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신·고두한·김영석 교사, ‘다시, 혁신학교’ 출간
행복배움학교 지정 당시부터 학교 혁신 ‘동고동락’
한 때 폐교위기... 현재는 1지망 신입생 넘쳐 인기
학생 자율성·자존감 최대로... 배움의 공동체 실현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8년이 됐다. 행복배움학교는 현재 107개까지 늘어나며 공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행복배움학교 1년차부터 선정된 인천 연수구 소재 선학중학교(교장 김찬)는 그 중 모범학교로 꼽힌다. 두 번이나 재지정 되며 올해 9년차를 맞는다.

선학중학교는 행복배움학교로 선정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 그 전엔 접근성도 떨어지고 학교 분위기가 안 좋다며 학생·학부모들이 기피해 폐교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금은 1지망만으로도 입학 정원을 채우는 학교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처럼 선학중의 부활을 이끈 것은 행복배움학교 선정부터 헌신한 교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성기신·고두한·김영석 교사다. 이들이 선학중에서 학교 혁신을 위해 그동안 노력한 과정을 녹여낸 책 ‘다시, 혁신학교(출판 살림터)’를 출간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기자말>

왼쪽부터 고두한, 성기신, 김영석 교사.
왼쪽부터 고두한, 성기신, 김영석 교사.

혁신학교 도입 늦었던 인천... 교사 3명 행복배움학교 추진 합심

성기신·고두한·김영석 교사는 선학중에서 인천시교육청이 4년마다 지정하는 행복배움학교를 8년간 운영했다. 이들은 그동안 실천하고 경험했던 이야기와 성과를 기록으로 남겨 공교육이 바뀌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다.

성기신 교사는 인천이 다른 지역보다 늦게 혁신학교가 도입된 만큼 절실했다고 말했다. 서울·경기·강원·전남·전북 등은 대부분 2000년대 후반부터 혁신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앞선 사례들을 보면서 수업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성 교사는 “혁신학교는 공부 안하는 학교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초창기부터 노력을 많이 했다”며 “이를 위해 한국배움의공동체연구회 대표인 손우정 박사를 초청해 동료 교사들과 강연도 듣고, 교사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성해 주기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수업방식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고두한 교사는 선학중학교가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동료 교사와 교장을 설득하며 앞장섰다. 고 교사는 “기존 공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이 있던 참에 학교에 제안했다”며 “준비과정까지 어렵고 힘들었지만, 이후 좋은 성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성기신, 김영석, 고두한 교사가 선학중학교에 전시된 과거 행사 사진들을 보며 회상하고 있다.
(왼쪽부터)성기신, 김영석, 고두한 교사가 선학중학교에 전시된 과거 행사 사진들을 보며 회상하고 있다.

학생 자존감·자율성 최대 실현 목표로 교육과정 전반 구성

김영석 교사는 선학중이 행복배움학교로 전환한 첫 해 학생부장을 맡았다. 김 교사는 학생부가 학생을 규율로 통제하고 벌을 준다는 인식을 개선하고 싶었다. 이에 학교에 제안해 학생자치부를 별도로 만들고, 이후 학생자치부장을 역임했다. 이는 인천의 최초 사례다.

김 교사는 “학생자치부를 제안한 이유는 학교가 학생들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학생회와 동아리 학생자치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며 “기존의 학생 지도 방식인 ‘응보적 생활교육’이 아닌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공감이 동료교사들 사이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응보적 생활교육은 처벌과 같이 기성 학교에서 쉽게 떠올리는 학생 지도 방식이다. 반면,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생이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게 해 잘못을 깨닫게 하는 지도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 전반적인 존중문화가 선행돼야 한다.

김 교사는 “여기서 회복은 관계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일시적인 처벌이나 보상만으로는 학생들에게 교훈이 남지 않는다”며 “학생이 잘못을 저지르면, 공동체 관계를 깨뜨렸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학생이 스스로 회복시킬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는 수업태도도 좋게 만든다”고 말했다.

선학중은 또한 혁신학교에 걸맞게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빛깔 있는 교육과정’이다. 이를 위해서 각 학생들의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

고 교사는 “교사들끼리 평가한 결과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학생이 모두 악기 1개씩은 다룰 수 있는 수업을 만들었다. 학생자치부도 그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악기수업 외에도 체육교사와 의논해 외발자전서 수업을 제안했다. 어려워보였던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이 느끼는 성취감이 분명히 있었다. 이는 학생들의 생활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선학중학교 '마을엔' 카페 내부.
선학중학교 '마을엔' 카페 내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마을공동체 거점 ‘마을엔’ 조성

선학중은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거점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 교사·학생·주민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아딧줄’이다. 이사회엔 학생들도 참가한다. 교내 매점과 카페 ‘마을엔’을 조합이 운영한다.

성 교사는 “학교는 수익사업을 할 수 없기에 사회적협동조합이 없었다면 카페 ‘마을엔’은 문을 열 수 없었다. 수익금은 온전히 학교와 마을공동체를 위해 쓰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수익만 추구하는 주식회사가 아닌 다른 방식의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곳곳의 공간 혁신도 학생들이 중심으로 이뤄냈다. 교장실 옆 소규모 공연장과 학생휴게실, 요리수업을 할 수 있는 가사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범사례를 배우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은 전남과 광주를 다녀오기도 했다.

또한 선학중은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역 전문가를 활용한 마을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여기엔 인천대학교 학생들이 멘토로 참가하기도 한다. 방과후 학교 운영과 동아리 지원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선학중은 지역에서 학생들이 가장 진학을 희망하는 학교가 됐다. 정원 감소로 폐교 위기까지 겪은 바 있는데, 지금은 1지망 학생들만으로 정원을 채우고도 남는다. 매년 120~150명씩 입학한다.

초기 행복배움학교를 함께 운영한 이 세 교사 중 현재까지 선학중에 남은 사람은 성기신 교사 뿐이다. 고두한·김영석 교사는 각자 다른 학교에서 혁신학교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기신 교사는 “책 ‘다시, 혁신학교’는 지극히 평범한 교사들이 상황이 어려운 학교를 지역과 함께 살려낸 이야기를 담았다”며 “선학중이 혁신학교의 모범사례가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향후에도 잘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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