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부평을 책 읽는 도시로!
3. 원주의 미래를 일구는 책 한 권(하)

책 읽는 ‘사업’에서 책 읽는 ‘문화’로

▲ 원주 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가 2008년 선정한 책 ‘숨쉬는 도시 꾸리찌바’의 저자 안순혜 작가를 초청해 진행한 ‘작가와의 만남’ 시간.
1998년 시애틀에서 시작한 한도시한책읽기운 동(one book one city)이 시카고에서 성공한 후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의 대표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원주는 관주도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시작된 점이 흥미롭다.

민간에서 시작한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은 교육청과 시청의 지원 속에 나름의 안정된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을 시작한 원주지속 가능발전협의회와 원주투데이, 원주평생교육정 보관은 아직 만족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이유 인 즉 초창기와 달리 교육청과 시청이 지원하면서 안정적인 기틀을 마련하긴 했으나, 이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인 ‘모든 시민들이 책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

이를 두고 원주 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는 “국내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이 도입된 후 처음에는 관에서 주도했다. 그러나 관 주도로는 사업이 될 순 있어도 문화가 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원주에서는 민간영역에서 책 읽는 문화운 동을 통해 한도시한책읽기를 사업이 아닌 문화 자산으로 만들려했다”고 설명했다.

원주에서 첫해 원주출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좁쌀한알>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도시한 책읽기는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가 저마다 지닌 고유 업무가 있어 한도시한책읽기에 전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됐다. 소위 ‘머리(=가치와 정책)’는 있는데 ‘발 (=실천조직)’이 없는 형국이 발생했다.

당시 책을 구입한 뒤 보급하고 홍보하는 것만 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5회째 되던 해 원주에 있는 여러 단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도시 한책읽기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동참할 것을 요청했더니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결과를 보고 원주에서는 이 운동을 전담할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또한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이 책 읽는 ‘사업’에 서 책 읽는 ‘문화’로 가기 위해서는 이 운동을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전개할 운동본부가 필 요했다. 그 결과 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가 결성 된다.

한도시한책읽기가 사업이 아니라 문화로 가기 위해서는 민과 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범시민 운동이어야 하고, 운동을 통해 조직(=독서회)이 뿌리내리고, 이 독서회가 문화를 만들어가는 세포가 됐던 것.

학교 정착, 독서회도 26개 … 그래도 부족

▲ 권순형 ‘북리더’ 추진위원장.
원주의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은 처음 구상했던 수준으로는 못 갔지만, 학교는 비교적 정착되어 간다. 그리고 원주평생교육정보관에 등록된 독서 동아리만 무려 26개에 달할 정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면서 일선 학교 대부분의 학생들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을 읽는다. 28개에 달하는 독서동아리를 통해 원주의 책 읽는 문화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원주에서 (한 도시 한 책으로 선정된 책을 읽 은 인구를) 8만~9만명 얘기할 때 절반은 학생들이다. 참여한 단체들은 모두 읽었다고 가정하고 낸 통계이지만 실제로 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학생을 제외하고 아마 실제로 읽은 시민들은 1만 여명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끌고 가는 것이 이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 다”<오원집 원주한도시한책읽기 운영위원장>

학생과 시민 수만명이 책을 읽고, 동아리도 무려 26개에 달하지만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는 ‘시민들을 읽게 하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원주의 경우 공공영역에서 공공도서관이, 민간영역에서는 작은도서관과 ‘독서회(=독서동호회)’, ‘북리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원주에서는 주로 도서관을 통해서 선정된 책이 읽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원주평생학습교육관과 원주시립도서관, 문막도서관이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주평생학습교육관 서계녀 문헌정보과장은 “학교는 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있으면 된다. 시민들이 주되게 찾는 도서관이 나서서 이 운동을 적 극적으로 벌일 수 있다. 동네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도서관까지 하면 1년에 프로그램을 12개 정 도 운영할 수 있다. 안정적인 재원과 규모를 지닌 공공도서관이 동네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적극적 으로 지원하고 활용해 책 읽는 문화를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주의 자랑은 무엇보다 독서회다. 원주평생교육정보관에 등록돼 활동하고 있는 독서회만 무려 26개에 달한다. 한 독서회 당 대략 열 명만 있어도 일상에서 책 읽는 문화를 전파하는 독서문화 전도사들이 260여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독서회가 있어 도서관에서 책 읽기 릴레이는 다른 데보다 쉽다. 독서회별로 올해의 책을 읽게 권한 뒤 독서토론회를 연다.

