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의혹 속 건립 지지부진…연세대 ‘사면초가’
“인천시, 연세대 수익용지 환수해 직접 개발해야”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특혜를 받고도 착공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는 연세대학교가 송도 세브란스병원을 개원해도 상급종합병원이 될 수 없어 건립을 미루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시가 연세대에 공급한 수익용 토지를 환수해 제2인천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을 직접 개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도 세브란스 병원 등으로 사용 예정인 용지에 들어선 야구장과 풋살장.(사진제공 연수구)
송도 세브란스 병원 등으로 사용 예정인 용지에 들어선 야구장과 풋살장.(사진제공 연수구)

상급종합병원은 일반종합병원 대비 5%포인트 많은 가산 건강보험수가 30%를 적용받는다. 또한 선도적 의료기관으로 인정받는 부수적 효과로 종합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몰리는 점을 고려해 국내 10곳으로 권역을 정해 권역별로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인천은 경기서북부권역에 속해 있으며, 현재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ㆍ길병원ㆍ인하대의과대학부속병원ㆍ순천향대부속부천병원 등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있다.

지난 5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린 송도 세브란스병원 관련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임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송도 세브란스병원이 개원한다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한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종합병원 중 시설ㆍ인력과 진료 난이도 등을 고려해 정해진 기간마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한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6일 <인천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1000병상 급 세브란스병원이 송도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진료 실적, 진료 난이도, 전문 질환 치료 비율 등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뒤 “또, 기준을 충족했지만 상급종합병원 수도권 과밀 규제 방침에 따라 지정되지 못하는 종합병원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 교수는 “인천 전반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송도국제도시는 더 심각하다. 중급종합병원조차 없다”며 “송도에 필요한 병원은 응급시설 등을 제대로 갖춘 300병상 급 종합병원이다. 인천시는 추진이 지지부진한 세브란스병원에 목 맬 이유가 없다. 차라리 제2인천의료원 등 공공의료센터로 시가 직접 추진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인천 공공의료 지표
인천 공공의료 지표

송도국제도시 인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15만8353명이다. 하지만 당시 송도에 갖춰져 있는 병상 수는 164개였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1.04개로, 2017년 기준 국내 평균 13.5개에 한참 밑도는 수치다.

송도3동 주민 A씨는 6일 <인천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인천시가 연세대에 특혜를 주면서 병원을 유치하려한 이유는 송도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때문”이라며 “하지만 연세대는 병원 건립을 차일피일 미루며 시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천시가 연세대에 왜 이렇게 끌려다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연세대에 공급하기로 한 송도 11-1공구 땅(수익용)을 지금이라도 환수해야한다”라며 “송도 11-1공구 개발이익금을 최소 6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시가 직접 개발하면 그 이상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그 수익으로 종합병원 급 공공의료센터 등을 건립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합병원 건립비용을 보면, 통상 1병상 당 적게는 5억 원에서 많게는 7억 원을 추산한다. 송도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최대 35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송도 11-1공구 개발이익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가 지난해 실시한 ‘제2인천의료원 건립 타당성 연구조사’ 용역에서 제2인천의료원이 가장 필요한 지역이 인천 남부권(연수구ㆍ남동구)으로 조사된 만큼, 송도국제도시에 공공의료센터를 건립하자는 의견은 힘을 얻을 수 있다.

한성희 ‘건강과나눔’ 상임이사는 6일 “송도국제도시에 공공의료센터가 건립된다면 그 의미는 더 클 것”이라며 “시의 용역 결과도 인천 남부권, 그 중에서도 연수구에 공공의료시설이 필요하다고 조사된 만큼,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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