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내 금융기구 설립논의①
지역 금융 생태계 변화의 필요성과 인천의 도전
인천 지역 내 금융기구 설립 논의 배경과 전망
선순환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지역금융구조 방안

인천투데이 | 김하운 시민기자 

<인천투데이>는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김하운 이사장과 함께 거시적 시각에서 인천경제를 조망하면서 인천경제의 추이와 현황을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고, 분석과 진단으로 구조적인 문제점과 과제를 발굴하고, 대응 방안의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공론화하고자 한다.

지난 편에서는 인천의 금융경제를 다루면서 그 첫째 순서로 인천의 지역금융구조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편에서

 

는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지방은행 등 지역내 금융기구 설립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I. 인천 지역금융기구 설립논의 배경과 지역금융기구 설립의 필요성

1. 지방은행에 대한 인천의 추억

<인천일보>의 편집국장이었던 고 김홍전 기자는 그의 저서 ‘경제 전문기자가 본 인천경제사(2006, 인천일보사)’에서 인천의 금융사를 “끝나지 않은 비극, 지역금융사”로 표현했다.

함께하는사람들 김하운 이사장.
함께하는사람들 김하운 이사장.

인천에 지방은행이 생긴 것은 1969년 11월이었다. 1967년 1월 박정희 대통령의 ‘지역사회 개발자금의 필요성과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관한 연두교서’가 발표되자 바로 1967년 3월 인천지방은행 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인천시는 경기도 인천시에 해당했다. 서울에 있던 경기도청이 1967년 수원으로 이전할 때도 인천은 경기도의 제2도읍지 역할을 하던 도시였다. 하지만 경기도청이 수원으로 이전하면서 인천에 있던 각급 기관도 수원으로 이전하게 된다.

인천은행 설립 역시 이 때문에 늦어졌다. 수원과 주도권 씨름과 지역 상공인들이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2년여가 지난 1969년 인천은행이 출범했다. 3년 뒤인 1972년 6월에는 영업지역을 경기도 지역 전체로 확대하여 상호를 경기은행으로 변경했다. 본사는 계속 인천에 있었다.

경기은행은 이후 업무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대구, 부산은행에 이어 3대 지방은행으로서 지역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금융권과 함께 성장하게 된다.

문제는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터졌다. 경기은행에서 거액을 대출한 기업이 부실화되면서 채권 회수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당시 김홍전 <인천일보> 기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부의 무원칙, 지역사회 기득권층의 오랜 전횡과 무능, 그리고 지역금융권의 전문성 부재”를 지적한 글을 인용하며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1998년 6월 금융감독위원회는 경기은행을 퇴출은행으로 결정했다. 증자를 통한 자구계획 추진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1998년 9월 인가가 취소되어 결국 한미은행에 흡수됐다. 2004년 11월에는 한미은행조차 씨티그룹에 흡수합병되면서 한국씨티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그 흔적인 남아 있는 경기은행의 옛 본사 건물이 인천도시철도1호선 인천예술회관역에 있는 한국씨티은행 건물이다.

경기은행이 퇴출된 뒤에도 한미은행에 이어 한국씨티은행이 인천광역시의 시 금고 은행을 맡았다. 과거 경기은행의 각 지점들이 이들 은행의 지점으로 간판을 바꾸어 걸었지만, 직원과 함께 업무도 이관되었기에 시민들은 아쉬운 대로 경기은행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 4월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손을 떼고, 2022년 1월에는 예금, 대출, 카드업무에 이르는 모든 개인금융을 중단했다.

2023년 7월에 이르러서는 관련 업무를 KB국민은행으로 옮기는 한편, 인천 소재 거의 대부분의 점포를 폐쇄하였다. 이제 인천의 지방은행, 경기은행에 대한 기억과 추억은 모두 사라졌다. 지역금융에 관한 한 인천은 무주공산이 됐다.

지난해 9월 발족한 ‘인천은행 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의 모습.(사진제공 인천벤처기업협회)
지난해 9월 발족한 ‘인천은행 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의 모습.(사진제공 인천벤처기업협회)

2. 인천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역은행 설립 논의

경기은행이 사라진 후 인천에서는 인천상공회의소 중심의 경제계, 소상공인 관련 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시민사회계, 각 정당의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후보, 일부 교수 또는 경기은행 출신 인사 등을 중심으로 지역은행 설립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요구 사유도 다양하다. 인구 300만명 대도시에 지방은행 하나 없는 것이 말이 되냐는 다분히 정서적인 이유부터, 지방은행이 없어 지역의 자금이 역외로 유출된다거나, 지역 내 기업의 성장지원이 저해된다는 등 경제적 이유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설립형태나 기능과 역할에 대하여도 은행법에 의한 지방은행부터 무자본특수법인 형태의 금융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백가쟁명식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지역은행의 설립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제기되어 온 논의를 바탕으로 지방은행, 지역은행 등 지역 내 금융기구의 설립과 관련하여 지역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그동안 다양하게 제시되어 온 이들 금융기구의 설립논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II. 용어의 정의

우선 현재까지 인천에서 제기되거나 요구되고 있는 지방은행이나 지역은행 등 금융기구를 종합하면, 무엇이 됐든 인천 내 지역금융기구는 지역의 기업이나 가계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제주체의 자금조달과 운용 면의 애로를 덜어주는 기구로 요약할 수 있다.

