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위공(송도·여의도) 박병언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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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로 “3.1운동 이후 한 세기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아젠다(의제)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라고 했다.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났다는 말 이외 그 뒤 세 가지 얘기는 두 가지 거짓말과 한 가지 잘못된 말이다.

첫 번째 거짓말 : 아베와 기시다는 한국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가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다. 예전엔 반성했다. 1995년 일본의 무라야마 총리는 8월 15일 즈음에 “과거 일본의 잘못된 국가정책으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국가들에게 거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잘못됐기에 통절히 반성한다”고 발표했다. ‘무라야마 담화’의 탄생이다. 그 이후 일본 총리들은 이 담화내용을 반복해서 발표했다.

일본 내에서 무라야마 담화가 공식적이고 주류적인 견해가 된 데 반대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일본회의’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의 탄생이다. 1997년 이래 그들은 무라야먀 담화가 담고 있는 명확한 전쟁책임 사죄, 과거사문제 해결 시도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됐다.

이들은 무라야마 담화가 자학적 역사관을 담았다며 비판하고, 일본을 천황의 나라로 회복시키려고 했다. ‘일본회의’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은 하나같이 천황을 모시는 ‘신도정치연맹’ 회원들이다.

현 일본정부는 아베 전 총리 이후 기시다 총리가 이끌고 있다. 자민당 아베도, 기시다도 모두 근본적으로 신도정치연맹, 일본회의의 핵심적인 회원이었다. 아베는 이 모임이 1997년 출범할 때부터 사무국장이었다. 아베 내각 장관 18명 중에 11명이 일본회의 소속이었다. 현재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 거의 전원이 일본회의 회원이다.

지금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 현재 대한민국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관행을 확립하고 있다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은 완전한 허위사실이다.

두 번째 거짓말 : 윤 대통령 방식으로 일본과 함께 해선 안보와 경제 보장 못해

일본과 함께 하는 미래는 한국의 안보와 경제를 보장하지 않는다. 일본은 1989년 무렵까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현재 중국과 같은 주목을 받았다. 일본과 무역적자가 계속 커지는 데 불만은 품은 미국은 1985년 엔-달러 환율을 인위로 높게 변경한다(플라자 합의).

이때부터 일본의 몰락이 시작됐다. 미국 내 저가-고품질 상품 수출로 돌풍을 일으킨 일본제품들은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고로 큰 타격을 입었다. 강제 조정으로 엔화 가치가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을 다시 낮추기 위해 엔화를 자국 내 많이 풀었다. 그리고 이 돈은 일본 부동산 가격을 미친 듯이 상승시켜 거품을 일으켰다.

1980년대 말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농반진반 돌았다. 실제 당시 일본 도쿄도 구(區) 1개의 땅값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혹은 캐나다 전체의 지가와 맞먹었다. 이후 이 거품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1990년부터 현재까지 30년 동안 장기침체를 겪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엔-달러 환율 강제 조정 외에도, 일본의 구체적인 제도를 미국식으로 개조할 것을 요구해 관철했다. 1989년부터 ‘구조적 장벽 이니셔티브(SII, Structural Impedment Initiative)’라는 이름으로 개입을 시작한 미국은 일본의 예산, 세제, 주식보유, 주5일 근무제 등 200여개 항목에 변경을 요구했다.

이런 미국의 요구로 개편된 대표적인 기관이 일본 우정국이다. 일본 우정국은 단순한 우편 수행기관이 아니다. 일본 내 가장 많은 보험과 예금을 취급하는 사실상 국책금융기관이었다. 미국은 이런 일본 우정국을 해체하고 민영화시켜 미국 금융, 보험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강제했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 중 일본의 이익에 반하는 요구를 반대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따랐다. 그 결과 2020년대 지금 일본 국민은 자국 국민연금제도의 파산을 의심하고, 일본 청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결혼을 기피한다. 일본은 출산율이 극히 낮은 사회로 변했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에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만을 믿고 따른 결과 일본 경제에 안전한 지속성이 침해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처럼 한국이 미국과 3각 동맹을 지속하면 번영과 안보가 보장된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이다.

2023년의 한국 역시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자기 내부정보를 미국 측에 공개해야만 하게 됐다. 여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현대자동차와 같은 외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함으로써 사실상 미국산 전기차만 유리하게 외국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반대해야 할 일본 자위대와 통합과정

이번 3.1절 기념사에 앞뒤 없는 두 얘기가 나온다. 첫째가 한국과 일본이 ‘국제사회의 쟁점’에서 파트너가 됐다 것이다. 둘째는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념사만 봐선 그 뜻을 알 수 없으나, 결국 ‘중국의 성장에 따른 경제, 군사적 복합위기를 미국의 대 중국 봉쇄 정책으로 함께 막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1991년 이래 일본에 일관되게 요구하는 ‘자위대 정상화’는 자국 방어에 국한된 자위대를 실질적인 대외 공격용 군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군대까지 미군의 지휘통제 아래 중국에 대응하게 재편하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구상에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 내 반일정서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 정부와 과거사문제에 합의하면서 대표적인 과거사운동단체였던 정대협(현 정의기역연대)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을 통해 공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3월 2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부적절 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쪽은 어떻게든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세력, 또 하나는 어떻게든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며 비판세력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3.1절 기념사 행간에 일본 자위대가 미국의 지침에 따라 제3국에 파병이 가능케 하고, 한국군 역시 미-일-한 통합군대의 일부로 대 중국 봉쇄정책에 함께 참여하는 데에 한국이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고래가 곧 큰 싸움을 앞두고 있다. 이때 지정학적, 역사적으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강소국 한국의 입장에선 국익을 우선하는 매우 신중한 행보가 필수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이번 3.1절 기념사는 하지 말았어야 할 기념사로, 한국이 정치적 역량을 결집해 한목소리로 대통령 기념사의 반대로 움직여야 할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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