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3> 선학중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선학중학교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자존감과 자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그에 걸맞게 선학중이 목표하는 학생상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학생’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일본 교육학자인 사토 마나부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 이론을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란 학교 교육을 수업의 기술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학생ㆍ교사ㆍ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의 관계를 기반으로 교육이 이뤄져야한다는 개념이다. 이로써 학교를 서로 배우고 성장하며 연대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간다.

방과 후 수업으로 진행한 전통 장 담그기.(사진제공ㆍ선학중)

배움의 공동체를 위한 실천

선학중은 교실에 책상을 일(一)자로 배치하지 않는다. 일반학교는 교사를 중심으로 책상을 배치하지만, 이곳에선 모두 디귿(ㄷ)자로 앉아 서로 바라보며 큰 모둠을 만든다. 이는 배움을 위한 공간이 공동체로 조직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5~6명씩 작은 모둠을 만들기도 한다.

배움의 공동체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은 적극 소통한다. 학생들은 등교하면 ‘매일 아침 5분, 나와 만나는 시간’을 보낸다. 기분이나 감정 상태를 매일 적어 교사에게 내는데, 교사는 학생들의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학생의 기분이 좋다면 좋은 일이 있는지 물으며 친해질 수 있고, 기분이 별로라면 그에 맞게 배려해줄 수 있다.

소통을 자주 하며 친해지니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 선학중은 학급 단합대회로 ‘한솥밥 먹기’를 한 학기에 한 번 이상씩 진행하는데,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담임교사와 어울려 노는 프로그램이다. 마음이 맞으면 무용실이나 휴게실을 빌려 학교에서 잠을 자며 일종의 모꼬지를 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직접 짠다. 주 1회, 학생들끼리 학급생활의 고충을 나누는 ‘학급신뢰서클’을 진행하기도 한다.

배움의 공동체에는 학교를 넘어 마을도 포함된다. 선학중은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역 전문가를 활용한 마을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2016년부터 연수구 교육희망네트워크와 업무협약을 맺어 마을교사를 초빙해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엔 인천대학교 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하기도 한다.

마을교사들은 전래놀이ㆍ바느질ㆍ기타연주ㆍ냅킨아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다. 전통요리 시간에는 전통 장을 담그는 활동을 진행해, 현재 학교 옥상에는 된장과 고추장이 담긴 장독대가 있다. 숙성이 완료되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나눠 가져갈 예정이다.

학교축제를 지역축제로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축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한다. 올해 축제는 10월 25일로 예정돼있는데, 주민들도 무대에 오르고 경품을 받아갈 수도 있다. 또한 학생들은 주말마다 주민들과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반찬을 드리는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배움의 공동체는 마을 전체로 퍼지고 있다.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선학중 축제에서 학부모동아리 난타공연.(사진제공ㆍ선학중)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최대로

사람은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하면 자존감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선학중 학생ㆍ교사ㆍ학부모들은 함께 ‘행복한 공동체! 도전하는 나! 도전 30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목표와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30일 동안 실행한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지각하지 않기, 요리 만들기, 책 읽는 습관들이기, 매일 만보 걷기 등, 모두 사소한 것으로 시작한다. 개인이 설정한 목표는 학교 복도에 자보로 붙어 모두 공개된다. ‘떠벌림 효과’를 노린 것이다.

