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부평대로가 다시 열린다. 9월 22일~24일까지 진행하는 부평풍물대축제 때문이다. 올해로 벌써 27회를 맞이하는 부평풍물대축제는 인천 부평을 넘어 대한민국 풍물 전체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은 왕복 8차선인 부평대로를 활짝 열고 거리축제로 진행된다는 점일 것이다.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부평대로는 명실상부한 부평풍물대축제의 무대로 함께 했다. 차가 아닌 사람이, 매연이 아닌 축제의 열기가 도로를 점령한다는 것은, 그 일탈성만으로도 너무나 매력이지 않은가.

물론 축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2019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축제가 하루 전날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거리를 열지 못한 채 축제가 축소돼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다시 열린 부평대로에서 부평풍물대축제는 여전히 건재함을 보였다. 그리고 올해 2023년, 노마스크로 열리는 축제는 부평대로를 다시 들썩이게 만들 예정이다.

그런데 왜 풍물일까.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 풍물은 주로 농부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놀이 문화다. 현재 부평역이 있는 곳이 과거 부평평야로 불리던 곳임을 기억한다면 이곳이 풍물의 무대가 된 이유는 충분히 짐작될 수 있다. 하지만 부평평야에는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너른 평야를 가졌지만, 해발고도가 낮아 큰물에는 번번이 범람했던 땅. 부평(富平)은 더욱 풍성해지길 바라는 민중들의 염원이 담긴 이름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러니 이곳 풍물의 전통에는, 깊은 애환에서 시작돼 신명을 이룬 민중들의 열정이 담겨 있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풍물이 민중적이라는 것은 그 악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값비싼 악기가 아니라 민중들도 충분히 만들고 소유할 수 있는 북, 장구, 꽹과리, 징 같은 타악기나 나발이나 태평소 같은 관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소리를 낸다. 하지만 풍물의 진정한 매력은 연주와 흥이 함께 할 때 나타난다.

풍물패가 지나는 자리라면 어디든 무대가 되고, 그 무대 위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나뉘지 않는다. 관객조차 흥성거리며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풍물의 진짜 매력일 것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풍물만큼 거리축제로 안성맞춤인 게 없겠다 싶기도 하다.

시민들이 부평풍물대축제를 즐기고 있다.(사진제공 부평구)
시민들이 부평풍물대축제를 즐기고 있다.(사진제공 부평구)

그러나 부평민들이 풍물에 담은 애환은 비단 땅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평범한 농촌이었던 부평이 도시가 된 계기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37년 중일전쟁을 위한 병참기지 중 하나로 선택된 곳이 바로 부평이었기 때문이다. 부평 조병창이 바로 그것이다.

그뿐이랴. 해방 후에는 바로 그 장소에 미군의 캠프마켓이 조성됐다. 이처럼 부평의 근현대사는 그대로 우리 땅에 가해진 수탈과 점거의 역사를 축약한 것이기도 했다. 부평의 풍물에 담긴 이 역사적 상흔들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부평의 축제는 ‘흥(興)’이면서 ‘비(悲)’이고, ‘애(哀)’이면서 ‘락(樂)’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축제가 부평민들의 삶으로부터 길어 올린 민중축제의 본질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것은 이렇게 축제의 명성이 날로 커지는데 비해 축제에 대한 시의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풍문이다.

부평풍물대축제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부평에서 시작되어 인천과 전국을 아우르는 한바탕의 대동마당이 되기 위해, 인천시와 시민들의 관심이 더 뜨거워질 필요가 있다. 그 가장 좋은 출발은 우리 모두가 축제의 일원이 되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9월 22일, 부평풍물대축제에서 한바탕 놀자, 제대로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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