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로 독립운동가를 재해석하다
‘높은 문화의 꿈’을 바라는 예술가

인천투데이=현동민│힙합(Hip-pop) 문화를 이야기할 때 랩·DJ·비보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는데 바로 그래피티(graffiti)이다.

그래피티는 거리에 그리는 그림들을 뜻한다.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거리예술(스트리트 아트, street art)의 한 분야로 힙합을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다.

레오다브의 그래피티 작품 (사진제공 레오다브)
레오다브의 그래피티 작품 (사진제공 레오다브)

현대 그래피티는 19960~1970년대 미국 뉴욕 브롱스 빈민가를 중심으로 번성했다. 1960~1970년대부터 당시 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국 갱(Gang, 범죄 조직단체)단원들은 자신들의 활동 영역 내 건물 외벽에 특유의 낙서를 남기는 관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 관습이 그래피티의 기원 중 하나가 됐다. 이로 인해 뉴욕은 현재까지도 그래피티 예술의 ‘성지’로 불린다.

뉴욕과 비교했을 때 예술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인천에서도 꾸준히 활동 중인 그래피티 작가가 있다. <인천투데이>는 지난 21일 인천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피티 예술가 ‘LEODAV(레오다브, 본명 최성욱)’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피티로 독립운동가를 알리다

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인천 출신 그래피티 예술가 레오다브

레오다브는 인천신흥초등학교, 인천용현중학교, 인천대건고등학교를 나와 인천에 뿌리를 내린 그래피티 예술가다. 그는 지드래곤과 태양, AOA, 드렁큰타이거 등 국내 유명 가수들과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2014년 한류힙합문화대상 우수상 ▲2018년 한류힙합문화대상 그래피티 대상 ▲2019년 제1회 태극기문양 디자인 국내 공모대전 대상 ▲2021년 한류힙합문화대상 그래피티 대상을 수상했다.

그가 이렇게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그래피티 예술가들에서 찾을 수 없는 본인만의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레오다브가 보여주는 그래피티 예술의 특징은 바로 ‘독립운동가와 그래피티의 만남’이다.

그래피티로 재해석한 우리 독립운동가들

인천 부평삼거리 외벽의 백범 김구 그래피티 (사진제공 레오다브)
인천 부평삼거리 외벽의 백범 김구 그래피티 (사진제공 레오다브)

레오다브는 백범 김구 선생, 도마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등을 포함해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그래피티 예술로 재해석해 그림을 그렸다.

‘문화의 힘’이라는 문구 아래 헤드셋을 쓰고 활짝 웃고 있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산타 복장을 한 김구 선생, 한 손엔 태극기를 든 채 이어폰을 끼고 있는 유관순 열사의 모습까지 모두 레오다브가 그래피티로 재해석한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다.

특히, 그는 지난 2019년 정부가 주관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그린 김구 선생 그래피티 페인팅은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런 레오다브도 처음부터 독립운동가를 자기 예술의 중심 주제로 설정하고 활동한 예술가는 아니었다. 그가 현재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활동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었다.

그는 “2015년 경 국정교과서 논란을 포함해 백범 김구를 포함한 독립운동가들을 왜곡하고 그들의 업적을 비하하는 움직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레오다브는 “내 아이가 자라서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받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며 “이를 바로 잡고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거리로 나와 독립운동가들을 주제로 활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술 불모지’라는 인천에 내리는 뿌리

레오다브가 취재진에게 즉석으로 보여준 백범 김구 그래피티
레오다브가 취재진에게 즉석으로 보여준 백범 김구 그래피티

아직까지 힙합 문화는 한국에서 주류문화에 속한다기 보단, 소수가 즐기는 하위문화(주류문화에 반대, 특정집단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그래피티는 비교적 대중성 있는 힙합 문화인 랩과 비교했을 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문화다. 이에 더해, 인천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문화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한 여건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레오다브는 “인천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그래피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서울은 홍대거리나 압구정나들목, 문래동 창작촌 일대, 이태원동 등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반면, 인천엔 없다”며 문화 예술 활동을 하기에 매우 열악한 인천의 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환경으로 인천의 예술가들이 지역을 떠나는 점도 꼬집었다. 레오다브는 “예술 활동을 할 만한 공간이 없다 보니, 인천 출신 예술가들이 인천을 떠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점들이 바로 인천이 계속 ‘문화 예술의 불모지’로 남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레오다브는 “인천에 만약 문화 예술 활동 등을 즐길 수 있는 거점이 생긴다면, 인천 출신 예술가들이 서울로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인천 출신 예술가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러면 인천도 그래피티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도시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높은 문화의 힘을 꿈꾸며

​레오다브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그래피티 ​
​레오다브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그래피티 ​

레오다브는 “21년 뒤인 2045년 광복 100주년이 온다. 그때가 되면 광복 100주년을 맞이해 예술하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독립운동가들을 주제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에선 위인들의 얼굴을 옷과 같은 패션(Fashion) 요소에  풀어내기도 하고, 다양한 상품에도 그들을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독립운동가들를 조금 더 친근한 모습으로 풀어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고싶다. 그래피티 예술로 해외를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독립운동가의 업적을 알리는 것이 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