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지지부진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6·8공구 개발사업을 유정복 인천시장이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민선 6기 때 유정복 시장이 6·8공구 개발에 물꼬를 트고 협상을 시작했던 만큼 이젠 마무리할 때다.

지난 24일 열린 제285회 인천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순학(민주, 서구5) 인천시의원이 유정복 시장에게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을 민간사업자와 협의한대로 즉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유정복 인천시장은 추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6·8공구 개발 사업은 시가 민간에 맡겨 오는 2030년까지 송도 6·8공구 땅 128만㎡(약 39만평)에 랜드마크, 호텔, 전망대, 업무, 주거 시설 등을 건립하는 게 골자다.

당초 이사업은 2007년 민선 4기 때 인천시가 추진했던 사업이다. 당시 시는 송도랜드마크시티개발 유한회사(SLC)와 송도 6·8공구 개발을 위한 협약을 했다. SLC가 사업권을 독점해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2008~2009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금융위기는 세계금융위기로 이어졌고, 이는 경기불황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151층 랜드마크 타워 건설을 골자로 한 송도 6·8공구 개발 역시 답보에 빠졌다.

협약 상 SLC에 개발 독점권이 있으니 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인천시가 염두에 둔 개발이익 환수 역시 개발이 안 되니 먼 나라 얘기였다. 그렇게 사업은 10년 넘게 장기간 방치됐다.

그러나 민선 6기 유정복 시장 때 송도 6·8공구 개발을 위한 출구전략이 마련됐다. SLC의 기 투자비용을 등을 감안해 송도 6·8공구 토지 중 약 10만평에 대해서만 SLC의 개발권을 인정해 주고, 기존 협약을 파기한 뒤 나머지는 다시 인천시가 되찾았다.

그 뒤 2017년 5월 인천경제청은 송도 6·8공구 개발을 위해 블루코어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협상에서 입장차이로 인천경제청이 블루코어컨소시엄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하며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소송 끝에 과정에서 2020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이 블루코어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줬고, 양측이 다시 협상을 시작해 민선 7기 때인 지난 2021년 4월 재협상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협상 내용을 토대로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사업은 다시 멈췄다. 쟁점은 송도 6·8공구에 지을 랜드마크타워의 층수이다. 지난해 유정복 시장이 민선 8기 시장에 재선하고, 인수위원회가 가동 될 때부터 다시 151층 건립계획이 다시 수면위로 부각했다.

조건부 승인 당시 시행사가 제안한 높이는 100여층 규모다. 민간사업 시행사는 부동산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151층으로 조성할 경우 미분양 등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민선 8기 인수위원회가 151층을 고집하고, 인천경제청 역시 이를 그대로 고집하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사이 부동산 경기는 더 악화되고 고물가, 고금리 행진이 지속하면서 시장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시민사회단체는 기후위기 시대에 초고층 건물 건설은 시대에 역행한다며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무리한 고집을 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송도 6·8공구 랜드마크타워를 151층으로 건립할 경우,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줘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민선 8기가 다시 주진하는 151층 건립 계획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안전 문제까지 겹치면서 6·8공구 사업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서울항공청 관제통신 관계자는 “인천공항 제1·2활주로를 북측에서 남측으로 착륙하려는 항공기가 착륙을 실패할 경우, 다시 고도를 상승해 재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를 가정하면 613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 항공기 경로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인천공항의 항공기 이륙 시 표준 상승률은 2.5%다. 100m 이동할 때마다 2.5m씩 고도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서울항공청은 송도에 151층 건물이 들어서면 상승률은 4% 이상 높여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향후 인천국제공항 제1·2활주로 옆에 제5활주로를 건설하는 계획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5활주로까지 고려하면 송도 151층 건물은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안전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이 십수년째 지연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와 부동산 경기침쳄가 겹쳤고, 고물가와 고금리는 사업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으며, 무리한 초고층 계획은 인천공항의 항공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장기 표류하는 사업 정상화와 시의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 유정복 시장이 이젠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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