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철거하고 재건축(개발)해 재산 가치를 높일 것인가, 보존해 역사적ㆍ문화적 가치를 살릴 것인가? 근ㆍ현대 건축자산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과 고민이다.

중구 애경비누공장과 가톨릭회관에 이어 동구 신일철공소와 중구 오쿠다 정미소 건축물 철거를 잇달아 보면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으로 철거될 처지에 놓인 부평구 영단주택을 보면서, 이러한 갈등과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건축물들은 일제강점기나 그 이후에 지어진 것들로 인천에서 전개된 일제의 수탈 역사, 근대 이후 산업화와 사회민주화 역사를 지니고 있었거나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고유의 역사적ㆍ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거나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존을 중심으로 한 활용보다는 철거하고 재건축(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거의 대부분 사유재산인 상황에서 지정ㆍ등록된 문화재가 아닌 이상, 소유자가 그냥 방치하기보다는 허물고 새로 지어 재산 가치를 높이거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그 개입은,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사회적ㆍ경제적ㆍ경관적 가치는 물론, 고유의 역사적ㆍ문화적 가치를 지닌 건축자산을 활용해 지역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고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건축자산 소유주에게 건축자산을 보존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역사ㆍ문화 보전이 일방적 규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 ‘자산화’ 기회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또, 건축자산이 원도심 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자산이자 거점 역할을 하게 적극 유도하고 지원해야한다. 건축자산이 몰려있는 곳을 건축자산 진흥 구역으로 지정해 건축물 특성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수선과 환경정비를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가치가 있는 건축자산을 지자체가 매입해 보전하는 동시에 지역주민 공유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적극적 정책도 필요하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시민 공감대 형성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나 전시, 다양한 체험 행사를 열어 건축자산 보존과 활용에 시민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울 북촌ㆍ서촌과 전주 한옥마을, 가까이는 강화군 ‘조양방직(과거 방직공장 건축물을 카페로 활용)’ 등에서 근ㆍ현대 건축자산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인천시도 ‘근ㆍ현대 건축자산 진흥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을 끌수록 소중한 건축자산이 더 많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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