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평생학습도시를 찾아서 (일본 고베시편)
[기획취재]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학습도시 어떻게 만들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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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980년대 평생학습도시(마을) 만들기 추진
일본의 평생학습도시(마을)는 우리나라와 달리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시·정·촌의회의 동의를 얻어 시·정·촌이 자율적으로 평생학습마을을 선언해 추진해오고 있다.
일본에 처음 평생교육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사람은 1965년 12월 일본 대표로 유네스코에 참가한 히타노 간지이다. 그는 유네스코 성인교육추진위원회에 참가해 평생교육을 접하고 이에 관한 책을 출판하는 등 평생교육 전파를 위해 노력했다. 이후 극히 일부 학자들이 10년 이상 연구를 지속한 끝에 일본에 평생교육의 개념이 자리를 잡았다.
일본의 평생교육 개념은 89년부터 마을 만들기와 결합되면서 일대 전환이 일어난다. 이런 과정에서 지방자치행정도 모든 주민이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스스로 평생학습도시(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원조하는 행정으로 전환한다.
일본의 평생학습도시 만들기는 ‘평생학습은 사람 만들기이고 마을 만들기’라는 구호 아래 관이 주도하면서 개개인의 자율적 참여와 책임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다수 도시의 평생학습을 담당하고 있는 평생학습센터는 지자체의 주도 아래 NPO(비영리민간단체), 기업, 대학 등 지역에서 함께할 수 있는 모든 곳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강사로 활동하고 자주동아리를 만드는 등 평생학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의 평생학습도시(마을) 모습은 ▲평생학습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는 마을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이 충실한 마을 ▲지역 산업과 경제 활성화 마을 ▲문화마을 ▲시민의 연대감이 높은 마을 ▲자치능력이 높은 시민 마을 ▲관·민 협동형 마을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현재는 대학과 지방, 기업, 그리고 NPO 등과의 협동에 의한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시민 스스로 강좌 만들고 동아리활동 하는 고베시
면적은 550.72㎢이며 인구 150만명의 도시로, 에도시대 말에는 고베항이 요코하마·니가타· 하코다테·나가사키항과 동시에 무역 항구로서 개설됐고, 그 이후 동양에서 가장 큰 항구로서 무역·조선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1938년에는 수해, 1945년에는 미군에 의한 공습, 그리고 1995년 1월 17일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그 때마다 훌륭하게 복구됐다.
항만 도시로 구두나 양과자의 제조가 활발한 반면에 일본의 전통 산업인 일본 술(청주·정종) 제조도 활발하다. 구두 제조업엔 한국계 주민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다.
고베시에 평생학습을 담당하는 부서인 생애학습과(일본에서는 평생학습을 생애학습이라 칭하고 있다)가 생긴 것은 1996년이다. 고베시도 전국적으로 평생학습심의회가 설치되는 시기에 맞춰 부서를 만든 것이다. 고베시의 생애학습과는 고베시의 생애학습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는 ‘과’로 문화재과, 스포츠체육과 등이 함께 있는 사회교육부 소속이다. 생애학습과는 또 지역교육계와 사회교육계라는 두 팀으로 나눠져 있으며, 담당 공무원은 모두 12명이다.
지역교육계는 지역단위의 생애학습, 즉 학교개방 생애학습(수업이 끝난 후 시민들이 스포츠나 문화교실 등의 생애학습 강의를 듣는 것)이나 공민관(지역사회문화센터) 생애학습 등의 업무를 맡고 있으며, 사회교육계는 생애학습의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생애학습에 대한 계획을 7년에 한 번씩 세워온 고베시는 앞으로는 5년마다 한 번씩 5개년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2년 후에 5개년 계획이 나오며, 현재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생애학습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고베시의 생애학습기관은 공민관·구민센터·학교·백화점 등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이면 대부분 포함돼있으며, 2000년에 설립된 생애학습지원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
오오타니 생애학습과 사회교육계장은 “고베시의 생애학습은 시민들이 자주적으로 강좌를 만들고, 센터는 이에 대한 운영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고베시에선 2007년 기준 445명의 생애학습 시민강사가 등록돼 있으며, 2503번의 강좌가 열려 5만 3521명의 시민들이 강좌를 들었다. 생애학습 강좌에 대한 홍보는 주로 생애학습지원센터가 맡고 있다. 센터에서 매번 개설되는 강좌의 홍보지를 만들어 각 생애학습기관에 배포·비치해놓고 있는 것이다. 아직 홈페이지는 만들지 못해 주로 홍보지 배포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고베시의 퇴직공무원, NPO 직원인 전직교사, 현직공무원, 현직교사 등 총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생애학습지원센터는 고베시의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다른 초등학교와 합병된 빈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초등학교는 모든 교실을 강의실과 동아리실로 사용할 수 있기에 센터의 역할을 훌륭히 할 수 있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센터에 등록된 시민강사들은 모두 스스로 원해서 활동하고 있으며, 센터는 시민들이 원하고 공적인 장소면 어디나 시민강사를 파견한다. 또한 강좌를 개설하고 싶은 시민은 센터에 신청하면 언제나 가능하다. 하지만 체험교실을 열어보고 강좌를 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평가가 좋아야 강의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또 강의를 들은 시민들은 누구나 동아리를 만들 수 있다. 이 동아리들은 각 생애학습기관마다 등록돼있으며, 동아리 수가 수백 개가 넘어 센터에서는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강의를 듣는 사람이나 동아리활동을 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여성이나 노인들인 것과 취미나 스포츠 위주의 교육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일본은 고령화 사회이기에 노인들을 위한 강좌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베노인대학의 단가(우리나라의 시조와 비슷)를 연구하는 동아리인 ‘단가부’는 9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40년이나 된 역사 깊은 동아리다. 이들은 고베시의 생애학습 자주동아리의 하나로 단가를 연구하고 비판하고 스스로 만들기도 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단가부’의 회원인 하마나까(여·91)씨는 “내 인생을 노래로 하니 재밌고 나이가 들어도 뇌 운동을 할 수 있어 건강하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 공무원인 이시타니 생애학습지원센터장은 “생애학습은 자기 스스로가 직접 선택해서 학습하는 것”이라며 “일본 사회가 노인인구가 많아져 학습을 원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 생애학습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생애학습은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서 민·관이 함께 서로 협력해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 공미옥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지방자치위원회 평생학습부장
참고 · 일본 평생학습도시 프런티어(김득영 편)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