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한필운

인천투데이 | 

녹색정의당이 사라졌다.

신문지상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주변 지인들의 대화 주제에서도, 녹색정의당이 사라졌다. 지난 3월 20일 판세를 기준으로 했다는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녹색정의당의 의석수를 0석으로 전망했다.

한필운 변호사
한필운 변호사

총선이 보름 조금 더 남은 오늘 조금 과장되게 말해서, 아무도 녹색정의당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정책발표를 해도 기사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소선거구제에 기댄 양당의 독점구조가 심각하고 경쟁이 치열하고, 정권심판 이슈가 중심에 있는 선거라 하더라도, 원내 제3당이었던 녹색정의당이 이슈에서 사라진 것은 못내 아쉽다.

일부러 녹색정의당 뉴스를 찾아보았다. 우선 3월 21일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김찬휘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에 따르면, 비례 득표에서 지난 21대 총선과 비슷한 270만표를 얻어 6석을 유지하는 게 1차 목표라고 한다.

이번 22대 총선 출마 지역구 후보는 17명이다. 인천에서는 부평을선거구에 김응호 전 당 부대표가 유일하게 후보등록을 마치고 출마한다.

녹색정의당의 기호가 몇 번인지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확정되지 않은 것도 뉴스였다. 지역구는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의 추가 의원합류 가능성이 남아 있어 기호 확정이 안됐었다.

비례대표를 뽑은 정당투표용지 기호는 민주당 주도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의 의원 꿔주기가 마무리 되지 않다가 선거등록 마감일에야 마무리되며 녹색정의당의 지역구와 비례 기호가 모두 5번으로 확정됐다.

제3지대가 바람을 타고 반짝 이슈가 되었다가 잠잠해진 것을 제외하면, 정치뉴스는 온통 양당과 용산의 이야기뿐이다. 기후절벽과 저출산과 초고령화, 인구소멸과 지방소멸, 한반도 전쟁위협, AI 등장이후 산업변화 등 위기에 맞서 미래를 바꿀 정책이야기는 사라지고, 지겨운 혐오정치와 말싸움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낯 뜨겁다 못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위성정당은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4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양당이 위성정당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느낀 허탈함은 필자만 느낀 것일까. 더욱이 원내 진보정당인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그나마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원내 진보정당은 녹색정의당이 유일하다.

진보하지 않는 모든 것은 퇴보한다.

대학시절 가슴에 새겼던 격언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하는 것이 아니라, 퇴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회 내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목소리는 사회를 전환시키고 변화를 선도할 진보적인 목소리다.

진보적인 의제를 주창하고 공론화하는 목소리가 없다면 한국 사회는 변화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퇴행하기 쉽다. 주 4일 근무제를 고민하는 현대의 우리는, 주 5일제가 도입되면 경제가 망한다고 생각했던 그 시대 국민들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진보적인 의견을 내는 목소리를 듣고 지지하여 생각을 전환했던 경험이 있을 뿐이다. 21대 국회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줄기차게 냈던 정의당은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녹색정의당 출마 기자회견. (사진제공 녹색정의당)
녹색정의당 출마 기자회견. (사진제공 녹색정의당)

‘제7시민공화국’ ‘1만원 기후패스·무상교통’ ‘탈석탄 탈핵’이 논란이 됐으면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4월 10일 윤석열정권 심판의 날’이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공지된 지역 방문 일정이다. 녹색정의당이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공약’이다.

‘제7시민공화국’, ‘지역소멸대응’, ‘1만원 기후패스·무상교통’, ‘탈석탄 탈핵’,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라는 총선 공약을 가장 크게 걸었다.

녹색정의당은 복합 다중위기와 다중 재난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에서 절망에 빠진 시민들의 삶을 안전하게 ‘전환’하기 위해 생태사회, 돌봄사회, 평등사회, 지방분권사회, 평화사회로 전환과 시민공유민주주의로 정치체제를 전환해 1987년 체제(6공화국, 대통령직선제)를 끝내고 제7시민공화국으로 나아가자고 한다.

사회를 전환할 수 있는 정책들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으로 국민에게 지지를 받겠다는 녹색정의당의 다짐이 (정당은 정책으로 평가받는 것이 당연한 일 같은데도) 신선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녹색정의당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콘텐츠 중에 현재 당 대표를 맡고 있는 김준우 대표가 진행하는  ‘김준우의 공작실’이라는 꼭지가 있다. 최근 김준우 공동대표가 올린 영상의 제목은 ‘논란이 됐으면 좋겠다’이다.

필자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쓸지도 모르는 21대 국회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양당이 오히려 다음 국회를 양분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양당 정치구조의 폐해로 국회에서 진보적인 목소리와 정책토론이 사라지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진보정당이 선전하기를 바라며, 녹색정의당은 ‘논란’이 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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