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토론회’ ➃과학기술과 자립경제
북측, 과학기술 기초 자력갱생과 자립경제 강화 방향 ‘지속’
“2022년 북측 과학기술 성과있으나 5년 동안 경제발전 미흡”
북측, 과학·기술자 사상성 제고 강조... 검증한 기술 확산 추진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이 다시 국내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남측의 강력한 경고가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남측과 북측이 지난 2018년 9월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군사 관련 합의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남북 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측이 지난해 12월 26~31일 진행한 조선노동당 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는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5일 개최한 ‘2023 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 토론회’ 발제를 분야별로 연재한다.

북측이 과학기술을 토대로 자립경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검증된 과학기술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지난 5일 ‘2023 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분야별 발제자와 주제는 ▲김일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식량과 농업’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코로나19 대응’ ▲강호제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지방경제 활성화’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과학기술과 자립경제’ ▲장창준 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남북, 대외관계’ 등이다.

아래 내용은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의 ‘과학기술과 자립경제’ 발표를 정리한 것이다.<기자말>

북측, 과학기술 기초 자력갱생과 자립경제 강화 방향 ‘지속’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이 ‘과학기술과 자립경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변학문 소장은 북측이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과 자립경제 강화를 일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지난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과학기술 발전은 중핵적인 과제로 최선의 방략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1년 12월 조선노동당 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원회의와 이듬해 6월 5차 전원회의에서도 과학기술을 생산·건설 등에 앞세워 경제발전을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과학기술 중시’ 기조를 조선노동당 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도 유지했다.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북측은 조선노동당 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 “인민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견인기적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똑바로 인식하고 당의 과학기술 중시와 선행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노동당은 새 시대 당건설 5대 노선을 논의했다. 5대 노선은 정치건설·조직건설·사상건설·규율건설·작풍건설을 말한다.

분야별 주요 과업은 ▲당 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 ▲당 대열 정예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현상과 투쟁 ▲전당적·자각적인 규율준수기풍·규율감독체계·규율적용체계 확립 ▲인민을 대하는 올바른 관점과 태도 정립 등이다.

“2022년 북측 과학기술 성과있으나 5년 동안 경제발전 미흡”

노동신문 기사.(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변 소장은 지난해 북측의 분야별 과학기술 성과 사례를 설명했다. 북측은 이번 6차 전원회의에서도 “2022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시간이었고 분명 전진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북측의 분야별 과학기술 주요 성과는 ▲국산화 화력터빈날개 수백개 제작과 각지 발전소에 보급 ▲산소열법용광로 폐열보일러 개조와 전자기교반기 운영 개선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요소 생산공정 보수에 필수적인 불수강 용접봉 개발 ▲풍년광산·영유광산에 대용량 공기기계식 부선기로 인광석 부선 공정 확립 ▲핵산 식속 검사 설비와 효소 개발 ▲밀보리 두벌농사 지역 선정을 위한 전자지도 연구성과 실천 도입 등이다.

변 소장은 “대부분 과학기술 주요 성과가 정비보강과 관련있다”며 “북측의 김책제철연합기업소는 2018년 철강 생산 전 과정을 100% 국내산 원료로 진행하는 주제철(수입산 코크스가 아닌 국내산 석탄을 이용한 제철법)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북측은 2019년에 생산량과 품질이 낮고 에너지 소비가 높다며 주제철 기술의 미완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주제철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대형산소분리기 건설했으나 관로 폭발 문제를 겪었다. 2021년 국가과학원 수학연구소가 관로 폭발 현상을 해결했고, 현재 김책제철은 새로운 에너지 절약형 산소열법용광로를 건설하고 있다”며 “북측의 보도를 보면, 북측은 올해 산소열법용광로를 완성하겠다고 했지만 지켜봐야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변 소장은 현재 북측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과학기술의 성과는 있었으나 5년 동안 실질적인 경제 발전을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추정했다.

변 소장은 “북측은 1년 내내 과학기술 심의 사업을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심의·심사는 통과했지만 경제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연구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며 “실제 구체적인 연구개발 성과 보도가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다. 화학공업 부문 핵심 목표였던 메탄올 대량 생산공정 시운전 준비 기사가 지난해 11월 한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은 지난해 8월 말 중요 과학연구 과제 93.3%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한달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과제 100% 수행보다 한건의 똑똑한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며 “이와 함께 과학기술 심의 시 제대로 해야한다는 개선 요구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북측, 과학·기술자 사상성 제고 강조... 검증한 기술 확산 추진

능동형 전기보일러 홍보 포스터.(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능동형 전기보일러 홍보 포스터.(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차 전원회의에서 “인민경제의 성과적 발전에서 중요한 핵심 부문 노동계급과 과학자·기술자들이 다시 한 번 1960·1970년대 투쟁정신과 기치를 높이 들고 혁명의 난국을 우리 힘으로 타개해야한다”고 호소했다.

변 소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북측의 과학기술 개발에 불리한 조건은 바뀌지 않는다. 또, 북측의 과학기술 역량이 부족해 단기간에 개선할 수 없다”며 “이 상황에서 과학자와 기술자의 사상성 제고를 크게 강조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일 위원장 시대엔 북측 간부들에게 전반적인 과학기술을 알아야한다고 강조했지만, 몇년전부터 북측은 북측 간부들에게 과학기술 전문성을 가지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또, 성과 확산을 가로막는 본위주의와 단위 특수화를 타파하고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전체로 확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변 소장은 현재 북측이 능동형 전기보일러와 대형 주강품 소착 방지 등 이미 개발한 기술을 확산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 소장은 “능동형 전기보일러는 북측이 기존 전기보일러보다 전력소비를 30~40% 줄였고, 크기도 줄였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대형 주강품 소착방지 기술은 엔진에 주물사(주조 때 사용하는 모래)가 열 때문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로 이미 다수 북측 공장이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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