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인천유권자행동 릴레이 기고] ⑥평화통일정책

인천의 주요 현안과 과제 해결을 위해 19대 대선 정책공약을 제안하는 의미로 분야별 전문가 등의 글을 네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 김국래(전 산동대학교 교수) 국제관계학 박사
한반도에 대해 ‘지정학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 대부분은, 우리나라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자주권을 침해당했을 때다. 이로 인해 사대주의 세력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을 우리나라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아졌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지금은 이렇게 고개 숙이고 살지만 안으로는 역량을 키워야한다’고 말하지만, 안으로 역량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늘 긴박한 현실 앞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사드(THAAD)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내외 논란은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드러난 사대주의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사대주의의 전형이었고, 탄핵당한 정부의 대표적 불통 행위다. 더욱 가관인 건 탄핵당한 대통령의 긴밀한 협조자였던 국무총리가 위기에 처한 국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과정을 거쳐 잘못 결정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함으로써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고, 손해는 많다.
혹자는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미국의 필요에 의해 배치하는 것이라면 미국이 주체가 돼 배치해야지 한국 정부가 이를 결정하고 발표하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북 미 모두 정전협정 부정…우리가 선택할 길은

게다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나 항공모함ㆍ항공기 등 군사무기를 한반도 역내로 진입시키는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 행위이다. 정전협정 2조 13항 ㄹ목엔 ‘한국 경외로부터 증원하는 작전비행기, 장갑차량, 무기ㆍ탄약을 들여오는 것을 정지한다’고 돼있다. 한국군과 미군은 수시로 정전협정을 위반하면서 북한을 향해 정전협정을 준수하라고 이율배반적 주문을 하고 있다.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정전협정 5조 부칙 62항에는 ‘본 정전협정의 각 조항은…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돼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2009.5.27.), “정전협정 백지화”(2013.3.5.), “정전협정 파기”(2013.3.10) 등의 언사로 정전협정의 무효를 선언했다.

쌍방이 모두 정전협정을 사실상 부정하는 현 상황은 1953년 7월에 체결된 정전협정이 현 시기에 맞지 않기 때문이며, 현 정전협정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로운 체제를 논의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현 정전협정이 완전히 무효화된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나의 길은 한반도가 전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의 길은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다시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할 것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화력으로 인해 전쟁의 승패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며, 우리 민족 전체가 회복할 기회가 없는 패자가 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해야할 길은 너무도 자명하다.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동적으로 모든 힘을 다해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는 길로 나가야할 것이다.

가장 튼튼한 안보는 전쟁 방지…평화협정 체결해야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대통령선거가 보름밖에 남지 않은 지금, 대한민국을 이 수렁으로 빠지게 만든 수구세력은 선거 형세가 자신들에게 불리하자 또다시 ‘안보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국정농단 세력의 부역자였던 수구 언론들은 그 수구 정치세력의 칼춤에 장단을 넣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진로를 놓고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의 대선에 ‘안보적 개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느닷없이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의 철수계획을 공론화해 한국 사회에 불안감을 가중하는 ‘사회적 개입’을 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계획에 대응해 ‘경제적 개입’을 한 지 오래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증명하면서 한반도가 안고 있는 불안정성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어느 국가에게나 안보는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다. 전면전을 겪고 아직도 정전협정 체제에 머물러 있는, 그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아직도 강대국들의 쟁탈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에게 안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가장 튼튼한 안보는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낡고 불안정한 정전협정 체제를 하루빨리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해야한다. 그것보다 더 강력한 안보정책은 없다.

무력을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의 결과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높여줬을 뿐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미ㆍ중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한반도 문제였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운명이 다른 민족과 국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전쟁 위험이 높아지고 주변국들 간에도 긴장이 조성된다. 한국 정부는 정세 주도권을 상실하고, 냉전의 대립구도가 형성된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호전됐을 때는 한국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남북 사이뿐만 아니라 주변국들 사이에도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제 구축을 위한 기구가 만들어지고 구체적 합의들이 이뤄졌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하나의 법칙이 됐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의 위력을 보여주는 법칙인 것이다. 이런 지정학적 우월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눈치를 보거나 기대는 것이 아닌, 자주 국가로서 주권을 행사해야한다.

예측 불가능한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과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국의 맞대결로 인해 불안정의 지수가 최고조에 달한 현 정세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 정부는 예측 가능한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으로 불안정의 지수를 낮추고 한반도의 평화협정 체제 구축을 추진할 수 있는 정부여야 한다. 지나간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를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보름의 시간이 우리 민족과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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