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 토론회’ ③ 지방경제활성화
자립경제‧과학기술‧재자원화‧지방공업 등 정책 변화
기술고급중학교 등 국산화‧재자원화 학계‧연구 활성화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이 다시 국내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남측의 강력한 경고가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남측과 북측이 지난 2018년 9월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군사 관련 합의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남북 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측이 지난해 12월 26~31일 진행한 조선노동당 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는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5일 개최한 ‘2023 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 토론회’ 발제를 분야별로 연재한다.

북측이 자주‧자립‧자위를 강조하며 지방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최근 북측 정책 변화 추세는 기존 국가혁신체제(NIS)에서 지역혁신체제(RIS) 중심으로 명확히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는 지난 5일 ‘2023 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분야별 발제자와 주제는 ▲김일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식량과 농업’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코로나19 대응’ ▲강호제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지방경제 활성화’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과학기술과 자립경제’ ▲장창준 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남북, 대외관계’ 등이다.

아래 내용은 강호제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 박사의 ‘지방경제와 지역경제 구축’ 발표를 정리한 것이다.<기자말>

중앙지원-지방자립 정책, 지방 활성화 추진

2008~2022 북측 노동신문 통계.(강호제 박사의 발표 자료 갈무리)
2008~2022 북측 노동신문 통계.(강호제 박사의 발표 자료 갈무리)

강호제 박사는 북측 정책 변화 추세에 대해 자립경제‧과학기술‧재자원화‧지방공업‧지방경제‧국방과학 등이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2008~2022년까지 노동신문‧민주조선 신문기사 건수에서 키워드를 분석한 통계를 보면, 북측은 2018년 이후 자급자족‧자립경제‧자력갱생‧과학기술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 중 자립경제‧과학기술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이후 재자원화‧국산화 비율도 급격히 상승했다. 지방공업‧지방경제 비율도 계속 상승 추세에 있다.

강 박사는 “해당 통계들을 살펴봤을 때, 북측은 자립성을 중심으로 재자원화‧국산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중앙 지원으로 지방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적극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2023년을 국가경제 발전 시작의 해로 정했다. 올해 생산성을 높이고 공업시설의 정비‧보강 등으로 인민의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정해 달성할 계획이다.

공업 부문‧단위 생산을 활성화해 당대회 정비보강계획을 끝내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강 박사는 올해 북측이 중앙지원-지방자립 정책으로 지방 활성화를 내세운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북측이 지방공업‧경공업‧도시경영 등을 적극 추진했는데,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강 박사는 “북측은 전면적 발전을 위해 지방 발전이 관건이라며 지방공업‧경제 활성화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측이 10년 전부터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지역혁신체제(RIS)가 본격 활성화 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북, ‘건설대전’ 건설붐 성과 강조

강호제 박사의 발표 자료 갈무리.
강호제 박사의 발표 자료 갈무리.

강 박사는 북측은 ‘건설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최근 노동신문에 실린 ‘시련을 이겨내며 줄기차게 벌어진 거창한 건설대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들어 설명했다.

북측은 건설분야의 주요 과업으로 내세운 송화거리‧화성지구에 평양 5만세대, 련포온실농장, 어랑천발전소, 대성산아이스크림 공장 등 건설 성과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촌혁명강령 실현을 위해 북측 내 시‧군에 본보기 살림집(주택)을 지원하는 사업이 이어졌다며, 살림집 지원 사업을 언급했다. 이는 농촌에 최소 100세대 단위로 새 살림집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강 박사는 북측이 2022년에 추진한 살림집 건설을 올해 제1차적은 중요정책과제로 내세울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2020년 시작한 평양시 살림집 5만세대 건설사업을 확대해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건설과 함께 3700세대 거리를 추가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국산화‧재자원화 위한 학‧연 강조

북측이 지방공업 본보기 사례로 제시한 김화군 종이공장.
북측이 지방공업 본보기 사례로 제시한 김화군 종이공장.

또한 북측은 2023년을 국가경제발전의 큰 걸음을 내딛는 해로 정해 생산성‧정비보강‧전력수행‧인민생활 개선 등 목표를 달성하고, 경공업‧지방공업 등 도시경영부문을 중심으로 자립심을 더 키워나갈 것을 강조했다.

강 박사는 북측이 목표로 내건 국산화‧재자원화를 위해 기술고급중학교 설립과 지방공업 본보기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고급중학교는 중등일반지식 위주 교육과 다르게 해당 지역의 경제‧지리적 특성에 맞는 기초기술교육을 하는 교육기관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북측은 2017년부터 금속‧석탄‧전기‧화학‧농산‧축산‧과수‧수산 등 8개 부문의 교육을 하는 학교 90개를 선정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기술고급중학교를 운영했다.

또한, 2018년에는 정보기술부문 교육을 하는 학교 11개를 각 시‧도에 1개씩설립했으며, 2020년에는 정보기술부문 교육을 하는 학교 190개를 추가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산업미술‧료리(요리)‧원예 부문 교육을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기술고급중학교는 약 450개로 추정한다.

강 박사는 북측이 지방공업 본보기 사업 사례로 김화군을 들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김화군의 역사를 20분 정도 영상으로 만들어 김화군에 새롭게 지은 직업공장 단지 4곳을 성과로 보여줬다.

강 박사는 “북측은 김화군 지방공업 공장 건설을 시작해 1년이 지난 2022년 6월 21일 완공했다”며 “식료공장‧옷공장‧생필품공장‧종이공장 등 공장 4개가 지어졌고, 북측은 농촌혁명 강령 실현을 위해 김화군을 성공사례로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립성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중심으로 북측은 과학기술 지원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계속해서 언급하던 지역혁신체제로 본격 넘어가는 시기로 예상돼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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