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노동정책·인천 노동정책 평가
"지자체 노동정책, 시혜 지원에 그쳐"
"인천산업구조 고려한 노동정책 필요"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민선 7기 인천시가 서울형 노동정책을 참고하는 것을 넘어 ‘인천형 노동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평화복지연대, 정당 등 단체 26개가 구성한 인천지역연대는 박남춘 인천시정부 1200일을 맞아 ‘민선 7기 인천시 정책 토론회’를 13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이진숙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정책국장은 '노동' 분야 주제 발표를 맡아 국내 지자체 노동정책과 인천시 노동정책을 평가했다.

14일 인천지역연대가 '민선 7기 인천시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14일 인천지역연대가 '민선 7기 인천시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 인천지역연대)

지자체 노동정책, 시혜적 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지자체 노동정책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 ▲취약노동자 권익 보호 ▲노동시간 준수와 일자리 보호 등을 제시하며 처음으로 등장했다.

최근 5년간 여러 지자체가 노동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했다.

지자체는 주로 ▲생활임금제와 노동이사제 도입 ▲감정노동자 보호 사업 추진 ▲노동권익센터와 비정규직센터 설립 등을 중심으로 노동정책을 펼쳤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노동과 플랫폼 노동이 활발해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노동안전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지자체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보호 사업을 추진하는 등 노동정책 영역을 확대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노동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법·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자체 노동정책은 취약계층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친다. 노동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체계도 부족하다.

이 국장은 “지자체 노동정책이 나아지고 있지만 노동정책 대부분이 취약계층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시혜 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고 교섭구조를 확보할 권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어 “지자체마다 정책을 시행하는 조건이 다른 만큼 정책 초기 토대를 어떻게 구축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인천시, 노동정책 시행할 수 있는 조건 갖춰

이 국장은 시가 노동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노동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조례를 제정하고, 사업을 하기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노동정책 기본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시는 2019년 ‘인천광역시 근로자 권리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같은 해 일자리경제본부에 노동인권과를 만들었다. 또한, 2020년 연구용역을 진행해 올해 상반기에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노동정책 방향으로 ▲노동권익 보호를 위한 인천형 노동정책의 체계적 추진 ▲노동환경 개선으로 근로자 복지향상 ▲민·관 거버너스 활성화로 노동정책 효과 제고 ▲노동존중 인식 확산 ▲취약계층 포함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 마련과 실천을 제시했다.

인천 노동정책 기본계획.(출처 ‘민선 7기 인천시 정책 토론회’ 자료)
인천 노동정책 기본계획.(출처 ‘민선 7기 인천시 정책 토론회’ 자료)

기본계획과 함께 ▲고용률 ▲근로여건만족도 ▲노사민정활성화 목표도 수립했다.

현재 국내 8위(66.5%)인 고용률을 2025년까지 국내 1위로 만들고, 국내 특광역시 7개 중 4위(30.7%)인 근로여건만족도를 2025년까지 1위로 올릴 계획이다. 노사민정활성화평가는 2025년까지 국내 1위로 만들 예정이다.

산업 구조 고려한 ‘인천형 노동정책’ 마련해야

시는 노동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갖췄지만 ‘인천형 노동정책’의 방향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 국장은 “노동정책을 도입한 다수 지자체가 서울 노동정책을 참고하고 있다”며 “인천과 서울은 산업구조가 다른 만큼 노동정책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변화로 인한 일자리 변동, 기후위기 등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고려해 인천형 노동정책 방향을 세우고 우선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경.(사진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경.(사진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

서울은 제조업 비중이 낮기 때문에 공단 노동자를 위한 정책 비중도 낮다 . 하지만 인천은 제조업이 활발하고, 공항과 항만이 존재한다. 이를 고려해 ‘인천형 노동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이 국장은 시가 노동단체와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타 지자체는 다양한 노동단체와 토론·의견수렴을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시는 근로자 권익보호위원회와 논의 1번, 관계기관 토론회 1번이 의견수렴 과정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노동정책은 지원정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노동자·노동단체와 협의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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