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대심도터널 설치 계획 이달 제출 통보
사업자 “공사비 1조6000억 개발사업 관두란 셈”
효력정지 행정심판 제기... 결과 6개월 소요 예상
입주민, 시민청원 답변 청취 거부... 내년 1월로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소음 대책을 두고 인천시와 사업시행자 간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지하 50m 대심도터널을 지으라는 행정처분을 내렸고, 사업자는 이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업 표류는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인천시의회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사업 행정사무조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엔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인 디씨알이(DCRE) 측 증인·참고인 9명과 인천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지난 22일 인천시의회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사업 행정사무조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열렸다.(사진제공 인천시의회)
지난 22일 인천시의회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사업 행정사무조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열렸다.(사진제공 인천시의회)

"인천시 대심도터널 고집 아닌지 돌아봐야"

행정사무조사에서도 지난 2차례 청문과 같이 인천시와 디씨알이의 공방이 오가며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정동석 시 도시계획국장은 “향후 주거환경을 위해서라도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나들목(IC)~학익분기점(JC) 구간을 지하화하는 대심도터널이 필요하다”며 “지하화 구간을 1.5km가 아니라 6km 가량으로 하면 지반 연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업비는 6000억원 가량”이라고 했다.

이어 “디씨알이는 기존 고시된 개발·실시계획과 다르게 소음저감시설을 방음벽에서 방음터널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는 도시개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지난달 30일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변경절차를 진행하라며 디씨알이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한 이미 분양이 완료된 단지 3곳의 입주 시기에 맞춰야 하는 시급성이 있는 만큼, 이달 말까지 제반 서류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배정권 디씨알이 대표는 “시의 주장과 다르게 대심도터널은 사업비가 1조5000억원 이상이며 기간은 13년이다. 도시개발사업을 그만 두라는 얘기”라며 “시가 도시개발법 위반을 이유로 고소한 건도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국민의힘, 미추홀2) 특별조사위워장은 “당초 시가 선한 의지로 대심도터널을 추진했다 하더라도, 사업을 멈춰세우면 의미가 없다. 유정복 시장의 지시사항은 ‘도시개발 신속 추진’이다”라며 “대심도터널을 고집하는 게 시장 지시에 적합한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제2경인고속도로(능해IC~학익JC) 지하화 대상 구역.(사진제공 인천시)
제2경인고속도로(능해IC~학익JC) 지하화 대상 구역.(사진제공 인천시)

행정심판 결과까지 6개월... 사업 더욱 지체

대심도터널을 설치하라는 시의 행정처분에 디씨알이 측은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디씨알이는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까지 했으나 이는 기각됐다. 행정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6개월가량으로 예상돼 사업은 더욱 지체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22일로 예정됐던 용현·학익 1블록 시티오씨엘 입주예정자들에 대한 시민청원 답변은 내년 초로 미뤄졌다. 입주예정자들은 유정복 시장이 직접 답변하길 요구했으나, 유정복 시장이 하와이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하자 시와 면담을 거부했다.

한편,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은 DCRE(디씨알이)가 오는 2025년까지 미추홀구 학익동 587-1번지 일대 154만6000㎡(약 46만8000평)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도시기반시설, 업무·상업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나들목(IC)~학익분기점(JC) 구간 양쪽으로 약 1만3000세대가 입주할 예정인데, 시는 해당 구간 내 제2경인고속도로를 지하화(대심도터널) 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디씨알이에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했다.

소음과 분진을 발생시키고 경관을 훼손하는 고속도로 시설을 개선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디씨알이는 개발사업 차질을 우려하며 따르지 않았다. 디씨알이는 소음과 분진 대책으로 방음터널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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