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상악화로 70일 이상 결항...운항시간도 문제
백령도 주민 의료·생업 큰 지장...운항 제도 개편해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주민들의 이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백령도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한 주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섬 주민에게 생명선과 다름없는 대중교통(여객선)을 확충해달라’는 청원글(클릭)을 게시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여객선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여객선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백령(대청)도는 인천으로부터 228km 떨어진 서해 최북단 변방이다. 여객선 3척(인천항~백령도 2척, 백령도~인천항 1척)이 1일 1회씩 왕복 운항하고 있으며, 편도 운항 시간은 4시간에서 6시간까지 소요된다.

이 주민은 “여객선이 뜨지 않으면 부모·형제가 상을 당하거나 내 몸이 아파도 마음대로 육지를 나갈 수 없다. 백령(대청)도 주민들은 병원 진료 10분을 받기 위해 2박 3일 이상 소모해야 합한다”며 “백령(대청)항로는 지난해 기상악화로 70일 이상 결항 됐고 50일 이상은 지연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민의 말에 따르면, 인천~백령(대청)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들은 선박 수리·점검으로 휴항이 잦다. 정기검사 기간에는 한 달 이상 휴항을 하지만 대체선박을 투입하지 않아 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

또한 승선권의 20%를 주민에게 우선할당하고 있으나, 여객선이 결항한 다음 날에는 이 또한 구하기 힘들다. 오히려 취소돼 생업에 지장을 받는 주민들도 부지기수다.

운항시간도 상당하다. 서북도서 선박운항규정에 따라 최단거리 항로가 아닌 우회항로로 운항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준공영제 운항 여객선은 평소보다 1~2시간 더 걸린다.

기상상태와 상관없이 국내 여객항로 중에 야간운항이 유일하게 허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항해관련 기술이 발달해도 국내법상 안개로 인한 여객선 출항통제의 시계(가시거리) 제한은 1km로 수십 년간 묶여 있다. 일본은 500m이다.

이에 이 주민은 ▲여객선 선박수리 시 대체선박 의무화 ▲인천~백령(대청) 항로 지정과 시간 단축(편도 4시간 이내) ▲야간운항 허용 ▲여객선 운항통제 시계제한(1km) 완화 ▲결항 시 다음날 주민 우선 선표 ▲인천항 선박 결항 시 선표 자동 순연제 도입 ▲신규 항로 개설과 여객선 추가 취항 등을 요구했다.

그는 “섬의 대표적인 문제인 병원의료와 여객선(대중교통)은 주민의 이동권과 생명권이 걸려있는 사안”이라며 “섬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지자체와 주민의 하나 된 목소리만이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백령도에서는 생후 50여 일 된 아이를 둔 20대 여성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으나, 열악한 여건으로 적기를 놓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처럼 서해5도 주민들의 의료·교통 환경은 열악한 상태다. 이에 서해5도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해 여객선을 확충해달라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현재 이 청원은 316명이 동의해 매우 저조한 상태다. 국민청원은 한 달 이내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야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