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김하운 이사장

<인천투데이는>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김하운 이사장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거시적으로 인천경제 전체를 조망하면서 인천경제의 추이와 현황을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고, 분석과 진단으로 구조적인 문제점과 과제를 발굴하고,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번 1회는 인천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살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지역소득 지표를 짚어 본다. 가장 중요한 기초개념이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는 일이 많아 적지 않은 오해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투데이=김하운 시민기자 | 민선 8기 인천시의 시정목표는 “시민이 행복한 세계초일류 도시 인천”이다. ‘세계초일류도시 인천’에 앞서 ‘시민이 행복’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아무리 초일류 도시라고 하더라도 그 시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시민이 행복하자면 시민이 경제적으로 잘 살아야 한다.

지역내총생산 GRDP의 의미

한 지역의 경제적으로 잘사는 정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지역내총생산(GRDP,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이다. 지역내총생산은 지역에서 생산한 모든 상품가격에서 그 상품을 산출하는 데 들어간 투입물의 가격을 제외한 부가가치를 말한다. 매출액에서 원가를 제외한 금액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상품을 판매한 총 ‘산출액’이 아니라 판매해 남긴 ‘총부가가치’만을 뜻한다.

민선8기의 시정목표 달성을 위한 10대 정책 중 하나가 “100조 시대, 일하기 좋은 경제도시”이다. 여기서 ‘100조’도 바로 ‘지역내총생산 100조원’을 뜻한다. 인천이 부산을 앞질렀거나 다시 뒤졌다는 것도 대부분은 GRDP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역 내 상품의 총 공급에 해당하는 산출액과 산출액에서 중간투입재을 제외한 지역내총생산을 국내 광역시도별로 비교하면 <표1>과 같다.

인천의 산출액과 GRDP가 모두 국내 광역시도 17개중 7위이고, 특·광역시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의 경제 규모는 대체로 중상위 수준이다. 부산과 비교하면 산출액은 인천이 많지만, GRDP는 부산이 많다. 부산보다 많은 상품을 생산해 팔아도 남는 게 부산보다 적다.

국내 광역시도별 산출액(2020년)과 GRDP(지역내총생산, 2021년) 규모 비교
국내 광역시도별 산출액(2020년)과 GRDP(지역내총생산, 2021년) 규모 비교

지역내총생산을 보완하는 지역소득 지표

GRDP가 지역경제의 규모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지표이지만 개념상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GRDP는 ‘지역(땅)’을 기준으로 하면서, ‘생산’만 고려하고, ‘인구’ 크기는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GRDP 지표의 한계를 보완하는 지표로 지역소득이 있다.

첫째, 지역총소득이다. 생산에 참여한 개인, 법인, 정부를 경제주체라고 하는데, GRDP는 경제주체의 거주지역을 고려하지 않는 데 반해 지역총소득은 경제주체가 속한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한다. 서울이나 경기에서 벌었더라도 인천 거주 사람이 벌어들인 것은 인천에 포함한다. 인천에서 벌었더라도 서울이나 경기 등 외지인이 벌어 어간 것은 제외한다.

인천의 지역총소득은 인천의 지역내총생산에 인천사람이 외지에서 벌어 온 것은 더하고, 외지인이 인천에서 벌어 간 것은 제외한다. 즉, 지역내총생산에 순수취역외소득을 더한 게 지역총소득이다.

둘째, 총처분가능소득이다. ‘생산’에 포함되진 않지만 대가 없이 벌어들이거나 지급한 ‘이전소득’을 더한 게 총처분가능소득이다. 정부가 인천시민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다면 생산이 아니더라도 인천시민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인천의 총처분가능소득에 포함된다. 다시 요약하면, 지역내총생산에 ‘순수취역외소득’을 더해 산출한 지역총소득에 다시 ‘순수취경상이전소득’을 더한 게 총처분가능소득이다.

다음 <표2>는 지역내총생산과 지역총소득, 총처분가능소득을 시도별로 비교한 것이다. 인천의 GRDP는 국내 광역시도 중 7위이지만 지역총소득과 총처분가능소득은 5위, 6위로 순위가 더 높다. 이는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역외순수취소득과 순수취경상이전소득이 추가된 데 기인한다.

표2. 광역시도별 지역내총생산과 지역총소득, 총처분가능소득 비교표
표2. 광역시도별 지역내총생산과 지역총소득, 총처분가능소득 비교표

셋째는 1인당 지역소득 지표이다. GRDP가 인구를 고려하지 않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과 1인당 지역총소득 지표를 사용한다. 다른 지역과 지역소득을 비교하면 인구의 크기에 따라 순위가 크게 달라진다.

다음 <표3>처럼 인천의 1인당 GRDP와 1인당 지역총소득은 국내 광역시도 17개중 각각 11위와 9위에 있다. 인구를 고려하기 전 GRDP와 지역총소득의 순위가 각각 7위와 5위인 데 비해 모두 4단계나 떨어짐을 알 수 있다.

표3. 광역시도 별 1인당 GRDP와 1인당 지역총소득 비교
표3. 광역시도 별 1인당 GRDP와 1인당 지역총소득 비교

시민에게 의미 있는 지표는 개인소득

GRDP 지표의 한계를 보완한 지역총소득, 총처분가능소득 또는 1인당 지표 산출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통계의 의미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느끼는 소득지표는 개인의 소득이나 개인의 소비지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소득 지표는 모두 개인뿐 아니라 법인과 정부가 모두 포함된 경제주체 전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천이 진정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 개인소득이 높아야 한다. 시민 각자에게 지역소득보다는 개인소득이 훨씬 큰 의미가 있어서다. 아울러, 소득은 고통을 대가로 하는 게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행복을 제대로 측정하는 데는 오히려 소비가 더 중요한 지표일 수 있다. 그래서 함께 참고하는 지표가 1인당 개인소득과 1인당 민간소비이다.

다음 <표4>는 광역시도별로 2021년 기준 1인당 개인소득과 1인당 민간소비를 비교한 것이다. 표를 보면서 인천시민으로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인천의 지역소득은 국내 광역시도 중 중상위권에 속하지만 1인당 개인소득이나 민간소비 지표는 하위수준이고, 특히 같은 광역시중에서는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광역시도별 1인당 개인소득과 1인당 민간소비 비교
2021년 기준 광역시도별 1인당 개인소득과 1인당 민간소비 비교

잘사는 도시의 못사는 시민

인천의 경제규모는 같은 광역시 중 중상위권인데 시민 개별 소득이나 소비 규모가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인천의 1인당 개인소득이 낮은 것은 전체 지역소득 중 정부와 법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금수준이 낮은 한편, 인천시민의 채무비중이 높아 재산소득이 적은 데 크게 기인한다. 소비도 인천의 전체 지출 중 주택 건설 등 투자지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1인당 민간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인천시는 물론 관련 연구기관 등의 관심이 거의 GRDP를 중심에 둔 지역소득에만 집중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시민의 행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개인소득에도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 인천의 개인소득이 부진한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찾고 개인소득 증대를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개발도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함께하는사람들 김하운 이사장.
함께하는사람들 김하운 이사장.

필자 김하운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을 지냈다. 인하대 경영대학 겸임교수와 인천시 경제정책자문관, 인천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현재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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