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평생학습도시를 찾아서(일본 야시오시편)
[기획연재]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학습도시 어떻게 만드나?

<편집자주> 부평구는 2005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이후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이러한 평생학습도시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평생학습과 평생학습도시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상태다. 또한 부평구의 평생학습이 지역의 특성을 찾고 주민들의 생애주기별 계획을 세워 거기에 맞게 평생학습 사업을 진행하기보단 일정 계층을 위한 강의 위주로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평생학습과 평생학습도시의 개념, 부평구의 현황과 성과 등을 짚어본 후 국내는 물론 국외의 타 지역 사례를 통해 부평구 평생학습도시가 나아가 방향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연 | 재 | 순 | 서

1. 평생학습도시란 무엇인가?
2. 평생학습도시 부평구의 현황과 성과
3. 평생학습도시를 찾아서(국내편)
4. 평생학습도시를 찾아서(일본 고베시편)
5. 평생학습도시를 찾아서(일본 야시오시편)
6. 부평구 평생학습 도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젊은 도시, 야시오시

일본 사이타마현의 동남부에 위치한 야시오시는 인구 약 8만명, 가구수 약 2만 7000세대의 중견도시다. 시의 전체 면적은 18.03㎢에 평탄한 지형으로 나카가와·아야세·벼랑·오바천이라는 4개의 1급 하천이 시를 감싸듯이 흐르고 있다.
1956년 하치조·시오카미·야하타라는 3개의 마을을 합병해 야시오촌이 탄생했고 8년 후인 1964년에 읍으로, 1972년 1월 시가 됐다.

2005년 가을 도쿄 아키하바라와 이바라기 쓰쿠바 학원도시를 묶는 철도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개통되면서 야시오시에 역이 생기고 아키하바라까지 직통으로 16분 만에 가게 돼 시민들의 통근·통학이 크게 개선됐다. 야시오시 시민들의 평균 연령은 39세이며, 고령화율 12%의 젊은 도시다. 때문에 지역 정주의식이 비교적 낮다.

야시오시는 사이타마현 최초로 1991년 7월 1일 생애학습도시를 선언하고 ‘생애학습에 의한 마을만들기’를 진행했다.

일본에서는 생애학습을 일본어 발음이 비슷한 생애낙습(生涯樂習)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용어는 학습의 즐거움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야시오시 전 시장인 후지나미 아키라씨가 최초로 사용했다.

1991년 생애학습도시 선언, ‘행정의 생애학습화’ 추진

▲ 야시오시 추루가소네에 위치한 야시오생애학습관의 전경.
《저희 야시오 시민은 평생에 걸쳐 즐겁게 배우면서 인간성이 풍부한 사람을 키우고, 행복한 가정을 쌓으며, 사는 보람이 있는 마을 ‘야시오’의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시 탄생 20주년을 맞이하여 ‘생애학습도시’를 선언합니다.》야시오시의 생애학습도시 선언문이다.

선언문은 ‘즐겁다’와 ‘가정’ 두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즐거움’은 학습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단순한 ‘즐거움이나 웃음’뿐 아니라 스스로 진행해서 행하는 자주성에 의한 과제 해결의 만족감이나 충실감을 말한다. 또한 선언문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로서 모든 교육이나 평생학습의 기초로 ‘가정’을 강조한다.

야시오시 생애학습의 특징은 생애학습을 ‘사람을 높이는 것’에서 ‘마을을 높이는 것’까지, 운동으로 발전시키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높이는 운동’은 시민이나 시민동아리에 의한 학습의 양적·질적 확대를 위한 것으로, 교육위원회 사회교육과가 중심이 돼 담당하고 있다.

‘마을을 높이는 운동’은 시민과 시민동아리들의 학습활동 에너지를 모아서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 것으로, 개인적 흥미·취미 분야뿐 아니라 행정 분야에 대해서도 생애학습의 장으로 취급해 넓게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과제를 시민과 함께 검토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이 운동은 ‘시민이 주역 추진 평생학습도시추진과’가 전청(全廳)적·전시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야시오시는 1992년 기획부 내에 5명의 직원을 둔 ‘생애학습도시추진실’을 설치했다. 그 후 1996년 4월 조직을 개편해 생애학습도시추진실을 기획부로부터 독립해 ‘시민주역추진실(부 상당)’을 설치했다. 실 안에는 평생학습도시추진과와 홍보과를 두고 있다.

시청만의 생애학습 추진에 어려움을 느낀 야시오시는 1995년 야시오시가 1억엔을 출자하고 NPO(비영리민간단체)와 지역의 기업들이 함께 재단법인 ‘야시오 생애학습 마을만들기’를 설립했다.

재단은 생애학습 강좌와 강사에 대한 홍보, 생애학습관(1995년 개관)·문화회관(1990년 개관) 운영 등 야시오시의 생애학습 강좌들이 잘 진행돼 시민들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재단은 비상근직인 이사장과 부이사장, 야시오시 파견 공무원, 재단 채용 직원 등 총 17명이 운영하고 있다.

