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올해 하반기나 내년 철거 예정
부평구 “재개발 사업계획 변경 어려워”
"80년 역사 영단주택 몇 채라도 남겨야“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인천 부평구 산곡동 영단주택이 재개발로 철거를 앞두고 있어 보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평구는 산곡동 영단주택의 보존계획이 없다고 28일 밝혔다. 영단주택 일대는 현재 산곡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늘어선 영단주택 모습. 영단주택은 일제강점기 시절 군수산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늘어선 영단주택 모습. 영단주택은 일제강점기 시절 군수산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산곡동 87번지 일원 산곡구역 재개발정비사업 대상지에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군수업체 노동자들에게 보급했던 영단주택이 밀집해 있다.

산곡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10월 사업시행변경 인가를 받았다. 조합은 현재 관리처분을 위한 감정평가용역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 이후 영단주택 철거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철거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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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주택은 일제강점기 군수산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당시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전시체제 아래에서 조선의 병참기지화를 빠르게 진행했다. 국내 군수업체가 급증했고, 노동자들은 주택난을 겪었다. 일제가 1941년 설립한 조선영단주택(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은 표준주택을 만들어 집합주택 형태로 공급했다.

산곡동 영단주택은 부평에 있던 일제 군수공장 조병창에서 근무한 한국인 노동자들의 주거를 위해 1000호 가량 지어졌다. 당시 이곳에 근무한 노동자는 1만50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과 기지촌 여성들이 주로 살았다. 1968년 부평4공단이 조성된 이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린 노동자들이 살았다. 근현대사를 거치며 달라진 국가 정책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온 곳이다.

2014년 부평역사박물관은 인천민속학회와 진행한 학술회의에서 영단주택을 보존해 문화유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영단주택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학술총서 ‘부평 산곡동 근로자 주택’을 출간하기도 했다.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는 “영단주택을 전부 보존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단지 몇 채라도 원형 그대로 활용해야한다”며 “개발조합과 합의해 아파트 단지 내에 남기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다른 위치에 복원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개발 구역 선정 때부터 시민단체 등에서 영단주택을 보존하자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구가 재개발 인가로 보존·활용이 힘들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공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근대건축물을 철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영단주택 보존계획은 없다. 사업시행 인가가 이미 나와 사업 계획을 다시 변경하기 어렵다”며 “대신 올해 하반기 영단주택을 기록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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