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중국 전략이 변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CIA국장이 중국을 방문한 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8∼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친강 외교부장은 물론 시진핑 국가주석을 잇따라 만나며 얼어붙은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현안을 논의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 중국 전략 기조가 실리 추구를 위해 공급망 등 ‘디커플링(분리)’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이은 시진핑 주석 면담은 중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점치게 한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결과에 대해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양측은 양자관계의 주요 우선순위와 다양한 글로벌 및 역내 이슈에 대한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런 뒤 "블링컨 장관은 오판 위험을 줄이고자 모든 범위에 걸친 열린 소통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지만 관계가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책임감 있게 관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 ‘현재 미중 관계가 올바른 길에 있다’고 본다면서 이번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미관계에 일부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장관의 방문 당시 중국 친강 외교부장은 미국 방문에 합의했다. 미중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만큼, 미중 정상회담이 올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성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처럼 중미관계가 상호 심각한 대결 정책에서 자국의 실리추구를 위한 위기관리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공급망을 압박하고 봉쇄하기 위한 디커플링 전략이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냉정을 찾고 한중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
한중관계는 박근혜 정부 때도 실리를 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시진핑 주석은 당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이 쓴 '등관작루(登觀雀樓, 관작루에 올라)'는 서예 작품을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등관작루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白日依山盡(백일의산진) 눈 부신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지려하고 / 黃河入海流(황하입해유) 황하는 바다를 향해 흘러 가누나 / 欲窮千裏目(욕궁천리목) 천리 저 멀리까지 더 바라보고 싶어 / 更上臺層樓(경상대청루) 다시 한 층 누각을 오르노라. 한국과 중국이 미래를 보고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그 뒤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절 때 박근혜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중국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봤다. 대한민국 정상이 천안문 성루에 오른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중관계는 냉랭하다. 대 중국 압박을 위한 한미일 공조와 군사훈련,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한국·미국·일본·타이완) 구성으로 중국에 반도체 공급을 압박했다. 이 와중에 주한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은 한국인의 감정선을 건드리며 상황은 악화했다.
한국 정부가 싱하이밍 중국대사를 초치했으나,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한중관계는 더 악화됐다. 그나마 중국이 관망자세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자제하면서 잠잠해지고 있다.
한중관계는 중미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중국과 미국이 관계개선을 도모하기 위하 접촉을 시작했다. 이제는 한국도 중국과 관계개선을 위한 자세를 취하고,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을 추진해야한다.
이런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이 6월 26~30일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톈진시를 방문한다. 이 기간 톈진에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제14회 뉴챔피언 연례총회(하계 다보스포럼)'가 27~29일 열린다.
그래서 이번 유정복 시장의 중국 톈진시 방문이 중요하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에 수교했다. 올해 수교 31주년을 맞이한다.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기 전부터 왕래 했던 지역이 바로 인천이다.
수교 전 1991년 인천~톈진(1991년 12월 개설) 항로가 개설됐다. 그리고 인천과 톈진은 올해 자매도시 결연 30주년을 맞이한다. 유정복 시장의 도시외교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톈진시 방문에서 천민얼 톈진시 당서기와 면담이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천민얼 톈진시 당서기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인사다. 유 시장이 천민얼 당서기를 만나 톈진과 인천 간 교류협력 확대를 넘어,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특사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