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부평을 책 읽는 도시로!
2. 원주의 미래를 일구는 책 한 권(상)

책 읽기는 소통하는 풀뿌리 문화 운동

▲ 2010년에 열린 원주시의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포식. ‘1940년 열 두 살 동규’를 한 책으로 선정했다.<사진제공·원주지속가능협의회>
“원주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책 한 권을 선정해 원주시민이 함께 읽고 느끼며 소통하는 풀뿌리 문화운동입니다. 책과 문 화를 통한 지역 통합과 지역공동체 형성을 추구합니다”

원주는 올해 ‘한 도시 한 책 읽기(one book one city)’운동 선정도서로 <지구구출 대작전>을 선정했다. 2004년부터 시작한 ‘책 으로 하나 되는 원주 만들기’ 운동이 8회째 를 맞이하고 있다.

해방 후 국가차원에서 독서 캠페인을 전 개해 60년이 넘었지만 오히려 독서 인구는 줄었다. 이에 원주평생교육정보관과 원주 투데이신문사,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독서와 독서교육이 지닌 가치에 주목하고 2004년 책 읽는 문화운동을 전개키로 마음 먹는다.

원주에서 민간주도로 시작한 ‘소통하는 풀뿌리 문화운동(=원주에서 한 도시 책 읽 기 운동을 표현하는 말)’은 당시 지방자치단 체의 예산 지원 한 푼 없이 시작했다. 돈은 없었으나 열정을 넘어 책 읽기 운동에 미친 (狂) 사람들이 있었기에 책 구입비는 어느새 십시일반 모아졌다.

이 운동을 제안했던 이는 원주평생교육 정보관 서계녀 문헌정보과장이다. 그리고 이 운동의 취지와 계획을 듣고 원주를 누비 며 사람을 모으고 돈을 모았던 이는 원주지 속가능발전협의회 제헌수 사무국장이며, 이 운동을 널리 알리고 보급에 앞장선 이는 원 주투데이 오원집 대표다. 원주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의 트로이카인 셈이다.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현수 사무국 장은 “처음에 서 과장의 제안을 받고 우리 가 초창기 사업 틀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한 푼도 없이 시작하는 일이라 돈 모으는 작 업부터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구상하고 지역사회 여론을 확산시켜갔다. 그 뒤 시청 과 시의회, 민간단체 등을 일일이 찾아가 설 명하고 설득하고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고 났더니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줬다. 그렇게 2004년에 시작한 책이 원 주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얘기를 다룬 < 좁쌀 한 알>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원주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원주 시교육지원청이 행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 운동을 지켜본 당시 원주시 문화예술과 는 운동의 취지에 공감해 2005년부터 예산 을 편성했으며, 교육지원청은 일선 학교에서 책 읽기를 장려해 원주에서 200개 학급이 이 독서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원주시장이 한 책 읽기 운동의 최대 수혜자?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원주시 선정도서]
· 2004. 좁쌀 한 알(최성현 | 도솔)
· 2005.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김병렬 | 사계절출판사)
· 2006. 배려(한상복 | 위즈덤하우스)
· 2007. 초정리 편지(배유안 | 창작과비평사)
· 2008. 숨 쉬는 도시 꾸리찌바 (안순혜 | 푸른자전거)
· 2009. 너 정말 우리말 아니?(이어령 | 도서출판 푸른숲)
· 2010. 1940년 열 두 살 동규(손연자 | 계수나무)
· 2011. 지구구출 대작전(서지원 | 도서출판 베틀북)

 

원주에서 ‘한 책 읽기’는 운동이다. 책 읽자는 캠페인만으로는 책 읽는 문화의 확산 이 어렵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시민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무턱대고 강요 할 순 없지만, 범시민적 운동이기에 처음에 쉬운 책을 접하게 해 어느 정도 강제성을 두 고 읽게 한 뒤 자연스럽게 다른 책으로 옮 아갈 수 있게 하자는 것.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이 구현됐다.

2004년 <좁쌀 한 알>로 처음 운동을 시작 할 때는 돈이 없어서 북카페를 열었다. 북카 페를 운영해 일일찻집을 하면서 작가도 초 청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본부’의 운영위원들이 원주에서 50명 정도는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니, 티켓 을 팔아 후원금도 모으고 동시에 책 읽기 릴 레이 주자로 나서도록 했다.

작가와의 대화와 백일장, 퀴즈대회, 독서 신문 만들기, 엽서 만들기를 진행했고, 지역 에서 열리는 축제마다 찾아가 홍보부스를 운영했다. 또 각 행사 주최 측에 시간을 내 어달라고 부탁해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을 설명하고, 동참할 것을 설득했다. 작가와 대화, 독후글쓰기대회, 퀴즈대회 등은 지금 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08년에는 선정도서 <숨 쉬는 도시 꾸리 찌바>를 토대로 ‘시장님께 편지쓰기’ 행사를 열어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 다. 현 원주시장이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의 최대 수혜자’라고 말할 정도로 이 책에는 남다른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현 원주시장 이 ‘제가 이 운동의 최대 수혜자’라고 공공 연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원주시민들이 책을 통해 생태도시 꾸리찌바를 접하면서 도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도시공학 석사 출신인 본인이 당선되는 데 한 책 읽기 운동의 덕을 봤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이 운동 자체가 원주에 그만큼 파급효과가 있다는 것 을 말해주는 에피소드일 뿐이다.

