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인천항 중고차 수출 전년 대비 0.7% 감소
러시아 수출 중고차 중앙아시아 우회 유입 추정
정부, 러시아 규제·단속 강화 방침 효과 미지수
중고차 수출 주요시장 중동항로 위협 업계 근심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해 4월부터 정부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 승용차 수출을 규제했으나 인천항 중고차 수출 물동량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중앙아시아 국가를 우회해 러시아에 다량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러시아 무역제재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는 ‘홍해 리스크’로 인해 최대 중고차 수출시장인 중동의 항로가 막히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인천항에서 중고차를 선적하는 모습.(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인천항에서 중고차를 선적하는 모습.(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2024년 1월 인천 수출입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인천항 중고차 수출액은 1억5282만달러로 전년 동기 1억5389만달러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항 자동차 수출 국가 동향을 보면, 대부분 중고차를 수출하는 키르기스스탄 수출액이 약 2700만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800만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해 44.9% 크게 늘었다. 반면 지난달 러시아로 수출된 자동차 금액은 약 2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약 3300만달러 대비 32% 줄었다.

업계에선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통관을 거친 중고차들이 대부분 트럭에 실려 러시아에 유입됐고, 일부는 철로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종 목적지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보인다.

정부, 러시아 규제·단속 강화 방침 효과 미지수

관세청 발표를 보면,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에는 중고차가 각각 5만905대와 1만3347대가 수출됐다. 두 국가 모두 2021년만 해도 수출 물량이 4000여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국제사회 제재가 시작되자 물량이 늘었다.

러시아 주변국을 통한 우회 수출이 의심되자 정부는 수출 통제와 함께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에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대상으로 금액 ‘5만달러 초과’ 승용차 수출을 통제했는데, 오는 24일부터는 배기량 ‘2000cc 초과’ 승용차로 규제를 확대한다.

이 경우 러시아에서 인기가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현대 투싼·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스포티지 등이 수출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출업체가 자동차의 최종 목적지가 러시아인 것을 알고도 수출하면 처벌 대상이다.

후티반군 사태 수에즈운하 위협 인천항 중고차 수출 차질 우려

하지만, 인천항 중고차 수출업계는 러시아 제재로 인한 중앙아시아 수출 활로가 막히는 것 보다 후티 반군 사태로 인한 홍해리스크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천항 중고차 주요 수출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리비아·튀르키예·이집트·요르단으로 중고차를 운송하기 위해선 수에즈운하가 있는 홍해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홍해를 거치면 20~30일 이내에 도착할 수 있으나,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면 40일이 넘게 소요된다. 물류운임이 대폭 증가해 수출상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인천항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중앙아시아로 수출된 중고차가 얼마나 어떻게 러시아로 흘러갔는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다소 수출량이 줄어도 타격은 적다”며 “홍해리스크로 인한 중고차 수출실적 영향이 곧 통계로 들어날 것이다. 중고차 수출의 핵심인 중동국가와 항로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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