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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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역대급 비호감 대선’. 그 비호감의 한쪽 당사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다. ‘토리’를 안고 침대에 누워 카메라를 응시하는 윤석열 후보의 사진은, ‘안본 눈 삽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대유행 시켰다.

사시 9수를 하는 동안 긴밀한 관계가 된 무속인에 대한 논란, 손바닥의 왕(王)자, 검찰을 사유화 했다는 고발사주 논란, 언론과 만남에서 드러나는 후보 자질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윤석열의 어떤 부분이 마음 들어 윤석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를 받고 있을까? 그 대답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즉, 윤석열은 윤석열이라서 지지를 받는 게 아니라, 민주당을 심판하려는 사람들의 의사를 대변하기에 지지받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대 대선은 ‘민주당문제’가 정면으로 쟁점화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민주당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선거마다 판판이 깨질 때, 왜 지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이길 대책도 없던, 그 시절부터 나오던 얘기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를 꺾고 승리하기 시작한 것은 민주당 자신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힘이라는 제3정당으로 인한 효과로 보수정당의 표가 분산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때도 민주당은 790만표를 얻은 새누리당에 비해 600만표를 얻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도 특성 때문에 당선자는 새누리당보다 1석 많아 제1당이 됐을 뿐이다.

그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이 있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고,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원만히 통제하기 위해 국민들이 집권당에 힘을 실어줬기에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탄핵국면에서 당선됐을 때조차, 낙선한 홍준표(24.0%), 안철수(21.4%), 유승민(6.85) 후보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문재인 당선자보다 표가 많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헌법을 수호할 역사적 책임을 가진 정당이지만, 그 정당이 대대로 ‘소수파’였던 것. 그것이 민주당 문제의 핵심을 이룬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했을까.

민주당은 소수파의 한계를 깨기 위해, 끊임없이 직선제 헌법을 쟁취했던 배경이 되는 ‘재야’ 혹은 재야의 정신과 단절하고, 자신의 정책을 보수화 해 왔다. 한편으론, 민주당이 1987년 직선제 헌법의 창조자이며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자신이 한국사회 진보적 정치그룹의 맏형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순이 지금의 ‘민주당 문제’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우리의 미래가 어때야 한다는 말을 1987년부터 지금까지 미뤄두고 있다. “독재의 후손들을 정리하고 나면”, “친일파 후손 정당을 저지하고 나면”, 그 때 얘기하자고 하고 있다.

나이가 40대인 사람까지는, 여전히 민주당을 기다려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30대는 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조국 사태’ 이후, 젊은이들은 더 이상 민주당에 미안함이 없다. 그들은 저 비호감투성이 후보 윤석열을 지지함으로써, 민주당을 심판하는 도구로 삼고자 한다.

20·30대가 나이가 어리다고 하지만 그들의 반감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임명묵 같은 29세 젊은이는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K-를 생각한다’라는 책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지금 20·30대의 반감은, 1987년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 온, 만들려고 했던 나라에 대한 성적표다. 그래서 중요하다.

민주당 문제가 선거의 가장 주된 쟁점이 된 지금, 이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민주당을 1987년 헌법을 수호하는 ‘보수정당’으로, 원래의 자리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민주화운동세력’, ‘재야세력’과 분리되는 것이다.

직선제 헌법을 수호하는 보수정당은, ‘보수’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당이다. 직선제 헌법은 생각보다 불안한 지위에 있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정국으로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의 승리가 예상되자 이화여대 김용서 교수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성립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군부 쿠데타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던 일을 보라.

그는 그러한 반 헌법적 발언에도 아무런 제약 없이 교단을 떠나 천수를 누리고 사망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의 촛불시위가 거세지자, 박근혜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려고 기획했던 바가 있다.

민주당의 역할은 이것만으로도 즉, 직선제 수호 보수정당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민주당이 1987년 이래 35년째 얘기해 주지 않는, 국민의힘을 이긴 다음의 미래에 대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찾아 나서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래 이러한 논의는 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독서모임에서 이뤄지던 것이지만, 1993년 이후 점차 정당·국회·행정부라는 ‘제도’ 내 논의로 좁아져 있다.

불평등과 기후위기가 미래를 위해 지금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 이미 기득권인 사람들이 촘촘히 명함을 가지고 있는 제도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제도 밖에서 미래를 웅성거릴 사람들의 모임, 20대 대선이 다시 호명한 이름은 이재명도 윤석열도 아니고 진짜 우리 얘기를 논의해 줄 ‘재야’라는 존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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