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폐업상태... 방역태세 긴장감만 감돌아
텅 빈 여객기 전광판... 발 묶인 항공기 가득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노동자 코로나19 직격탄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국내외 여행객들로 붐비던 인천국제공항의 활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적막함은 이제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1년, 인천공항을 방문해 그 모습을 확인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광경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한파까지 겹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코로나19 이전 붐비던 모습과 비교하면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국내선 수속 입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국내선 수속 입구.

제1여객터미널 3층, 국제선 하늘길이 곤두박질친 만큼 국내선 탑승구가 열릴 리 만무했다. 인천국제공항은 대부분 국제선 여객기가 기항하지만, 국내 환승객들을 위해 일부 국내선을 운영하기도 한다.

인천공항 국제선 항공편 안내 전광판.
인천공항 국제선 항공편 안내 전광판.

19일 오후 2시 기준, 다음날 오전 5시 45분까지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로 떠나는 여객기는 고작 52편으로 나타났다. 안내 전광판에 항공편 목록이 꽉 찼던 시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폐쇄조치 한 탑승수속창구.
폐쇄조치 한 탑승수속창구.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된 로밍센터.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된 로밍센터.

‘COVID-19 Free Aiport’라고 인천공항을 홍보하는 광고판도 폐쇄된 탑승수속 창구와 비교하니 무색했다. 해외여행객들이 줄을 서야 할 로밍센터도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을 멈췄다.

하늘길이 막히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다.

활주로에 발 묶인 항공기들.
활주로에 발 묶인 항공기들.

일감 없어 한국 떠나는 외국인노동자들

말레이시아 출신 랍비(27)씨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2월 국내에 입국해 충청북도 음성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한국에서 3년간 일하기로 합의했지만, 코로나19 경기침체로 일감이 떨어져 1년여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국을 떠나는 말레이시아 출신 랍비.
한국을 떠나는 말레이시아 출신 랍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 여파가 외국인 노동자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랍비 외에도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 13만80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 555명이 사망했다. 랍비 또한 본국으로 돌아가면 2주 동안 격리될 예정이다.

인천공항에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인천공항에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제1여객터미널 3층 입구에는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내건 현수막이 즐비했다.

고용안정을 촉구하며 내걸린 하청노동자들의 현수막.
고용안정을 촉구하며 내걸린 하청노동자들의 현수막.

제2여객터미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입국장 내에서 발열검사와 방역조치를 하는 것과 달리, 제2여객터미널에서는 입국장 밖에서 방역인력이 방호복을 입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더 긴장감이 감돈다.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업계 타개책 ‘무착륙 여행’... ‘언 발에 오줌 누기’

간판이 켜진 면세점도 종업원만 대기하고 있을 뿐 손님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최근 저가항공업계가 시작한 ‘무착륙 여행’으로 주말에 면세점 이용객들이 반짝 생기긴 했지만, 면세업계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텅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텅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양이원영(민주당, 비례) 국회의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1월까지만 해도 인천공항 면세점 직원은 3만5047명(직고용 4344명, 하청 3만703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기준 면세점 직원은 2만1798명까지 줄었다.

특히, 실업 피해는 하청 직원들에게 집중됐다. 직고용 직원들은 10.2%(441명) 정도가 일터를 떠났지만, 하청직원들은 무려 4배에 달하는 41%(1만2808명)가 일터를 떠나 실직 직격탄을 맞았다.

김성원 민주노총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지부장은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면세업계에 공항상업시설 입대료를 최대 75%까지 감면해준다며 투입한 금액이 8000억 원이다. 그러나 혜택은 노동자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와 면세점사업자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뭘 노력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인천공항이 폐업상태에 빠지며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고용위기지역 지정은 아직도 요원하다. 항공산업 국제기구와 국내외 전문가들은 항공여객 수요 회복 시기를 2024년으로 점치고 있다. 그때까지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시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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