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대중문화 산실의 역사를 간직한 두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천시 시민과 소통으로 이룬 결과물이자 궁극적으론 인천의 근ㆍ현대 역사와 소통한 일이다.

인천시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측과 중재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향후 교회 건물 감정평가 진행 후 중재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동구에 소재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1년 미국 감리교회 조지 E. 오글 목사가 세웠다. 인천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다. 1978년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한 곳이자, 노동자 권리 보호와 민주화 운동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교회는 화수화평재개발사업 예정지에 포함됐다.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원은 도시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으로 2009년 9월 최초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재개발사업은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에 지하 3층, 지상 29층 규모의 공동주택 3183세대를 짓는다. 시민사회단체는 교회 보존을 요구했으나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결국 철거를 포함한 정비계획을 승인했고, 시는 이를 고시했다.

시민사회단체가 거세게 반대했고 당시 이교회에서 총무를 맡았던 김정택 목사는 노구를 이끌고 30일 단식을 했다. 박남춘 시장은 시가 전향적으로 조정할 것을 지위했고, 김 목사는 단신을 풀었다.

시는 향후 교회 건물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해 정비사업 측과 중재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교회, 조합 관계자 등이 추천하는 이들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시가 시민사회단체, 교회, 정비사업조합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이룬 소중한 결과물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두 번째로 보존을 요구했던 애관극장도 매각 위기를 벗어나 건물을 유지하면서 공익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애관극장은 1895년 당시 한국인이 건립한 국내 최초 실내극장에서 출발했다. ‘협률사’라는 이름으로 전통연희를 상영했고, 축항사에 이어 애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근대 초기 신파극과 신극을 동시에 상영했다. 또한 한국 근대영화사의 요람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공공시설이 전무했던 일제강점기 인천 시민들의 문화운동이 발화했던 곳으로 인천의 문화적 자긍심이 높은 상징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거대자본이 투자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늘면서 애관극장은 위기를 맞았다. 애관극장도 건물을 신축하고 상영관을 늘리며 경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난 2018년 적자경영에 허덕이며 매각 위기에 처했다.

126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인천시 등 공공이 매입해 활용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하지만 소유주가 제시한 금액과 감정평가액의 차이가 컸다. 시가 매입을 하려고 해도 감정가 이상으로 매입하는 것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 감당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애관극장 소유주가 극장을 지키기 위한 인천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한 발 물러섰다. 감정평가액은 7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극장주가 이를 수용키로 했다. 매입방식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일단 매각위기는 벗어났다.

애관극장 보존을 위해 인천시는 시민사회단체 등과 민관협의체룰 구성해 매입방식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주의는 투표만이 전부가 아니다. 행정과 재정 등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 직접민주주의다.

인천시는 재정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고 있고, 행정에 시민참여 보장을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와 협의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갈등은 잘 관리하면서 해결 방안과 타협안을 찾는 데 있다. 소통을 강조한 민선7기 시정이 일군 두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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