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양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이춘양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이춘양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인천투데이|이주민으로서 한국 국적이 없어 불편을 겪고 피해를 보는 일이 한두 건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한부모 이주여성 집단은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다.

2019년부터 한부모 이주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 중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피해를 본 그리고 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이혼당한 A씨의 이야기다.

“우리는 2월 15일에, 그러니까 한국에서 코로나가 심각할 때 (고향에) 갔어요. 우리 들어오는 날짜는 3월 1일인데, 비행기가 취소됐어요. 애기 학교도 시작하고, 여권도 내일모레 만료가 되는데, 그래서 영사관에 가서 우리가 가게끔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대요. 애기는 한국 국적이어서 갈 수 있는데, 저는 한국 국적이 아니라서 갈 수 없다고…”

A씨는 이혼당한 러시아 출신 한부모 이주여성이다. 2009년에 결혼을 해 2011년에 고향 방문하는 동안 전 배우자가 몰래 신고를 해 이혼을 당했다. 딸과 함께 시설에 사는 A씨는 국적 취득 조건 중의 경제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

2020년 초에 딸을 데리고 고향을 첫 방문을 했을 때 갑자기 일어난 코로나 사태로 비행기가 취소됐다. 딸이 여권 기간 만료되기 직전에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딸은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어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수 있지만, A씨는 한국 국적이 아니어서 딸과 함께 입국하는 것이 거부했다.

딸은 혼자 귀국했더라고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딸의 긴급 여권을 만들어 비자도 연장해서 러시아에서 6개월 넘게 체류하게 됐다. 그 결과, 2학년이 된 딸은 상반기의 학습 과정을 이수하지 못했다.

그 다음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B씨의 이야기다.

“저는 봉사 많이 했어요. 이번 주에 자격증 받았었어. 봉사 자격증. 저기 코로나 심했을 때는 제가 마스크 만들기 봉사를 했어요. 한국에서 외국 안 가는 것 오래 됐어. 2013년 갔다 와서… 근데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이혼했고. 애들을 위해 나도 이제 든든한 일 좀 하려고 했는데… 원래 다문화 강사에요. 한지 강사도 하고, 또 한식도 배워서 한식 조리사도… 자격증 7개. 또 지금 보육교사 공부하고 있어요… 많은 직업(경험)이 있어도 어렵네요. 어쨌든 외국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2011년에 결혼 이주한 B씨는 2016년쯤 가정 폭력을 신고해 이혼하게 돼 한부모가 됐다.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이며 자기 계발을 틈틈이 해 7가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자원봉사 활동도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에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B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이유는 전 배우자가 고향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쳐 현지 경찰청에 기록이 남아 있어 본인도 무범죄사실증명서의 발급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경찰청 근무 경험도 있어, 한국에서는 경찰서와 외사과 통·번역 경험도 많아, 관련 공적 기관의 안정적인 직업을 희망하지만, 국적 취득이 불가해 그 진로의 길 또한 막혀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일본 출신 C씨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국적을 바꾸지 않으면 혼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인터넷에서 뭔가 회원 가입해야 하는데도 나의 이름이 7글자이거든요. 근데 회원가입 할 수 있는 글자가 5가지예요. 5글자까지. 나는 7글자니까 이게 안 된다고 해서. 회원 가입도 못 하고 아무것도 못 했거든요.”

C씨는 일본 출신 사별 가정의 한부모 이주여성이다. 국적 시험 중 필기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사회통합프로그램도 있지만, 가장으로서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바쁜 경제 활동으로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생활 정보와 자녀 양육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한 방법이지만, 외국인 등록상의 이름은 7자라서 인터넷 회원 가입할 때 매우 난감한 경험을 경험했다. 이뿐만 아니라 무인 민원 증명서 발급, 온라인 증명서 발급, 각종 금융 거래 등 국적이 없어 이용이 불가한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중국 출신 D씨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국적을 신청할 수 있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요 저를 도와주는 형제자매가 없어요. 부모님은 지금 다 60대 후반이에요. 나이가 더 들면 제가 (부모님을) 돌봐야 해요. 근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가끔 초청할 수는 있지만 비자 때문에 계속 같이 살 수 없어요. 저는 외동딸이에요. 그렇게 되면 우리 엄마 아빠 어떻게 해요.”

중국은 80년대 초부터 계획 출산 정책을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 출신 이주여성들은 외동딸인 경우가 많다. 중국의 복지정책은 한국과 달라서 부모의 노후 문제는 자식들의 책임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노부모를 한국으로 초청할 수 있어도 계속 같이 살 수가 없다.

일이 발생할 때 고향에 돌아가야 할 때 비자 발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비자 발급이 시간이 길어지거나 발급이 어려운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같은 유교 문화권이며 효를 강조하고 제일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으면서 ‘출가외인’이라는 이유로 자식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잊었으면 안 될 것이다.

이처럼, 한부모 이주여성들이 혼인 단절 후 ‘간이귀화’ 과정에서 학습 시간이 부족해 한국어 능력 요건 미달, 고지출 저소득으로 경제적 요건 미달, 그리고 서류 구비 불가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노부모의 부양책임도 있어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고민하는 자도 적지 않다. 국적이 없어 다시 그들의 이야기처럼 자녀 양육, 취업 자립 등 여러 측면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서 제시한 그들의 이야기는 그 많은 어려움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가정 해체를 하기 위한 결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한부모 이주여성들은 결혼 이주를 해, 여러 사정으로 가정 해체를 경험하고, 한부모가 된 전과 후의 삶에서 많은 어려움, 고통과 시련을 겪었음에도, 희망을 안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자녀를 양육하면서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고 있다.

이주여성 한부모가정의 사회통합 후의 성장과 자립 문제, 자녀의 바른 성장과 교육 문제, 자식으로 이행해야 할 도리, 그리고 보호자로서 부모로서의 기본권과 인권은 보호하기 위해 국가 및 지자체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대선이 끝나고 지방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주민에게 귀를 기울이는 공약자를 아직 만나 보지 못한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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