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다시 한 번 촛불을 들었던 국민을 모독했다. 올해 8월 공정과 정의를 내걸고 국정농단과 뇌물수수로 복역 중이던 재벌총수를 풀어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확립하더니, 이번엔 아예 국정농단의 주역을 사면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신년을 앞두고 2021년 12월 31일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정농단과 뇌물수수 등으로 복역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결정하자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를 농단한 세력을 촛불로 심판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모독이다.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은 2016년 시린 겨울 촛불을 밝혔다. 1500만 촛불이 민주주의 광장을 수놓았다. 여론은 국회를 움직였고, 국회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 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촛불을 든 시민의 힘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스스로 촛불을 배신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2017년 12월 취임 후 첫 특사를 결정하며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범죄와 반시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또한 스스로 걷어찼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로만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내년 7월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국정농단의 핵심이 모두 풀려나거나 사면됐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의 수사 결과만 보더라도 대통령 박근혜는 비선들의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주범이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익추구의 도구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범죄사실을 은폐하는 데도 사용했다. 심지어 탄핵 심판 피청구인 신분인데도, 국론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은 2017년 3월 대통령 파면 선고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런 박 대통령의 위헌ㆍ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헌재 재판관들은 탄핵 심판 선고 초입에 ‘헌법은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이는 1500만 촛불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다.

1500만 촛불은 세월호 참사 원인과 구조 실패 진상 규명,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 폐기, 쉬운 해고-노동법 개악 폐기,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ㆍ철도 민영화 중단, 사드 배치 철회, 굴욕적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폐기, 정권의 언론 장악 청산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사회대개혁을 바랐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대개혁은 멈 춘지 오래다. 개혁은 고사하고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가석방과 특별사면으로 답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허탈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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