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 탐사 ⑤ - 청천천

<편집자 주> 가톨릭환경연대ㆍ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ㆍ인천녹색연합ㆍ<인천투데이> 등이 함께하는 ‘2015년 하천탐사단’은 올해 굴포천의 본류와 지류들을 열 차례에 걸쳐 탐사한다.

하천의 열린구간과 닫힌구간을 걸으며 하천과 함께 했던 주민의 삶 이야기를 듣고, 하천 복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청천천 오염 심각

▲ 부평구청 앞 굴포천과 청천천 합류지점.
청천천은 이름처럼 물이 맑았다. 철마산에서 흘러와 갈산동에서 굴포천과 합류하는, 굴포천과 함께 부평을 상징하는 하천이었다. 부평을 소개한 자료에 늘 등장하는데, 천마산과 장수산, 원적산의 동쪽으로 흐르며 부평(충적)평야를 곡창지대로 만들었다고 소개돼있다. 지금은 청천천 주변 어디에도 벼농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군데군데 지명이나 도로명에만 그 흔적이 남아있다.

청천천 발원지와 굴포천과 합류 지점, 경인고속도로 주변에서 군부대까지 한두 군데 미복개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모두 복개돼 지상은 주차장이나 도로, 지하는 하수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도심 하천처럼 청천천도 상류구간에 군부대나 축산(주로 양계)농장, 대규모 공단(=부평산업단지)이 들어서고 주변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물이 말랐다. 그로인해 하수구 역할을 하다 보니 악취로 민원의 대상이 됐다. 민원에 시달린 행정기관은 정화 노력 대신 주차장이나 도로로 덮어버렸다. 1995년 2월 <매일경제> 보도에 ‘청천천과 굴포천을 복개해 450여대의 주차장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있다. 복개 후 20년 정도 지난 청천천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굴포천과 합류 지점

굴포천에 유지용수를 공급하는 지점 부근에서 잉어가 노는 모습과 다양한 철새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속이 낮은 곳은 아직 오니가 있고, 그곳에서 메탄가스가 올라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천 변에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경유해 흘러나오는 세월천 물도 보였다. 안타까운 것은 굴포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설치된 오폐수 차집시설 주변에서 하수가 악취를 풍기고 있고, 그 하수가 곳곳에서 넘쳐흘러 굴포천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맹꽁이와 두꺼비가 서식하는 비오톱(Biotope: 인공적인 공간)도 볼 수 있었다. 점점 생태 하천으로 변하는 모습에서 생태를 원래대로 돌리려는 자연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청천천은 굴포천과 합류하는 지점에서 서부간선수로와도 만난다. 주변의 다리 이름인 서부1교, 서부2교, 서부3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하천 복개와 주변지역 개발 전(2004년 이전)에는 한강에서 서부간선수로를 타고 올라온 붕어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부간선수로는 삼산1동에서 단절됐다.

굴포천과 합류 지점~부평공단오거리

굴포천과 합류 지점에서 갈산역을 지나 부평공단오거리까지는 복개구간과 미복개구간이 공존한다. 사실 미복개구간은 굴포천과 합류 지점 근처에 조금 남아있다.

갈산역에서 부평공단오거리까지는 약 1km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옆으로 4차선 도로에 복개 주차장의 폭이 17~18m 쯤 된다. 청천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복개 주차장 군데군데에 지하에서 발생하는 가스 배출과 우수 수집을 위한 덮개가 있어, 하천의 존재를 알 수 있게 한다.

공단오거리~청수사거리~인양아파트 앞

▲ 청천천이 굴포천, 세월천과 합류하는 지점.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경유해 흘러나오는 세월천의 모습도 보인다.
부평공단오거리에서 인양아파트 앞까지 상류 구간 중 50m가량 미복개구간이 나타났다. 유량은 어느 정도 되지만 이곳도 많이 오염됐다. “작년까지 오리가족이 새끼를 키웠던 곳이었는데 심하게 오염돼 악취 나는 하천으로 변했다” 근처에서 수년간 식당을 하는 주인아저씨의 푸념이다. 계곡수로 보이는 물에 하수가 여과 없이 섞이고 있었다.

경인고속도로를 지나 상류로 가보고 싶지만, 군부대가 가로막아 출입할 수 없었다. 본류는 더 이상 탐사가 어려웠다. 청천농장 쪽 지류를 탐사하기로 하고 방향을 장수산 쪽으로 돌렸다.

구상천 상류와 마찬가지로 청천천 상류에도 불과 2~3년 전까지 물고기나 오리 등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었다. 지금은 죽은 하천으로 변하고 말았다. 최근 2~3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청천천 상류 구간에 ‘세월로’라는 도로명이 있다. 이 도로는 영화다방 앞을 지나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까지 가는 도로이다. 이곳도 복개돼 도로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세월천의 일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천천도 다른 도심 하천처럼 지하는 하수구로, 지상은 도로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지용수 확보와 군부대 이전 문제는 물론,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곳을 하천으로 복원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서일석(인천녹색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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