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 탐사 두 번째 - 구산천

<편집자 주> 가톨릭환경연대ㆍ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ㆍ인천녹색연합ㆍ<인천투데이> 등이 함께하는 ‘2015년 하천탐사단’은 올해 굴포천의 본류와 지류들을 열 차례에 걸쳐 탐사한다. 하천의 열린구간과 닫힌구간을 걸으며 하천과 함께 했던 주민의 삶 이야기를 듣고, 하천 복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부평 생활 40년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나는 ‘2015년 하천탐사단’이 진행하는 굴포천 지류(산곡ㆍ청천ㆍ구산천 등) 탐사에 참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사는 산곡동의 40년 전 모습을 찍은 사진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1차로 탐사한 산곡천은 1980년대 초부터 하천 주변에 대단위 공동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유입된 생활하수로 생태학적 생명력을 잃었다. 부평미군기지와 산곡 경남4차아파트 사이로 흐르는 미복개 구간 50m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복개돼 원래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에 비해 2차로 탐사할 구산천의 상류는 2013년까지도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생태하천으로, 하천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3월 27일 경인전철 송내역에서 출발해 중동 서울외곽순환도로 밑, 3201부대(구산천 발원지 부근), 17사단 정문, 구산동 자이아파트, 경인국도, 송내역, 부천도서관을 거쳐 삼산유수지까지, 구산천을 탐사했다.
 

▲ 3201부대~17사단 정문 구간.

▶3201부대~17사단 정문 = 거마산ㆍ금마산에 있는 구산천의 발원지를 찾아 송내역에서 3201부대 앞까지 이동한 탐사단은 이곳에서 인공으로 조성된 하천을 볼 수 있었다. 부대 내 출입이 허락되지 않아 발원지를 볼 수 없지만, 부대 정문 옆에 있는 하천에 소량의 물이 흐르고 있다. 부대 정문 앞에서 50m쯤 걷다 보니 아직 복개되지 않은 하천의 원래 모습이 군데군데 보인다. 하천엔 군부대에서 내려오는 하수가 흐르고 있다.

▶17사단 정문~구산동 자이아파트 = 17사단 정문에서 자이아파트까지는 복개돼 흔적을 찾기 어렵고, 주변으로 100m쯤 노출된 하천을 볼 수 있다. 이곳은 2013년 7월 무렵 독극물이 방류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하천이다. 지금은 물고기가 전혀 살수 없는 하수도 역할만 하고 있다.
 

▲ 부평구 일신동 자이아파트~경인국도 구간.

▶자이아파트~송내역 = 모두 복개돼 하천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다른 하천처럼 구산천 상류 발원지 주변도 군부대와 밀집한 소규모 공장과 창고 등이 난립해있다. 구산천 상류는 대부분 복개돼 흔적조차 찾기 어렵고, 복개되지 않고 하천 모습을 보인 곳은 이미 생물이 살수 없는 하수구로 역겨운 냄새가 나는 하수가 흐르고 있다,

▶송내역~부천도서관~굴포천 = 송내역, 구산천과 굴포천 합류 지역은 하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중동ㆍ상동의 택지개발과 서울외곽고속도로 건설로 송내역 북부의 구산천은 모두 매몰돼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부천 ‘시민의 강’의 교훈

부천 상동에 조성된 ‘시민의 강’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구산천을 대신하고 있다.

2003년 조성한 ‘시민의 강’은 상동 동쪽 중동대로와 서쪽 외곽순환도로 사이를 흐르는 총연장 5.5㎞, 너비 3~5m로, 생태학습장ㆍ물놀이체험장 등의 테마공간을 갖췄다. 삼산유수지 부근에서 굴포천과 합류한다. 유지용수로 하수처리장 방류수(수질 2급)를 이용하고 있다.

수심 20~30cm에서 노니는 피라미와 붕어를 볼 수 있다.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비록 인공이지만 부천 시민의 강은 도심을 흐르는 강이 주변지역을 얼마나 살기 좋은 여건으로 만들어주는지 보여준다.

부평도 미군기지가 떠나면 중동ㆍ상동 만큼의 대규모 단지는 아니지만 부영공원과 함께 큰 공간이 생긴다.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지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부평공원과 부평미군기지 주변의 굴포천 상류와 산곡천의 복개 구간도 하천으로 되살릴 수 있다. 부평미군기지 주변 개발방향을 설정하는 데 이를 꼭 포함하길 바란다.

/서일석 인천녹색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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