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열흘간 적설량 51cm... 배편 끊겨 제설 역부족
소청도 주민 지난주 치료적기 놓쳐 뇌경색증 숨져
서해5도민 국민청원 지속... “이동·생존권 보장하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최근 잇따른 폭설로 인천 서해5도를 오가는 배가 끊겨 주민들이 약 일주일 고립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소청도 한 주민은 치료적기를 놓쳐 뇌경색 중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매년 기상 상황에 따라 고립이 반복하고 있어 지난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백령공항건설 사업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폭설이 내린 백령도.(사진제공 독자)

최근 백령도에는 약 열흘간 50cm 넘는 눈이 내려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인천에 오후 1시 15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오후 3시 30분을 기해 인천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는 지난달 31일부터 대설주의보가 7차례 내렸다. 12일 새벽에만 눈이 9cm 쌓인 백령도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누적 적설량 50.6cm 기록했다.

백령면사무소 등은 제설작업을 펼쳤으나 염화칼슘은 금방 고갈됐다. 배편까지 끊겨 뭍에서 염화칼슘 공급조차 차단됐다.

하루 두 편씩 오가는 뱃길이 끊기면서 주민들은 고립상태에 빠졌다.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인천 연안부두에서 소청·대청·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모두 끊겼다. 다행히 10일부터 1편씩 출항하기 시작했다.

응급환자 인천 이송 최소 7시간 이상...소청도 의사조차 없어

소청도에선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주민 A씨는 “지난 주말 골든타임을 놓쳐 친척이 뇌경색증으로 별세했다. 소청도는 헬기 운항이 불가하고 서해5도 중 유일하게 의사가 없다”며 “지난해 지인의 어머니도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유명을 달리했다”고 소식을 전했다.

소청도는 면 단위인 백령도·대청도와 달리 소청리로 속해있어 보건지소가 아닌 진료소밖에 없다. 따라서 간호조무사만 있을 뿐 의사는 없다. 보건지소는 그나마 의사가 2명씩 상주한다.

A씨는 “행정선을 이용해 응급환자가 백령도 종합병원으로 후송되고, 1차 검사 후 헬기를 요청해도 인천으로 이송하는 데 최소 7시간 걸린다”며 ”응급의료 체계를 위해서라도 백령공항건설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백령도 등은 인천으로부터 228km 떨어진 서해 최북단 변방이다. 여객선 3척(인천항 모항 2척, 백령도 모항 1척)이 1일 1회씩 왕복 운항하고 있으며, 편도 운항 시간은 배별로 4시간에서 6시간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병원 진료 10분을 받기 위해 2박 3일 이상 소모해야 한다. 이마저도 기상악화 등을 이유로 운항하지 않으면 유사 시 마음대로 육지를 오갈 수 없다. 백령·대청 항로는 2019년 기준 기상악화로 70일 이상 결항했고 50일 이상은 지연 출발했다.

지난해 5월 백령도에서 생후 50여 일 된 아이를 둔 20대 여성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으나, 열악한 여건 탓에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해5도 주민들의 이동·생존권 보장 요구가 지속해 올라오고 있다.

기재부, 백령공항예타 제외...서해5도 주민 생존권 ‘나몰라라’

그만큼 서해5도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백령공항이 절실하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는백령공항 건설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500억 원 이상 국책사업은 기재부 예타를 통과해야만 추진 가능하다.

백령공항은 옹진군 백령면 솔개지구 25만4000㎡ 토지에 길이 1.2km, 폭 30m 규모로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을 갖춘 민·군 겸용 소형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740억 원을 규모이고, 준공 목표시점은 2025년이다. 인천시와 국토부는 2012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백령공항건설은 국토부 사전타당성 연구에서 B/C(비용 대비 편익값)가 2.19로 나타나 높은 사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가 높게 나왔고, 국방부도 동의한 사업이지만, 지난해 5월에 이어 두 번째 탈락했다.

2019년 1월 국방부와 국토부는 백령공항 건설을 조건부 승인했다. 국방부와 국토부는 처음 비행 방식 등에 이견을 보였다. 그 뒤 국방부와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계기비행(IFR)과 양방향(동↔서) 운항에 합의하며 결실을 보았다.

시와 국토부 등은 지난해 12월 심의 때 예타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 내년 타당성 조사와 2022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2025년 준공과 2026년 개장을 기대했으나 물거품 됐다.

인천시는 백령공항 건설사업 계획서를 더 보완해 올해 5월 기재부 심사에 다시 도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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