그 형태로는 지방은행부터 특수은행, 기금, 공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제기돼 왔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 같은 모두 형태와 표현을 합쳐 ‘지역 내 금융기구’로 통칭하기로 한다.

1. 지방은행

지역 내 금융기구를 은행으로 한정한다면, 우선은 은행법상 지방은행에 해당한다. 은행법상 은행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으로 구분한데, 시중은행은 국내 전 지역을 영업 구역으로 하므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융기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2. 특수은행

은행법상 자본금 규제나 자금조달, 운용방식에 대한 규제에서 벗어나 오롯이 지역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금융기구를 설립하여 운영하려면 그 영업행태를 별도로 규정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특별법에 근거한 은행을 특수은행이라고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미국이나 독일 등의 공공은행이나 지역은행을 모델로 하는 경우에도 결국은 특별법 제정에 의한 특수은행을 설립해야 한다.

3. 비은행 금융기관

좀 어려운 개념이지만 은행법상의 은행이나 특별법상의 은행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당좌계정을 설치하여 본원통화를 공급받고 대출 등 신용창조를 거쳐 발생한 예수금의 지급준비금을 한국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하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은 거래 은행에 지급준비자산을 예치하면 된다. 또한 은행 금융기관은 은행법 제2조에 따라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

그러나 비은행 금융기관은 반드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 자금으로 대출업무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법상 제약이 적으므로 지역 내 금융기구로 설립하기에 쉬울 수도 있다.

한편, 비은행 금융기관에는 예금취급기관으로서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농협과 수협 등 단위조합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신탁업 등 금융투자업자, 보험회사, 대부업자 등 기타금융기관이 있다.

이 중 실제 지역 내 금융기구로 영업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와 대부업자 정도에 불과하다.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전경 (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전경 (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III. 지역내 금융기구의 설립 필요성

1. 이론적 필요성

지방은행을 비롯한 지역 내 금융기구가 필요한 이유를 제시하는 이론에는 크게 공급선도이론과 금융심화이론이 있다.

금융선도이론은 지역 내 금융기구의 보편적 기능으로서 지역 내 가계 저축을 유도하여 이를 재원으로 기업에 투자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내 기업의 생산능력을 촉진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환거래 등 금융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 내 금융기구의 특수기능으로서는 역내 금융정보가 지역금융기구에 집적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추가 개발하는 게 가능할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적극적인 여신 창출이 가능해져 역내 금융공급이 확대되고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심화이론은 지역 내 금융기구의 설립 운용에 따라, 금융기구에 의한 부가가치 생산액이 전 산업의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지역 내 금융산업의 비중이 증가하거나 전국 대비 지역의 금융산업 비중인 금융산업 입지계수가 증가해, 저축-투자-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 내 여수신 중계금액의 지역내총생산에 대한 비율인 금융연관비율도 제고됨으로써 금융기구의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2. 현실적 필요성

지역 내 금융기구가 필요한 현실적인 이유는 첫째, 지역 내 자금이나 소득의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금융기구를 설립해 우선 지역 내 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지역에 재투자됨으로써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지역 내 대출금 이자가 지역 내 금융기구에 축적되어 배분됨으로써 이자소득의 외부 유출이 억제되며, 지역 내 금융기구 종사자 고용을 통한 고용효과뿐만 아니라 이들의 임금이 지역 내 머물게 돼 노동소득의 역외 유출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이 지역 내에서 신용창조를 통해 중소기업 등 기업금융지원을 원활하게 하여 지역 성장을 촉진하는 한편 지역 내 경제주체의 사정을 고려하여 학자금, 주택금융, 소상공인 지원자금, 서민금융 형태로 지원됨으로써 빈부격차 완화 등 지역의 사정을 반영한 정책적 지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시중은행의 경우 지역 내 경제주체에 대한 정보가 적어 주로 재무제표 등 정량지표 분석에 의존하게 되지만 지역 내 금융기구는 비재무적 정보의 축적이 많아 정성지표 분석에 의한 지역밀착형 관계금융 지원이 가능하게 되는 등 금융서비스의 기능이 확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지역 내 금융기구의 설립으로 타 지역과 비교 시 정서적으로도 지역의 자긍심을 제고하고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확산할 수 있으며, 인천e음카드 등 지역 내 기존 고유제도와 연계해 지역경제 선순환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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