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양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이주여성들은 모국을 떠나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게 타국에서 미지의 앞날에 불안하면서도, 더 나은 삶이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기대와 희망, 그리고 사랑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를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가 있다.

이춘양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이춘양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초빙연구위원

결혼 중개로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일터에서 만나게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이가 있는가 하면, 대학교나 대학원까지 졸업한 고학력자도 있다.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있는가 하면, 여유로운 삶을 살다가 한국에 들어온 경우도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본국에서 알려진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이로부터 생긴 한국인에 대한 믿음이다. 미지의 앞날에 불안해하면서도 삶에 대한 기대가 있어 국제결혼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꿈과 기대는 현실에서 깨지고 결혼생활에서 바라던 행복을 찾지 못해 고민 끝에 이혼을 선택하거나, 가정 폭력 피해를 입기도 한다. 피해 신고기관에 신고 후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 가정과 폭력에서 벗어나거나, 영문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혼을 당하기도 한다.

한 부모가 되고 싶어 결혼하는 사람은 결코 없다. 이주여성들은 또한 그러하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이주여성들은 또한 그러하다.

그동안 연구하면서 만난 이혼한 한 부모 이주여성의 경우, 이혼을 선택한 결정적 원인은 처음 들은 정보와 다른 거짓 정보에서 느끼는 실망, 돌변한 남편의 본 모습, 가정 폭력, 가정 내 소외감과 무시 등이었다.

용기를 내어 국제결혼을 선택한 것과 같이 기대했던 삶과 다른 결혼생활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 부모의 삶을 선택하는 순간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별로 한 부모 가정을 꾸리게 된 이주여성의 경험은 이와 조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 사별을 경험한 한 부모 이주여성의 경우, 나름 행복한 삶을 살다가 커다란 상실을 맞이하게 된다.

배우자의 갑작스런 사별로 한 부모가 된 이주여성이 맞이하는 슬픔, 당황, 후회와 좌절 등은 이혼을 일정하게 받아드릴 준비를 한 이주여성과 다르다. 사별로 한 부모가 된 후 인간관계 단절과 우울감에 깊이 빠지게 된다.

한 부모 이주여성들은 모국에서 삶, 결혼과 이주, 가정의 해체, 한 부모로서 삶 등 생활환경에 수차례 변화를 겪는다.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삶은 고되다. 문화의 차이, 성격의 차이, 가정 내 불화와 불신, 결혼생활 속에서 나타난 기대와 다른 배우자의 본 모습 등으로 인해 남보다 더 많은 신체적 심리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이주여성이 이와 같은 남다른 삶의 변화과정에 적응해 나가면서 남다른 변화와 깨달음도 얻게 돼 남다른 성장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심리적 변화와 성장 경험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가정에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은 당신, 용서할래. 알코올에 취한 당신, 용서할래. 내게 주먹을 휘두른 당신, 용서할래. 나를 죽이려 했던 당신, 용서할래. 용서하기 힘들겠지만, 용서하려고 노력할게. 사랑에서 벗어나, 고통에서 벗어나, 미움에서 벗어나, 원망에서 벗어나, 기대에서 벗어나, 미련에서 벗어나, 한에서 벗어나, 가벼워질래. -용서-

고향을 떠나 단 한 사람만을 믿고 이주여성은 한국에 온다. 이혼과 사별 등 가정해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죽을 만큼 힘들어 우울감에 깊이 빠진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고된 삶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와 적극적인 인생 태도 변화도 확인된다. 안정된 환경과 규칙적인 일과에 건강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안정되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미움과 한, 미련과 기대를 버리고, 충격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긍정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는 한 부모 이주여성도 있다. 이 이주여성의 자녀의 모습에선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성숙해진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노후를 대비해 자기계발을 포기하지 않고 자립적인 삶과 평생 직업을 탐색하는 데 노력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또한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쉴 날이 없이 2~3가지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한 부모 이주여성들은 양육, 경제, 진로, 질병, 우울 등 여러 난관에 부딪히며 고된 삶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건강과 경제, 정서, 양육, 사회참여, 자기계발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직면한 상황과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고 적응하면서 적극적으로 대하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주여성에겐 국제결혼 이후 한 부모가 됐더라도,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마주할 용기 있다. 독립적인 성향이 이주여성의 삶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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