이를 두고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 오원집 운영위원장은 “한 책을 같이 읽으면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느꼈다. 2006년 < 배려>라는 책이 읽혀지기 시작한 후 사람들 대화 속에서 농담처럼 ‘내가 배려해야지’ 하 는 이야기들이 돌았다. 서로 다른 책을 읽었 다면 그것이 농담이 될 수 없었고,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을 같이 읽음으로써 대화가 되고 서로 공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독서량을 늘려야한다. 우리사회 의 공감대와 다원적 민주주의를 만들뿐만 아니라 갈등과 이슈를 같이 고민해볼 수 있 는 계기를 형성해주는 책 읽는 문화는 정말 중요한 문화운동이다”라고 강조했다.

책 들고 마을 속으로, 주민 속으로

▲ 오원집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 운영위원장.
2009년 <너 정말 우리말 아니>를 선정했을 때는 우리말에 관한 3개월 특강을 진행 했는데, 특강이 끝나고 나서 우리말 동아리 인 ‘맑을 살’이라는 독서회가 생겼다. 서계녀 과장은 “원주평생교육정보관에 이로써 26 번째 독서회(동아리)가 탄생했다. 독서동아 리는 책 읽기 운동에서 가장 중요하고, 남겨 야할 성과”라고 지목했다.

원주의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의 특징 중 하나는 시민사이에서 이 운동이 펼쳐지 고 있는 ‘주민운동’이라는 점이다. 학교와 도 서관이라는 안정적인 거점을 통해 꾸준하게 릴레이 운동이 전개되는 것과 더불어, 원주 는 마을에도 주목했다.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는 이 운동 의 ‘모델마을’을 만들어 그곳 주민들이 주도 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는 조병 진 원주시 주민자치위원회장의 도움이 컸다. 아파트 자치조직과 협의한 뒤 관리사무소에 책을 맡겨놓고, 책이 각 호마다 릴레이 되다 가 관리사무소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제현수 사무국장은 “여러가지 방법을 실 행해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했다. 아파트의 경우 책이 꼭대기 층에서 아래층 내려갔다 가, 다시 올라가는 운동도 했다. 지금도 실무 적인(=책 나눠주고 수거하고 하는) 일들을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하고 있다. 봉사하는 분들이 있어 가능하다. 어제(10월 6일)도 초 등학교에서 200권을 요청해 가져다주고 왔 다”고 말했다.

원주에서는 어떻게 시작했나?

▲ 제현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원주의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민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민관이 함께 펼치는 풀뿌리 독서운동으로 성장했다. 어떻게 시작했을까?

우선 독서운동에 대한 강한 믿음과 긴 안 목 그리고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있었다. 그 리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기지 역할을 하는 공공도서관이 중요했다. 또한 운동은 재정 과 조직을 필요로 하기에 원주시와 원주교육 지원청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원주에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전 개키로 마음먹은 뒤 서계녀 과장과 오원집 대표, 제현수 사무국장은 원주를 누비며 이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는 각급 기관 인사들 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세 사람 외에 시의회 의원, 주민자치위원 장, 시립도서관장, 교육청 장학사, 국어 교사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더불어 책 선 정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선정위원회를 별 도로 구성해 초·중·고 교사와 대학교수, 도 서평론가, 지역 문인 등이 참여토록 했다.

선정위원회는 책을 선정한 뒤 릴레이 운 동 중간에 들어서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위원회로 전환되고, 3월 선포식을 진행 한 뒤 운영위원회는 학교와 도서관, 기업, 마 을(주민자치조직)과 더불어 12월까지 본격 적인 릴레이 운동을 전개한다. 운동 중간 중 간 감상문대회와 퀴즈대회, 저자와의 대화, 독서토론회 등을 연다.

▲ 서계녀 원주평생교육정보관 문헌정보과장.
서계녀 과장은 공공도서관이 참여해야 공공성이 담보된다며 공공도서관의 중요성 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공공도서관이 자체 적으로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할 수 있 는 프로그램이 무척 많다. 또 공공도서관이 지역 내 작은도서관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청과 시청의 후원을 끌어내야한다. 교육청이 후원단체로 들어오지 않으면 운동의 파급력 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운영위원의 경우도 실제 일할 사 람으로 구성해야한다. 예를 들어 일반사서 가 들어와서는 운동을 추진하기 힘들고, 견 인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과장정도는 돼야 한다. 끌고 갈 수 있는 사람 즉, 공공도서관 만 의지를 가지고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 뒤 “교육청이 의지가 있으면 효과는 배가 된다. 학부모 모임에 교육청에서 책을 읽고 해봐라 그러면 학부모들이 책을 읽는다. 어 쩌면 교육청 장학사 한 명의 의지가 도서관 보다 독서문화를 확산하는 데 더 파급효과 가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첫해 원주지속가능협의회는 시민 사회단체와 주민조직을 조직해 주로 릴레이 운동 전개를 맡았고, 신문사는 홍보를 맡았 다.

2004년 첫해 원주투데이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자원봉사자들이 선정된 책을 읽게 한 단체들의 사진을 찍어 신문에 보도했다. 원주평생교육정보관은 선정도서 200권을 1 인 도서대출 제한량과 별도로 추가 대출했 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선정도서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8년을 맞이한 원주는 지금, 더 시민 속으 로 들어가기 위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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