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인천투데이|지난 8월에 신세계의 정용진 회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만나 청라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청라와 야구 돔구장을 2027년까지 건립하기로 최종확정했다. 그러자 문학경기장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이 원도심 공동화를 우려했다.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인천의 고질적인 송도와 청라 등 신도시와 구도심 간의 불균형 발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돔구장 건설을 위한 도시계획의 변경과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연장선에 추가 역사를 신설하는 방안 등 특혜 논란도 일었다.

이에 대한 인천시 관계자의 발언을 해석해보면, 원도심 공동화 문제는 나중에 풀 문제이고 인천이 초일류도시로 발전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어느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 발전이 과연 무슨 의미이며, 진정한 발전일까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가 구월동 인근에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출점하기로 하고 남동구에 건축허가를 신청한 것이 드러나 인근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3년에 알짜배기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롯데백화점에게 넘기는 수난을 겪은 바 있다. 청라와 구월동에 대규모 점포를 연달아 출점하는 것은 이를 절치부심 만회라도 하려는 듯하다. 결국 두 유통 공룡들의 전쟁에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들만 죽어나게 생겼다.

법적으로 살펴보면, 구월동 이마트 트레이더스 출점 자리는 전통상업보존구역에 해당한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3조의3(전통상업보존구역의 지정)을 보면, ‘지역 유통산업의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시장 및 전통상점가 경계로부터 1km 이내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있다.

또한 유통법 제8조(대규모점포등의 개설등록 및 변경등록) 1항은 ‘대규모점포를 개설하려는 자는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첨부하여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3항은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에 따라 개설등록을 하려는 대규모점포 등의 위치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있을 때에는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법률에 따라 남동구는 ‘남동구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배진교 남동구청장 시절인 2011년 11월에 구월도매전통시장 인근 1km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출점하는 지역 반경 400m 에는 구월도매전통시장이 있다. 또한 모래내시장이 약 1.5km,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이 1.5km에 위치하고 있고, 석바위시장은 2.5km, 신기시장은 3km 거리에 있다.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인천시장과 해당 시장이 위치한 지역의 구청장은 과연 이런 상황을 면밀히 검토했을까. 결론은 ‘아니올시다’이다.

그동안 진행 경과를 보면, 신세계는 올해 4월 남동구 구월동 1549 일원 토지 면적 3만2008㎡(약 9700평)에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설립하겠다며 사업계획 변경‧심의를 남동구에 제출했다.

그리고 이에 기초해 인천시에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요청했고, 시는 얼마 지나지 않은 8월에 주변 교통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 교통영향평과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런 행정절차 과정에서 인천시나 남동구는 주변 상인들과 단 한 차례도 정보를 공유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

물론 건축허가 과정에서 상인들과 협의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은 없다. 이런 부분이 법의 맹점이다. 사업의 개시를 언제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과거 중소기업고유업종제도가 존재했을 때는 사업계획의 수립과 토지매매계약 체결 정도만 추진되더라도 사업의 개시로 보아 중소기업들이 조정신청을 하게 했다.

이런 부분이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나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점포 등록 등에 관한 법’이 과거보다 후퇴한 요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허가권을 가진 시장이나 구청장은 건축허가 과정에서부터 세심하게 살피고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약자인 중소상인이 의지해야 하는 유통법은 최소한 수준의 규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자본을 투자해 건물을 다 짓고 나서 영업허가 단계에서 비로소 작동되는 유통법은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

대규모 점포 등록 단계에서 출점을 ‘제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타 시도 사례처럼 건축단계부터 사전에 민관상생협의체를 최대한 유도해 상생방안을 찾게 하는 ‘적극 행정’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보통의 이마트보다 규모가 더 크고 골목상권에 미치는 피해도 크다. 교통이 발달한 도시지역에서 거리는 별반 의미가 없다. 보통 피해 거리가 10~30km에 달한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겨우 빠져나오는가 싶더니만 이제를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에 내수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인천시장과 남동구청장은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라며, 신세계도 소탐대실하지 말고 상생경영하길 바란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도 중소상인들과 연대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에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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