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첫 확진자 맡은 김진실 간호사... "방호복 이젠 익숙"
선제 대응 위해 병동 1개빼고 나머지 코로나 전담 병동 전환
여러 감염병 능숙하게 대처한 인천의료원... 공공의료 선도

인천투데이=백준우 기자 | 2020년 1월 19일 국내 유입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인천의료원에 입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한지 벌써 1년이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집단면역 형성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예정이다. 올해도 코로나19와 싸움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19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30대 중국인 여성이 검역 과정에서 발열 등 의심 증상을 보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의료원에 이송됐다.

직원과 의료진 모두 코로나 19가 생소하던 때였다. 다만 이미 ‘메르스’나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신종감염병을 겪었던 인천의료원은 이 사태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정확한 명칭도 없어 한동안 '우한 폐렴', '원인 불명 감염병' 등으로 불렸던 감염병이 각 나라에 빠르게 번지며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그 공포에 처음으로 맞선 간호사가 있다. 바로 인천의료원 감염관리실에서 근무하는 김진실 간호사다. 김 간호사는 모든 직원의 교육을 담당하며 1년 내내 신종 코로나19 최전선을 지켰다.

김진실 간호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젊은 공공의료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젊은 공공의료인상’은 국내 지역의료원 35곳에 종사하는 7년 이하 보건의료진을 격려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수여하는 상이다.

김진실 감염관리실 간호사
김진실 감염관리실 간호사

선제 대응 위해 병동 1개빼고 나머지 코로나 전담 병동 전환

감염관리실은 의료관련 감염과 해외신종 감염병의 감염감시 활동을 수행한다. 또 감시활동 결과에 따라 확인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를 개선하고 직원을 교육하며 훈련한다.

“평소에도 감염병관리, 외부기관의 평가준비, 국가지정입원 치료병상 운영관리, 법정감염병 관리 등 많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이 유행하면 현장에서 감염병 지역사회 확산을 막고 감염병을 치료한다”

김 간호사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병원 현장 모니터링을 하며 질병관리본부가 내린 방역수칙 등 여러 지침들을 우리 병원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시 뿐만아니라 코로나19 첫 환자를 완치시킨 이후 국내 여러 의료기관과 외부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의료원은 지역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선제 대응을 위해 병동 1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병동을 코로나 전담 병동으로 전환했다. 아울러 직원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침을 마련하고, 환자에게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안전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두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토대로 인천의료원은 지금까지 인천 내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으로 지역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부분을 담당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인천의료원에 감사한 마음을 담은 신년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직원 모든 분들에게 감사"

김 간호사는 “특히 코로나19 유행 초기 감염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정부 지침이 없어 환자를 돌보기 어려웠다”며 “다만 인천의료원은 국가지정 음압치료병동을 운영하며 ‘메르스’나 ‘에볼라 바이러스’ 등 여러 감염병에 대처한 적이 있어 이번 코로나19도 인천의료원만의 매뉴얼을 구축해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에도 신종감염에 대처하기 위한 훈련을 한다. 격리시설과 치료 장비가 잘 갖춰져있어 차분하게 첫 확진자를 담당할 수 있었다”고 한 뒤, “첫 확진자가 중국인이라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 환자 스스로 많이 불안해했다. 손짓 발짓으로 치료를 진행하다가 ‘아이패드’의 번역기능을 활용해 소통했다"고 전했다.

“하루는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길래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등 여러차례 격려하고 진심을 다해 치료하니 그제서야 1번 확진자도 마음을 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았다며 감사함을 병원에 전해 뿌듯했다”

김 간호사는 “병상마다 커튼 설치하는 것도 고민이 됐는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환자들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자며 커튼을 소독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참았다"며 "노인환자 한명한명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도 지켜봤다"고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공공의료인의 전문성과 고유성 살리며 하나된 마음으로 대응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공공병원이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이 찾는 병원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우리 인천의료원이 코로나19 위기에 잘 대응하면서 인식이 달라진 것 같다”

인천의료원은 1번 확진자 퇴원 후 치료물자와 의료소모품 확보에 나섰다. 1년 동안 국가지정 음압치료병상을 확충해 전문성을 키웠다.

인천의료원은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각종 세미나에 참석 요청과 각 지역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자 치료 관련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누적한 경험을 의료계와 적극 공유하며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김진실 간호사는 “직원들마다 지닌 전문성과 고유성을 살리면서 코로나19 대응에 하나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감염관리실이 병원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동시에 여러 병원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익숙해진 방호복... 병상 확보 의료인력 확충 전제돼야“

김 간호사는 국내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으니 금방 해결될 줄 알았으나 감염내과에서 환자들이 무증상일 때 감염력이 높아짐을 보고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2∼3월 1차 대유행, 수도권 위주의 8∼9월 2차 유행을 거쳐 11월 중순부터 두 달 넘게 3차 대유행이 진행됐다. 코로나19는 막대한 경제 피해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일상을 순식간에 바꿔놓았고 병원 체계도 바뀌었다.

인천의료원 의료인들은 자발적으로 외출을 자제하며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다. 의료원도 주기적으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문자를 보내며 내부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 간호사는 “겨울이라 고글같은 보호구에 습기가 많이 차 힘들다. 훈련때나 입었던 방호복은 이제 익숙해진 실정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높아져도 환자들 중증도는 낮아지지 않아 걱정”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또 “현재 정부와 병원이 일의 강도에 따라 균형있는 보상을 적절히 지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 다행”이라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사랑하는 가족들이 방역전선에서 힘이 나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시민 모두가 협력해 얼른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와 시는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의료인력 확충이 전제되지 않으면 치료가 이뤄질 수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당 지급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단기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국내 유입 1년 공공병원 확충과 의료인력 확보는 장기적으로 진행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간호사들이 사명감만으로 1년을 버텼다”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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