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11월 28일 오전 8시 아침 일찍 국내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비대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상정되었고 이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

올해 10월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공개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식화했다. 개편안은 보건복지부 내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고, 여성고용문제는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며, 총리실 내의 양성평등위원회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개편안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성평등 정책 지우기와 다름없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하며 ‘여성가족부 폐지’을 대선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 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고, 여성계는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을 밝혔다.

11월 8일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을 발족했고, 이후 릴레이로 지역행동이 출범했다.

‘국회, 우리가 움직인다‘ 캠페인으로 국회의원 전체에게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온라인 촉구 서명을 진행했고, 각 정당 대표와 원내 대표, 관련 위원회와 면담 그리고 피켓 시위로 국회를 압박하며 집중 집회를 예정했다.

인천에서도 11월 16일 시민단체 70여개가 연대해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인천행동’을 출범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12월 1일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법안의 정책협의체가 구성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전국행동은 발빠르게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를 촉구하는 문자 보내기 행동과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게 면담을 추진했다.

1998년 정부 출범과 함께 만든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기반으로 2001년 ‘여성부’를 신설하고 2005년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했다. 2008년 ‘여성부’로 축소됐다가 2010년 청소년 보호와 다문화 가족을 포함한 가족 기능을 이관받고 ‘여성가족부’로 다시 확대 개편했다.

여성가족부는 단지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 기울어진 사회를 평평하게 만들어 누구나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며 여성가족부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이다.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에서 성평등 정책을 위한 제도와 법령을 만들었고, 여성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청소년, 다문화가족 등의 정책을 적은 예산으로 담당한 여성가족부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선 차별과 혐오가 넘쳐난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오히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계속 말하고 있는 지금, 여성가족부 폐지를 논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난 1일 아침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꿔 확대 개편하자는 안을 제안했고, 이를 국민의힘이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그러나 당일 진행된 정책협의체 첫 회의는 쟁점 관련 양당의 입장 차와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기본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부처의 이름을 변경하고 확대 개편하는 것만으로 성평등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에 걸맞는 제도와 정책이 마련돼야 하며 그를 수행할 예산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독립적인 부처로 있기에 국회에 전담 상임위원회로 여성가족위원회가 존재하고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에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면 국회에 성평등 정책 관련 논의의 장이 없어지는 것이며 각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부서 또한 축소되거나 통폐합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상에서 성차별은 당연시되고 공적 영역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질 것이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가 아니라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그래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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