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피플 부평구 부평시장 '권혁규 손국수'
권오길 씨에게 기술 배워 2005년 장사 시작
우체국 집배원에서 국수집 사장님으로 변신
인생·사업 동반자 아내와 함께 가게 이어갈 것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한국에서 ’국수 먹는 날‘은 흔히 결혼하는 말로 일컬어진다. 이 말 뜻엔 국수 가락처럼 장수하기를 바라는 의미도 있고 국수 가락처럼 부부의 연이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의미도 있다.

국수 가락처럼 길게 가게를 운영하는 잉꼬부부가 있다. 바로 인천 부평구 부평시장에서 '권혁규 손국수‘를 운영하는 권혁규(63), 김기자(57) 부부다.

인천 부평시장에서 '권혁규 손국수‘를 운영하는 권혁규(63), 김기자(57) 부부.
인천 부평시장에서 '권혁규 손국수‘를 운영하는 권혁규(63), 김기자(57) 부부.

권오길 씨에게 국수 빼는 기술 배워 2005년 장사 시작

권혁규, 김기자 부부는 둘다 경북 예천 출신이다. 권 사장은 성인이돼 인천으로 이사와 부평 삼익악기 공장에서 일했다. 그러다 계양우체국에서 13년간 집배원으로 일했다.

권 사장은 계산시장으로 우편물 배달을 갔다가 ‘권오길 국수집’을 발견했다. 국수 말리는 게 신기해 몇 번을 들여다보다, 권오길 씨에게 국수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의 스승은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권오길 씨다. 권오길 씨는 1960년대부터 ‘권오길 국수집’을 3대째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서구 불로동에 본점을 두고 여러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권혁규 사장과, 권혁규사장의 스승 권오길씨.
권혁규 사장과, 권혁규사장의 스승 권오길씨.

우체국 집배원에서 국수집 사장님으로 변신

권 사장은 권오길 스승에게 1달여간 국수 빼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다 2005년 부평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스승의 이름을 따서 ‘권오길 제면소’로 운영을 시작했지만, 이후 ‘권혁규 손국수’로 간판을 바꿨다.

권 사장은 “스승님인 권오길 사장과는 먼 친척쯤 된다. 배달을 갔는데 시장에서 국수를 빼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며 “그래서 국수 빼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 땐 스승님이 ‘국수집 하는 것 보다 집배원 일이 낫다’고 했는데, 결국 알려주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정년이 되면 퇴직해야 하는 공무원보다 기술을 배워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이 생각은 아직 그대로다”고 웃었다.

권혁규 사장.
권혁규 사장.

국수집 시작하려니 주변 반대에 많이 부딪혀

권 사장이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주변 반대에도 많이 부딪혔다고 한다. ‘공무원이 더 좋은데 왜 국수집을 하려하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의 아내 김기자 씨도 처음엔 반대하다 결국 권혁규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기자 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남편 일을 도왔다. 처음엔 일이 서툴러서 싸우는 일도 많았다. 국수면이 잘못 나오면 권혁규 사장은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가게 문을 나갔다고 한다.

김기자 씨는 “처음엔 둘다 장사를 해보지도 않았고, 서투니 국수가 이상하게 나왔다”며 “그래서 초반엔  둘이 엄청 싸웠다”고 웃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손발이 ‘척척’맞다. 기자가 국수를 어떻게 빼는지 알려달라고 하자, 권혁규 사장과 김기자 씨는 마치 짜놓은 동선이라도 있는 양 국수 빼는 방법을 알려줬다.

권혁규 사장이 뽑은 국수면.
권혁규 사장이 뽑은 국수면.

국수 맛의 비결은 부지런함과 정성

권 사장과 김기자 씨는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국수 빼는 일을 한다. 반죽을 해서 국수가 나오면 이를 건조시킨다. 딱딱해져 자를 수 있을 때 국수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포장한다.

권혁규 손국수엔 소면, 중면, 생면, 우동, 칼국수면 뿐만 아니라 만두피, 식혜, 된장 등도 같이 판다. 요즘엔 면만 팔아선 가게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만두피도 직접 동그란 모양틀로 찍어낸다. 귀찮을법도 한데 이렇게 해야 맛있다고 했다.

국수엔 감자, 뽕잎, 단호박, 검은쌀, 쑥 등을 섞어 알록달록하게 만든다. 권 사장은 “보기에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국수라고 다를 것 없다”며 “알록달록하게 색을 만들어 꽃모양을 만들어 판다 ‘꽃국수’라는 이름으로 파는데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시장에서 '권혁규 손국수‘를 운영하는 권혁규(63), 김기자(57) 부부.
인천 부평시장에서 '권혁규 손국수‘를 운영하는 권혁규(63), 김기자(57) 부부.

"인생·사업 동반자는 아내, 함께 가게 이어갈 것"

권 씨 부부는 부평시장에서 유명한 잉꼬부부다. 하루 24시간 내내 같이 붙어있을 텐데 권 씨 가게엔 국내 방방곡곡을 놀러다닌 사진으로 빼곡했다.

기자가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부평시장 상인 몇몇이 나와 부부에게 “꼭 붙어서 웃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면서 몇마디 거들었다.

권 사장은 “몸은 힘들지만, 늘 가게를 찾아주는 단골손님을 보면 보람차다”며 “늘 그래왔듯 아내와 서로 도우면서 가게를 쭉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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