지난 5월에는 학교 전체 구성원이 시도했다. 약 390명이 참여해 120명이 목표를 달성했다. 좋은 평가가 이어져 9월에는 참가자 신청을 받아 진행했다. 40명 정도가 참여해 10명이 성공했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기념 배지를 준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3학년 윤찬영 학생은 지난 5월 학교도서관에서 진행한 ‘1ㆍ2ㆍ3독서’ 캠페인을 발견했다. 하루에 20분 독서하고 3분씩 소감을 글로 써보는 활동이다. 윤 학생은 이 캠페인을 자신의 목표로 가져와 ‘도전 30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자신감이 붙은 윤 학생은 9월에 모집한 ‘도전 30 프로젝트’에 또 참가했다. 이번엔 하루 한 시간 독서 후 20분 글을 쓰는 ‘1ㆍ1ㆍ2독서’를 실천했고, 한 달간 200쪽이 넘는 책 6권을 읽었으며 A4용지 10장 분량의 글을 썼다. 그는 “그전엔 책을 별로 읽지 않았는데, 독서력이 향상되고 생각이 커진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선학중은 학생자치활동도 적극 장려한다. 선학중 학생회는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데, 입학식과 졸업식, 축제 등의 행사를 학생회가 직접 주도한다. 학생생활규칙도 학생회가 직접 회의를 거쳐 제정한다. 학교는 학생회실을 따로 마련해주고 공약이행비도 지원한다. 학생회 선거 기간에는 후보자들의 공보물을 만들어주고 정책설명회도 열어 준다.

동아리도 많다. 1학년은 자유학기제 연장선으로 수업과 연계한 배움동아리 14개를 운영하며, 2ㆍ3학년은 자율동아리 29개를 운영한다. 동아리는 방송댄스ㆍ애니메이션ㆍ바리스타ㆍ요리ㆍ모던아트ㆍ목공ㆍ독서ㆍ역사ㆍ영화ㆍ스포츠ㆍ도시농업 등, 매우 다양하다. 동아리에는 담당교사가 붙는다. 학생회와 동아리 모두 아울러 지원하고 관리해주는 학생자치 부장교사도 따로 있다.

학생들은 체험학습도 직접 계획한다. 1학기에 2학년은 서울로, 3학년은 광주로 1박 2일간 다녀왔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자신들이 계획한 대로 돌아다니며 일정을 소화한다.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여행박람회를 개최한다. 함께 다녀온 모둠별로 부스를 차려 자신이 만든 여행 상품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도전 30 프로젝트’를 성공하면 주는 배지.(사진제공ㆍ선학중)

행복배움학교 운영 이후 활기차졌다

선학중 주변에 흐르는 승기천 건너에는 남동공단이 있고, 반대편에는 왕복 8차선 경원대로가 있다. 고두한 혁신부장 교사는 “학교가 남동구와 연수구 경계에 위치해있어 학교 주변이 섬과 같았다”고 말한 뒤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된 이후 학교가 활기차졌다”고 했다.

그는 “행복배움학교 지정 이전에는 교사가 5년을 다 채우지 않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그런 분이 없다”며 “교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행정을 없애고 건의사항을 적극 수렴하는 등, 업무환경도 많이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선학중은 한 학급에 25명씩 학년 당 학급이 4~5개였는데, 올해는 입학생이 증가해 1학년 학급이 7개가 됐다.

윤찬영 학생은 “다른 학교에 갈까 고민도 했지만, 부모님이 오히려 행복배움학교라는 이유로 선학중에 진학하길 권유하셨다”며 “행복배움학교에 오면 소심한 성격도 극복하고 친구들도 많아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1학년 때 학년 학생회장도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성장한 걸 느낀다”며 “초등학교 시절 모습을 돌이켜보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레벨 업 선학중’이라는 지혜 모으기 대회.(사진제공ㆍ선학중)

레벨 업 선학중, 학교 개선책 아이디어 공모전

선학중은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학교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레벨 업 선학중’이라는 지혜 모으기 대회를 매해 진행한다. 학생들이 학급에서 4~5명씩 모둠을 구성하면 전체 60~70개가 되는데, 모둠별로 학교에서 제시한 문제점들을 몇 개 골라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논의한 내용을 발표하면 학생과 교사들이 평가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것들을 뽑아 시상한다. 상품은 매점 쿠폰이다. 지난해에는 지각하는 학생들을 줄이기 위해 짝을 지어 모닝콜을 해주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모둠이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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