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부평을 책 읽는 도시로!
6. 책 읽는 부평, 어떻게 시작할까?

탄탄한 인프라와 민간운동은 강점

부평구는 비교적 탄탄한 독서 인프라(기반시설)를 갖추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소속 부평도서관과 북구도서관(평생학습정보관) 외에 부평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기적의도서관ㆍ갈산도서관ㆍ부개어린이도서관이 있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 무려 35군데에 달한다. 이뿐이 아니다. 내년 봄에는 부평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삼산도서관과 부개케이티(KT)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부평을 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공공도서관들과 민간도서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물리적 인프라에 더해 공공도서관과 민간도서관이 전개하고 있는 독서운동도 책 읽는 도시로 가는 중요 자원이다. 부평도서관과 북구도서관은 국민독서운동과 독서퀴즈대회 등으로 책 읽기를 장려하고 있으며, 민간영역에서도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와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부평지부, (주)부평신문사 등은 ‘책 읽는 부평’ 사업의 일환으로 산곡동과 부평5동에서 주민단체와 기업, 금융기관과 함께 릴레이 책읽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부평구와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는 ‘아가야,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생후 3개월부터 36개월까지의 영유아에게 책 꾸러미를 전달하고 부모교육을 지원하는 사회육아지원 프로그램인 북스타트를 6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부평구는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비교적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앞서가는 인천 남구와 경남 김해시

▲ ‘책 읽는 부평, 부평5동 만들기 추진위원회’는 10월 29일 ‘삼십년 뒤에 쓰는 반성문’의 저자 김도연 작가를 초청해 ‘작가와 대화’를 진행했다.
책 읽는 도시로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읽는 문화를 확산하는 일이다. 하지만 도서관 대출시스템과 도서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부평구는 통합도서대출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통합도서대출시스템이 마련돼 있으면 누군가 북구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뒤 부평도서관이나 기적의도서관, 또는 갈산도서관에 반납해도 된다. 그만큼 책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갖춘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가 인천 남구와 경남 김해시다. 남구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뒤 반납할 때 자기가 반납하기 쉬운 도서관에 반납하면 된다. 남구의 경우 이렇듯 도서 대출카드 한 장으로 교육청 소속 도서관과 남구가 직영하는 구립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부평구는 교육청 소속 도서관과 부평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도서관의 대출시스템이 달라 접근성과 이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례는 경남 김해시가 더 돋보인다.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의 대표적 도시인 김해시는 통합도서대출시스템을 갖춘 것은 물론 시가 한책읽기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 서구도서관 박현주 열람봉사과장은 “책 읽는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만 갖춰서는 안 된다. 통합대출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구축돼있어야 하고, 공공도서관에서 전개하는 독서진흥프로그램과 책을 통한 정기토론회, 그리고 한도시한책읽기를 통한 릴레이 운동 등이 병행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인천 남구와 경남 김해시의 이러한 시스템과 정책은 바탕에 단체장의 의지가 깔려있고, 또 도서관 정책(독서 정책)이 일원화돼있기에 가능했다. 남구의 경우 박우섭 구청장이 의지를 갖고 도서관을 직영케 했고, 나아가 교육청 소속 도서관과의 통합대출시스템 구축비를 투자했다.

현재 인천의 도서관 운영과 도서관 정책은 이분화, 삼분화돼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송원 사무처장은 “시교육청 도서관 따로, 시립도서관 따로, 구립도서관 따로 운영된다. 게다가 인천도서관협회까지 탄생해 협회가 시립도서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인천도서관정책은 고사하고 정책을 수립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민과 관, 우선 만나는 것에서 출발해야

거버넌스, 이른바 협치가 화두로 등장한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민과 관의 협력모델은 낯설다. 부평을 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주도만으론 한계가 있고, 민간차원의 운동만으로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부평을 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 속하는 부평구(평생학습과)ㆍ북구도서관ㆍ부평도서관ㆍ부평구문화재단과 민간영역에서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와 부평의제21 등 시민사회ㆍ주민 조직ㆍ지역 언론 등이 우선 만나야한다.

부평구에서 독서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각 기관과 단체의 실무책임자들이 모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에서는 일을 추진하는 행정방식이 있고, 민간에는 유연함이 있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 기관에서 ‘책 읽는 도시’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 각 기관과 단체마다 독서운동을 전개해 온 만큼 모여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 뒤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한다.

이와 관련,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두잉 백준수 관장은 “어떤 사업을 시행할 때 관이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고, 또 어떤 영역은 민간이 할 때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창의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책 읽는 도시 만들기와 관련해 민관협력 사업을 해본 적이 없다. 축적된 노하우가 없기에 시작은 어렵다. 그래서 한번 해보면 된다. 시민이 도서관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뒤 “아무리 민간의 유연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공기관의 행정과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민과 관이 협력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부평구의 의지, 도서관의 노하우, 민간의 참여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민관공동사업으로 범시민운동본부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 부평에서는 부평구청장과 북부교육장, 공공도서관장, 작은도서관협의회장, 주민조직 대표, 시민사회 대표 등이 참여하는 운동본부를 구성해 공신력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구청과 교육청, 공공도서관, 시민사회, 작은도서관, 주민조직 등에서 ‘책 읽는 도시’만들기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각 기관ㆍ단체 실무자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있어야한다. 집행위원회를 통해 각 기관과 단체의 역할을 명확히 한 다음 각기 계획서를 제출해 공동의 목표를 정한 뒤 사업을 추진하면 된다.

부평의 경우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진흥프로그램과 민간이 주도하는 한도시한책읽기운동, 북스타트 등의 독서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 어느 하나로 정리해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책 읽는 도시’를 만드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더욱, 각 기관ㆍ단체가 합의하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해야한다.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책 읽는 부평, 부평5동 만들기 추진위원회’ 류지현 운영위원장(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총무부장)은 “북스타트와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은 모두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으로, 지역에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운동”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책 읽는 사회로 가는 게 목표다. 예산도 중요하고, 공공도서관도 중요하다. 그래서 구청의 의지, 공공도서관의 노하우와 거점 공간 역할, 민간영역의 참여를 살려 도서관에서, 마을에서 주민들이 책을 즐겨 보는 문화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 서구도서관 박현주 열람봉사과장은 “책 읽는 도시는 궁극적으로는 마을 속에 책 읽는 동아리, 인문학이 살아 숨 쉬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이 역할을 주되게 추진하는 곳이 작은도서관과 시민사회, 주민자치단체의 역할이라면, 책 읽는 도시를 홍보하고 계몽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곳이 공공기관의 역할”이라고 한 뒤 “책은 취향이다. 강요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찾아 읽게 하는 것, 그게 문화다. 물론 이를 위해 계몽과 독서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수치에 매달리거나, 1~2년 안에 성과를 내려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문화는 1~2년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긴 안목을 갖고 준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