야시오시는 ‘행정의 생애학습화’를 추진하고 있다. 행정의 생애학습화란 행정을 생애학습의 한 부분으로 재인식하자는 발상으로, 각 과와 시설에 생애학습추진 주임(애칭은 키맨)을 선정하고 전청으로 추진하고 있는 야시오시의 독자적인 운동이다. 이를 위해 ‘시민이 주역, 직원 참가의 추진’, ‘사무사업의 재검토’, ‘직장의 활성화’ 등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초 생애학습 마을만들기 출장배달강좌

▲ 야시오생애학습관 강의실에서 그림엽서만들기를 하고 있다.
‘생애학습 마을만들기 출장배달강좌’는 야시오시를 상징한다.

1994년 전국 최초로 출발한 출장배달강좌는 생애학습에 상인의 정신을 도입한 강좌이다. 이 배달강좌는 1993년 10월 야시오시의 생애학습도시추진실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중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출발하게 됐다.
야시오시는 시민에게 학습 장소를 제공해 야시오시의 정보를 전달하고 지역을 위해 시민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계기로 만들고자 배달강좌를 시작했다. 또한 이를 통해 행정과 시민들 사이에 신뢰를 쌓고 공무원이 강좌를 나감으로써 의식개혁이나 자질이 향상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5명 이상의 시민으로 구성된 그룹이 강좌를 신청하면 평일과 휴일을 막론하고 어떤 장소이건 2시간 이내의 배달강좌를 나간다. 현재 200여개의 배달강좌가 열리고 있으며, 강사료는 무료다. 애초 배달강좌는 시의 직원이 나가는 행정편만을 운영하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시민들의 요청에 의해 시민편, 민간기업편, 공공기관·공익기업편, 교직원편, 서클편, 행정편 등 여러 메뉴를 더했다.

2000년도부터는 청소년이 강사가 되는 청소년편이 더해져 현재 8개 부문으로 확충됐다. 배달강좌는 시민이 주최하는 행사에 강사를 파견하는 제도이며, 강의 장 준비나 행사의 홍보는 주최 측에서 행한다. 배달강좌 중 행정면의 교통안전·철도정비·간호보험, 시민편에서는 국화의 명인이 가르치는 국화만들기, 청소년편은 풍선아트 등이 인기가 있다.

배달강좌의 장점들이 널리 알려진 지금 일본 전국적으로 600여개의 시·정·촌에서 배달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1년에 4번 이상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 야시오 생애학습관 측의 설명이다.

배달강좌와 함께 야시오시는 학교개방강좌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989년 4월 시내에 있는 15개 초·중학교 중 1개교를 선정해 ‘평생학습 모델 개방교’를 위촉하며 시작된 학교개방강좌는 1개교 7강좌로 시작했다가 현재 시내 15개 모든 초·중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학습내용으로는 컴퓨터강좌가 가장 많고, 서도·경스포츠·요리법·영어회화 등이 인기가 많으며, 강사의 대부분은 개방학교의 교사로 이뤄졌다. 학교개방강좌는 빈 교실이나 수업시간 이후의 시간을 활용해 진행되고 있다.

전 야시오시청 기획부 이사이자 현 야시오 생애학습관 상임이사인 마쯔자와 토시유키씨는 “배달강좌가 시작되기 전 시민들이 시청 직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처음 배달강좌 시작 시에 직원들 대다수는 어려워했지만 직접 강좌를 나가면서 시민들과 함께하면 서로 배운다는 의식을 가지게 됐고 그로 인해 행정과 시민이 신뢰하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 야시오생애학습관 동아리실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회원들. 이 곳 한켠에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니도 마련돼 있다.
야시오시는 생애학습관을 중심으로 생애학습을 운영하고 있으며, 생애학습 강좌나 강사에 대한 홍보는 시청에서 만드는 소식지를 일간신문과 함께 배포하고 홈페이지(http://www33.ocn.ne.jp/~zaiyashio)를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다. 또한 많은 동아리들은 생애학습관을 무료로 이용해 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동아리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야시오시 추루가소네에 위치한 생애학습관은 ‘야시오생애학습도시만들기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1층에는 사무실과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재활용 전용 가게, 사진이나 그림 전시관이 있다. 2층에는 강의실과 세미나실, 지역의 한 기업이 지원한 아이들의 환경학습을 위한 고야(우리말로 여주라는 식물)를 키우는 장소가 있다.

그림엽서만들기 동아리 강사 사토미 마사코(63)씨는 “스승에게 배우면서 동아리 회원들을 10년 동안 가르치며 취미활동으로 하고 있다”며 “동아리활동으로 많은 세대의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도자기 동아리에서 10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가네코 노리에(60)씨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생애학습관 등에 편하게 모일 수 있고 이를 시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마쯔자와 재단 상임이사는 “2006년 생애학습을 하는 사람을 조사한 결과 23.6%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여론조사를 할 경우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지만 기회가 아직도 적은 것으로 나온다”며 “모든 시민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분위기의 도시, 그런 시민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도움말 · 공미옥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지방자치위원회 평생학습부장
   참고 · 일본 평생학습도시 프런티어(김득영 편)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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