서계녀 과장은 “무엇보다 원주는 도서관을 사 랑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 관이 주도해서 도서관을 만들어간다기보다는 일반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도서관이 만들어진다. 그게 한 도시한책읽기운동의 밑거름이다. 독서회가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의 밑거름이 되고, 다시 한도시한책읽기는 독서회를 낳는 게 중요하다. 원주에서는 그렇게 또 독서회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2011년, 책 전도사 ‘북리더’의 탄생

▲ 2011 한도시한책읽기 안내 현수막.
운동. 운동은 힘과 방향이 있어야 한다. 이미 원주에서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이 있다. 힘은 누구와 갈 것인가의 문제로 바로 시민이다. 그리고 이 시민을 만나러가는 주체인 마중물이 필요하다.

여전히 원주평생교육정보관과 독서회, 원주지 속가능발전협의회가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범시민운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힘이 필 요하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한 원주한도시한책 읽기운동은 새로운 동력을 창출했다.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을 전개하다보면 사람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책 읽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이를 전파하는 사람들, 중간중간 행사 때 일을 거드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바로 한도시한 책읽기운동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원주에서는 이를 ‘북리더’라고 한다.

북리더들은 원주를 누빈다. 행사가 열리면 가서 홍보를 하고, 저자 초청대화나 독서토론회가 열리면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상에서 책읽기를 권하는 것은 기본이다. 올해 5월 어 린이날 때는 한가족한책읽기운동을 전개해 참가 자를 모집한 뒤 책을 각 가정에 배송해서 읽게 하고 독후서평을 받았다.

초기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 운영위원을 지낸 권순형 북리더추진위원장은 “기존에는 학교가 주된 공간이었지만, 우리는 직접 시민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어린이날 행사장에서 가족이 이 책을 같이 읽는 가족릴레이운동 신청서 를 받았다. 200여 가족이 신청서를 냈다. 20여명으로 구성된 북리더들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운동의 취지와 책을 보내는 이유 등을 직접 써서 책에 붙인 뒤 ‘읽으시고 반송봉투에 넣어서 소감을 적어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된다’는 내용 을 적어 가정에 발송했다”고 말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신청했기에 아이들과 돌려 읽고 난 뒤 다시 돌려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배송된 책의 3분의 2가 되돌아왔다. 돌 아오지 않은 가정에는 전화를 걸어 ‘책을 정독하 시나 보네요’라고 가벼운 독촉을 하고, 분실한 경 우 1만원을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에 기부하라 고 안내했다.

북리더들은 북리더가 되기 전 원주평생교육정 보관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스스로 권위를 세우 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스스로 각오를 밝혔다. 아무리 자원한 일일지라도 독 서운동이 가시적인 일이 아니기에 하다보면 지치 기 마련이다. 지칠 때 그 동영상을 다시 보며 기운을 얻는다고 했다.

한도시한책읽기는 그 지역에서 소통하는 풀뿌리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원주가 달려온 8년보다 이후가 더 기대된다. 책 읽기를 통해 발생한 효과를, 그것도 수치적으로 얘기하라 면 더욱 어렵다. 이제는 원주시청 공무원들도 릴 레이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원주시청 공무원 몇 명이 참여했느냐보다, 원주시청 공무원들도 범시 민운동에 참여했다는 게 중요한 일이다.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현수 사무국장은 “시작할 때 10년만 해보자고 했다. 이제 2년 남았다(웃음). 이 운동은 하다보면 지친다. 성과도 잘 안 보이고, 그런데 8년을 해보니 원주에서 이 운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남은 것은 더 많은 참 여다. 10년만 해보자고 했는데 더 갈 것이라고 본 다. 길게 내다보고, 조급해 말고, 시민들을 믿고, 좌절하지 말고 부평에서도 꼭 성공하길 바란다” 고 강조했다.

▲ 원주평생교육정보관.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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