업희망센터를 방문한 사람은 3596명이고, 이중 2052명이 재취업, 27명이 창업했다.

집안 가장의 실직은 가정 문제로 확대된다. 배우자는 보통 경력단절여성인데,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소비가 위축되다보니 하청업체, 유통업체, 자영업 등 지역경제 주체들이 모두 힘들다. 미취업자가 증가한다.

전현진 상담사는 “구축된 지원 시스템은 그 지역의 자산이 된다. 경력단절여성들은 오랜 시간 노동시장에서 배제돼있었다. 중장년층, 시니어 등 연령ㆍ계층별 지원 기관이 있었지만,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지원해왔다”며 “희망센터 운영으로 인프라가 구축되니 구인구직에서 맞춤형 매칭이 가능해졌다. 기관과 기업체 연계가 강화됐다는 게 성과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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