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인천유권자행동 릴레이 기고] ⑪ 사회복지정책

▲ 김종산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인천지부장
OECD 가입 국가 중 10여년간 출산율 최하위와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노동시간은 가장 길지만 근속년수는 가장 짧은 나라. 우리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다.

사회복지 현장은 빈곤ㆍ노령ㆍ장애ㆍ실업ㆍ건강악화 등, 사회적 위험이 가장 첨예하게 표출되는 곳이다. 그 현장에는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작 자신의 인권은 포기하고 저임금ㆍ고용불안ㆍ과로 속에서 희생정신과 헌신으로 중무장한 사회복지노동자들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에너지가 소진되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돼 현장을 떠나고, 매해 쏟아져 나오는 신규 인력으로 대체된다. 사회복지의 전문성 향상과 양질의 사회복지서비스가 나오기 힘든 까닭이다.

예를 들어 전국의 노인일자리 전담인력(현재 인천 150명 포함, 전국 2534명)은 10년이 넘게 11개월, 최대 23개월 단위로 바뀐다. 퇴직금 발생과 정규직 전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복지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주당 48.84시간으로 월평균 35.36시간 이상을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 연장ㆍ휴일근로수당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노동자의 급여는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80% 수준으로 낮다. 이렇듯 노동시간은 길고 처우는 열악해 평균 경력은 4.3년으로 전체 노동자의 평균 경력인 6.8년보다 현저히 낮다. 이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면 무엇보다도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우선해야한다.

사회복지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

‘복지천국’이라는 핀란드ㆍ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처럼 가난한 나라였고, 처음부터 부유해서 사회복지가 잘된 나라가 아니다. 복지국가는 시민의 사회적 권리들(social rights)을 보장한 국가다. 시민의 사회적 권리의 목록은 사회복지서비스ㆍ 교육ㆍ의료ㆍ주거 등으로 구성된다.

이 권리 보장을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이 돈은 ‘불공평하게’ 세금으로 충당한다. 즉 소득세ㆍ법인세ㆍ상속세ㆍ증여세ㆍ토지초과이득세 등, 못가진 자들보다 가진 자들에게서 더 많이 나온다. 또한 이 돈에 기반 한 사회복지제도는 많이 가진 자들이 아니라, 덜 가진 자들의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처럼 복지국가는 세금을 ‘불공평하게’ 거둬 ‘불공평하게’ 쓴다. 이런 점에서 복지국가는 기여에 따른 분배라는 사보험 원리와 달리,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제도를 지향한다. 더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덜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런 제도를 가진 국가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권리들이 그냥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할 것이다. 즉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힘이 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각한 시민과 조직된 노동자들이 그 사회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자각한 시민은 ‘사회복지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상식을 만들고,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위해 끊임없이 현존하는 정책을 비판했고,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의 힘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제도화했다. 세금은 물론 범칙금조차도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시스템이 더 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렇듯 보편적 복지국가는 결국 시민들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복지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의 개선도 사회복지노동자 스스로 쟁취해야한다. 각자의 사회복지 현장에서 건강한 시민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차별은 줄이되 차이가 편안하게 드러나는 주민모임을 늘려가고,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빈곤ㆍ장애ㆍ노령 등 사회적 위험에 대한 책임이 개인과 가족에서 지역사회와 국가로 옮겨갈 수 있게 압박해야한다. 경쟁보다는 협동과 연대를, 기회의 평등보다는 조건의 평등에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제는 희생과 헌신을 강요받는 ‘날개 없는 천사’나 관료화된 복지서비스 전달자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핵심주체인 사회복지노동자로 탈바꿈해야한다. 복지 요구와 흐름은 더 이상 선택사항도 고비용 비효율의 문제도 아니다. 사람만이 자원인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출산율 증가, 노령화 문제 해결, 실질소득 증진, 성장 동력 제고 등,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됐다.

사회복지노동자가 행복해야 복지국가 가능

국민촛불이 만든 촛불대선에서 복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이며, 중요한 공약 중 하나다. 그리고 향후 사회복지 공약들을 일선에서 실현할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안정된 일자리와 처우개선은 사회복지 공약들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요양시설 등, 노인장기요양기관 5만 1236개소(2014년 기준)와 전국의 자원봉사센터 248개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빼고도 우리나라 사회복지노동자는 약 80만명이다. 이들은 전국에서 같은 노동을 하지만,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기반 해 전국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수준을 정하고,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체계를 구축해야한다. 헌법 34조에는 ‘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복지 증진의 의무를 가진다’라고 돼있고, 그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동하고 있는 사회복지노동자의 처우를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수준으로 개선해야한다.

특히 처우 개선 시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함으로써 사회복지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중ㆍ장기적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공약(公約)들은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상으로 제시되고 있는 복지국가를 향한 그 걸음에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반드시 동반해야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