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요섭팀, 2017년 괌 동쪽서 발견
'이사부'에서 '정약전'으로 이름짓기까지 히스토리
국제 해저지명 등록 국가 간 경쟁 치열··· 의미 커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자산어보 등을 저술한 조선 실학자 정약전의 이름을 딴 해산(海山, 바닷속 산)이 국제 공식지명으로 확정됐다.

이 해산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요섭(51)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팀이 2017년 발견한 해산이다. 이 팀은 발견한 해산을 ‘정약전 해산’으로 명명해달라고 국제해양학위원회·국제수로기구 산하 해저지명 소위원회(SCUFN)에 요청했다.

한국이 한국어 해저지명을 국제 공식지명으로 등재한 것은 2018년 ‘KIOST 해산’ 이후 4년만이다. 이번에 정약전 해산이 등재되면서 세계 해역에 해저지명 58개를 보유하게 됐다.

박 연구원은 인천 출신으로 용현초, 광성중, 대건고, 인하대를 졸업했다. 다음은 박 연구원과 전화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기자말>

'정약전' 해산 위치.(사진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정약전' 해산 위치.(사진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정약전' 해산 위치.(사진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정약전' 해산 위치.(사진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2017년 북태평양을 지나다 괌 동쪽서 발견

2017년 북태평양 근처를 지나던 박요섭 연구팀은 괌 동쪽 520km 지점에서 해산을 발견했다. 해산은 바닥으로부터 높이가 1000m 이상인 지형으로 말그대로 ‘바다 속에 있는 산’이다.

박요섭 연구팀은 이사부호 심해용 다중빔 음향측심기를 이용해 해산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했다. 해산은 수심으로부터 바닥은 5900m, 꼭대기는 4629m로 1271m의 높이이며, 폭은 약 8km로 나타났다.

정상부가 움푹 침몰된 칼데라(강렬한 폭발에 의해 화산의 분화구 주변이 붕괴ㆍ함몰되면서 생긴 말발굽 모양의 우묵한 곳)과 유사한 지형적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현장에서 이 해산을 발견하고 육지로 돌아가 과거 문헌을 참고해 조사를 완료했다.

국제 해저지명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발견한 사람 이름이거나, 해양과학 발전에 기여한 사람, 형태적 특성, 배 이름 등이다. 단,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붙일 경우엔 그 사람이 죽은 후에 붙일 수 있다.

박 연구원은 "보통 1달간 배를 탄다"며 "현장조사를 마치고 육지로 돌아와 3개월동안은 과거 문헌이나, 여러 데이터들을 찾아본다. 자료를 종합해 해저지형을 파악하고 발견된 것인지 아닌지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박요섭(51)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사진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요섭(51)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사진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사부'에서 '정약전'으로 이름짓기까지

연구팀은 당초 이 해산을 ‘이사부 해산’으로 지으려고 했다. 현장 조사 때 타고 나갔던 배 이름이 ‘이사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부는 이미 등록돼 있는 해산 지명이라 다른 이름을 지어야 했다. 고심 끝에 연구팀은 ‘정약전 해산’으로 이름을 짓기로 결정했다.

정약전은 조선의 해양생물학자로 1801년 흑산도 연안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명칭, 분포, 생태 등 생태학적 특성을 자세히 서술한 자산어보를 편찬했다.

해저지명은 바다 밑에 존재하는 해저지형에 붙이는 이름이다. 해저지형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에서 지도를 생각해보면 쉽다. 지명이 있으면 찾아가기에 편하고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다. 해저지명은 해양과학자나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지표가 된다.

박 연구원은 "어떤 이름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타고 간 배가 '이사부'호여서 '이사부'가 가장 유력했지만, 있는 이름이라 하지 못했다. 역사 인물중 해양과학에 기여한 사람이 누굴까 고민하다 '정약전'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요섭(51)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사진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요섭(51)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사진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제 해저지명 등록 국가 간 경쟁 치열··· 의미 커

국제 해저지명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해양조사로 새로운 해저지형을 발견한 뒤 해저지명 제안서를 국제해양학위원회·국제수로기구 산하 해저지명 소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럼 해저지명 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등록된다. 이 과정에서 국제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파악한다. 자국어로 해저지명을 국제 해저지명으로 올리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한국과 일본 간 경쟁이 심한데, 세계 해도와 지도 제작 기관 등에서 국제 해저지명집에 등록돼 있는 이름을 표준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박요섭 팀이 한국어로 국제 해저지명을 올린 것은 의미가 크다.

박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해양 밑 지형 70%가 조사가 돼 있지 않다. 앞으로 해저지형을 계속해 발견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알려지지 않은 역사속 해양과학자들을 발굴해 국제 지명으로 등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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