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에 첫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이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지 않는 공무원은 인정할 수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활동하다 동료를 밀고한 뒤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순호 국장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한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4월 29일 대법원은 재심 재판에서 ‘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다’고 최종 판결했다. 법원은 회칙이나 유인물에서 자주‧민주‧통일 등 목적을 밝히고 있지만 북쪽에 동조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봤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성만(인천 부평구갑) 의원이 “2020년 대법원이 ‘인노회는 인천과 부천 노동자의 정치경제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대중단체다’라며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니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국장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적단체였고, 27년간 이적단체로 인정됐던 것”이라고 답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비례) 의원은 “김순호 국장의 발언은 반헌법적”이라며 “대법원 판결은 2020년 기준이 아닌 그 당시부터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주사파 사상에 심취해 인노회에 가입했고 주사파 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했으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탄압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김교흥(인천 서구갑) 의원이 “인노회 사건으로 구속된 15명 중 14명이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았고, 남은 1명도 최근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회복이 될 것인데도 김 국장은 인노회를 민주화 유공자가 아닌 주사파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만 의원이 보충 질의로 “대법원이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김 국장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대법원의 판례를 존중하지 않는 공무원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국장은 인노회에서 활동하다 1989년 4월 돌연 잠적했다. 그 무렵 동료 회원들은 체포돼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15명이 구속됐다.

이후 같은 해 8월 경찰에 경장으로 특채됐고, 대공분실에서 근무하며 4년 8개월 만에 경위로, 22년 만에 총경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같은 점을 미뤄 인노회 회원 등은 김 국장이 동료를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된 뒤 승승장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진짜 밀고했고, 프락치였다면 의심받을 게 뻔 한데 왜 사라지겠나. 의심받을 게 뻔한데 어떻게 인노회 사건이 끝나자마자 특채되나”며 “억측으로 구성한 소설 같은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경찰로 특채된 배경에 대해서도 “전문지식이 있어 특채된 것이고, 주사파로 활동하며 북한의 주체사상·대남혁명노선과 러시아혁명 당시 레닌의 혁명론 등 학습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김 국장의 해명에도 당시 특채 현황을 보면, 김 국장이 뽑힌 대공요원의 경쟁률은 1대1이었다. 함께 특채한 다른 특공대요원 숫자와 보더라도 모집인원과 응시인원이 1명뿐이라 김 국장을 특정해 채용하려 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국장의 사퇴 촉구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 국장의 모교인 성균관대 재학생들은 18일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국장의 사퇴와 피해자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긴급조치사람들·6월민주포럼·전국민중행동 등 단체도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국장의 경질을 촉구했다.

과거 민주화와 노동운동을 하던 동료들을 밀고하고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국장은 대법원의 판결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자신을 옹호하기 위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은 과거 동료들을 주사파라며 비난도 했다.

행안부장관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인사가 경찰국장을 할 수 있는가”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진지한 고민과 검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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