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본부장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최전선에서 1년 6개월을 버텨온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을 촉구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호소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고, 정치권과 대통령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가 정부와 병원 경영진을 상대로 진행 중인 교섭에선 이런 목소리가 외면받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조 설립 이후 최대 규모로 이달 중순 소속 지부 124곳이 국내 의료기관 136곳을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인천에선 길병원, 부평세림병원, 신천연합병원, 인천기독병원, 인천보훈병원, 인천사랑병원, 인천성모병원, 인천의료원, 인천혈액원 등 9곳이 쟁의조정 신청 대상이 됐다. 해당 의료기관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전국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원종인 본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전국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원종인 본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까지 진행한 찬반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 찬성표가 나와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이제 중앙노동위나 지방노동위의 조정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다.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 의지가 높은 상황이라 오는 9월 2일 총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은 높다.

지난 26일 원종인(59)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장을 만나 총파업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원 본부장은 “지난해에 대통령까지 나서 보건의료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처우 개선을 약속했으나, 현장은 여전히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 4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78.7%가 ‘코로나로 자신의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또한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 70%, ‘감염병 질환에 대한 우려’ 80%, ‘인력이 부족하다’ 80%,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80%로 조사됐다.

이밖에 인력 부족과 육체적 정신적 소진, 감정노동, 감염병 시대 심리적 긴장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본부장.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본부장.

원 본부장은 “코로나 환자가 있는 격리병실은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만 들어갈 수 있는데, 청소 인력 등이 있어도 들어갈 수가 없어 간호사가 청소와 식사 보조, 택배 분류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며 “방호복을 입고 2시간까지만 일하라는 지침이 있어도 현실은 4시간을 일해야 하고, 4시간을 일하면 신발에 찰랑찰랑 땀이 찰 정도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구가 좋은 환자의 경우에도 여러명이 병실에 들어갈 수 없어 여성 간호사 1명이 감당해야 한다”며 “환자를 혼자 감당하다보니 어깨가 아파 팔을 못 올릴 정도가 되는 간호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 보다 보건 의료 인력이 많이 부족해 보건의료 인력 확충 요구가 계속 됐다. 현재 의료 인력 기준은 병상가동률이 68% 수준일 때로 계산했는데, 상급 종합병원의 경우 병상가동률이 80%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원 본부장은 “10여 년 전에 만들어 놓은 기준이고 병상가동률에 큰 차이가 있어 인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인력 확충을 요구에 동의를 하면서도 ‘인력 충원이 정확히 필요한지 연구하고 검토해봐야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지금 절박함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신종플루나 메르스 때와 만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며 “인력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와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을 감당하기 위해 지금 싸우지 않으면 정부와 의료기관들은 다시 끝없는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일을 반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얼마 전 노조가 조합원 공모전을 했는데, 1등 구호가 ‘환자보다 환자된다’였다. 이것이 현재 보건의료 현장의 현실이다”라며 “간호사 5명 중 4명이 이직을 고려하는 현실, 신규 입사자 절반이 1년 이내 퇴사하는 일자리는 정상적이지 않다. 우리도 정말 파업을 안하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본부장.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본부장.

인천에선 길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두곳이 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 대상이 됐다. 길병원은 민주노총 소속 보건의료노조 지부 설립 후 계속 갈등을 겪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조합원 탈퇴 공작 중지와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 탄압 금지, 총액 5.6% 인상 등을 요구했으나 교섭이 잘 안돼 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인천성모병원은 노사 관계가 정상화되기 전 10년 정도 갈등이 있었고, 때문에 임금도 계속 동결되거나 최소한의 인상만 있었다. 때문에 다른 지역 성모병원과 임금 격차가 커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임금 인상 요구와 교대제 근무자의 일요일 근무 임금 50% 가산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하다 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원 본부장은 “9월 1일 전야제를 진행하고 그때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라며 “코로나 시기에 환자를 두고 파업에 나서고 싶지는 않다. 많은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에 정말 감사하다. 정부가 나서서 파업 상황이 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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