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억하고 백성을 살피다

인천투데이=현동민 기자│오늘로부터 229년 전인 1795년 3월 29일 조선 정조(1752~1800, 향년 47세) 임금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1735~1816, 향년 80세)와 함께 8일 동안 수원 화성 행차에 나섰다.

정조의 수원 화성 행차는 단순한 행차가 아니었다. 국왕이 직접 거리에 나서 백성을 만나 눈과 귀로 그들의 삶을 살펴보는 한편, 왕실과 국왕의 지위를 강화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참배 후 머물던 수원 화성행궁 (사진출처 한국관광공사)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참배 후 머물던 수원 화성행궁 (사진출처 한국관광공사)

정조는 행차 동안 자신을 호위한 군사들로 하여금 강력한 군사훈련을 지시하고 이로써 자신이 다스리는 조선을 누구도 침범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백성은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 국내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이는 백성이 정조를 향해 경외감을 느끼게 했고 국왕을 향한 무한한 존경심을 품게 했다. 그 행차의 절정이 바로 어미니 혜경궁의 회갑연(환갑 잔치)을 치르기 위한 8일간의 화성 행차였다.

혜경궁과 함께 나선 수원 행차는 특별했다. 조선시대 왕실 여성이 궁궐 밖으로 멀리 행차하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였다. 여기다 더해 궁궐 밖에서 회갑 축하 만찬의 주인공이 된 것도 혜경궁이 유일했다.

아울러 정조는 혜경궁과 함께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1735~1762, 향년 27세, 사후 장조 추존)가 잠든 현륭원을 참배했다. 원래 사도세자의 묘소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소재했다. 묘 이름은 수은묘였는데 정조가 화성으로 이장했다.

1776년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자신의 아버지 무덤의 격을 묘(墓)에서 원(園)으로 올려 영우원(永祐園)으로 부르게 했다. 1789년엔 정조가 영우원의 위치를 현재 화성으로 이전하고 현륭원(顯隆園)이라 명칭을 다시 바꿨다.

그렇게 정조는 아버지 묘소를 수원으로 옮긴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 혜경궁과 화성 행차를 한 것이다. 정조는 행차를 1년 전부터 준비하면서 수원으로 내려오는 길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 길이 오늘날 국도 1호선의 한 부분이다.

정조는 조선 대부분 임금들이 연중 1회 정도의 능행차를 추진했던 것과 달리 재위 24년 동안 능행차를 66회 단행했다. 이는 그의 아버지를 향한 효심을 드러내고, 왕권을 강화화며 백성들을 직접 보살피고자 한 애민 정신에서 비롯한 행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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