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의 책으로 세상 읽기 6. ‘예언자’

‘예언자’ 칼릴 지브란 저 | 류시화 역 | 무소의 뿔

‘예언자’의 '우정에 대하여' 장에서 지브란이 말했다. "친구란 그대의 필요를 채워주는 자이다."라고. 내가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자가 친구라는 지브란의 말을 거꾸로 생각해 보자. 나는 내 친구에게 그가 필요한 것을 단 하나라도 채워준 적이 있나? 매우 놀랍게도, 불교의 '자비'란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친구'라는 말에서 왔다.

‘현대판 성서’, ‘20세기의 성서’로도 불리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다. 영어판으로만 900만부 이상이 팔렸고, 세계 5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지브라니즘‘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세계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예언자’는 ​레바논의 작가 칼릴 지브란이 1923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지브란이 스무 살 이전부터 구상하기 시작해 마흔 살에 완성한 평생의 역작이다. 이 책의 주인공 무스타파는 오르팰리스섬에서 12년간 유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배를 탄다. 그가 돌아가는 것을 슬퍼한 오르팰리스 섬 주민들은 그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언을 구한다.

사랑, 결혼, 자녀, 일, 주는 것, 먹고 마시는 것, 기쁨과 슬픔, 집과 옷, 사고파는 것, 죄와 벌, 법, 자유, 이성과 감정, 고통, 자기를 아는 것, 가르침, 우정, 대화, 시간, 선과 악, 기도, 쾌락, 아름다움, 종교, 죽음. 작별 등 인생의 근본적 질문 스물여섯 가지에 대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책의 26장 모두 우리 삶의 다양하고 중요한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삶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통찰과 따뜻함을 주는 ‘예언자’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인이자 철학자이자 화가였던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에서 태어났지만 열두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했다. 15세가 되던 해, 다시 레바논으로 돌아와 대학을 마치고, 1902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칼릴 지브란은 독창적인 화풍의 화가로도 인정받았는데, 로댕은 지브란을 시인이며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에 비견하기도 했다.

‘예언자’ 칼릴 지브란 저 | 류시화 역 | 무소의 뿔
‘예언자’ 칼릴 지브란 저 | 류시화 역 | 무소의 뿔

‘예언자’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구절은 지금도 결혼식장에서 자주 낭송되는 결혼에 관한 다음과 같은 잠언이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하리라. /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버릴 때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 그렇다, 신의 말이 없는 기억 속에서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 그보다도 그대들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따로 이듯이. /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으니.” ‘결혼에 대하여’ 중에서

사랑의 신뢰와 사랑의 아픔과 사람의 희생에 관한 다음 구절도 유명하다.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 안거든 그에게 온몸을 내맡기라. / 비록 그 날개 속에 숨은 칼이 그대를 상처 입힐지라도. /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면 그 말을 신뢰하라. / 비록 북풍이 정원을 폐허로 만들 듯 그 음성이 그대의 꿈을 뒤흔들지라도.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관을 씌워 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에 대하여’ 중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구절도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큰 생명의 아들과 딸들이니, / 아이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 또 그대와 함께 있을지라도 그대의 소유가 아니다. / 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 그대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 아이들의 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 그대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조차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아이들에 대하여’ 중에서

기쁨과 슬픔에 관한 다음과 같은 구절은 마치 ‘노자’에 나오는 말 같다. 한자 성어 ’새옹지마‘를 풀어서 쓴 말 같기도 하다.

​“기쁠 때, 그대 가슴 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 그대에게 슬픔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에게 기쁨을 주고 있음을. / 슬플 때도 가슴속을 다시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 그대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그대가 지금 울고 있음을.”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중에서

’고통‘에 관한 다음과 같은 지브란의 성찰은 또 어떤가?

“그대의 고통이란 그대의 깨달음을 가두고 있는 껍데기가 깨어지는 것이다. / 과일의 씨도 햇빛을 보려면 굳은 껍데기를 깨야 하듯이, 그대 역시 고통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대 만일 날마다 일어나는 삶의 기적들을 가슴속에 경이로움으로 간직할 수 있다면, / 그렇다면 고통도 기쁨처럼 경이롭게 바라볼 것을. / 그러면 들판 위로 지나가는 계절에 언제나 순응해 왔듯이 그대 가슴속을 지나가는 계절도 기쁘게 받아들이리라. / 그리하여 그대 슬픔의 겨울들 사이로 고요히 응시할 수 있으리라.” ‘고통에 대하여’ 중에서

그 밖에도 ‘예언자’에 나오는 주옥같은 잠언은 한두 개가 아니다

“사랑하되 굴레를 씌우지 말라. 사랑은 사랑으로 충분하므로 사랑은 소유하지 않으며 소유 당하지 않는다.”

“‘신이 내 마음속에 계시다.'라고 말하지 말고, '내가 신의 마음속에 있다.’라고 말하라.”

“열망이 없는 인생은 어둠이고, 지식이 없는 열망은 맹목이며, 일하지 않는 지식은 헛된 것이고, 사랑이 없는 일은 무의미하다.”

“‘나는 진리를 발견했다.’라고 말하지 말라. 그보다는 ‘나는 한 가지 진리를 발견했다.’라고 말하라.”

“그대 안에서 가장 약하고 가장 흔들리는 듯 보이는 것이 가장 강하고 확실한 것이다. 그대의 뼈대를 일으켜 세우고 강하게 만드는 것은 그대의 숨이 아닌가?”

“낙관주의자는 장미에서 꽃을 보고, 비관주의자는 장미에서 가시를 본다.”

​"당신이 현재 가진 모든 것은 언젠가 모두 남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주라."

너나 나나 성찰이 필요한 시절이다. 우리 모두 ‘예언자’를 다시 읽고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책 ‘예언자’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5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예언자’ 중 8편의 시를 발췌해 각각 다른 작가들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8개를 같이 엮었다.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함께 볼만한 애니메이션이다.

신현수 시인은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서울문화재단 이사, 비영리민간단체 라오스방갈로초등학교를 돕는모임(방갈모) 상임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직무대행),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집행위원 등으로 일했다. 
신현수 시인은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서울문화재단 이사, 비영리민간단체 라오스방갈로초등학교를 돕는모임(방갈모) 상임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직무대행),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집행위원 등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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