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서해 남북교류 활성화 방안 2. 서해 남북교류는 인프라 구축부터(상)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에 전 세계 출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한 지난 24일(한국 시각)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를 놓고 미국 언론조차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트럼프의 경솔함을 비판했다.

미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북한은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언제든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또한 25일 “예정된 정상회담이 열리거나 나중에 어떤 시점에 열릴 수도 있다. 아무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북미 모두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다시 우리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교류와 경제협력 사업의 물꼬를 다시 트는 마중물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 사업이 모두 유엔의 대북 제재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도 대북 제재를 풀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유엔의 대북 제재 해소가 남북 경협 등의 선결 과제라,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 정세 안정에 바탕을 둔 동북아 경제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 말처럼 12일에 열릴지, 아니면 연기될지 이목이 집중돼있다.

‘일대일로’와 한반도 신경제 지도 이을 물류인프라

중국 일대일로와 한반도 신경제 지도.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 지도의 핵심은 동해ㆍ서해ㆍDMZ 벨트 3대 벨트다. 부산에서 금강산과 원산, 라진선봉(나선)을 거쳐 러시아 하산을 잇는 동해 벨트는 에너지ㆍ자원 벨트다.

금강산과 원산 단천, 청진, 나선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부산발 동해선을 북한을 경유해 러시아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북한 경제개발구 25개 중 라진선봉, 청진, 북천, 흥남, 현동 등이 동해안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나아가 설악산과 원산을 잇는 국제관광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라진선봉 경제특구의 경우 러시아 하산과 연결해 복합물류 사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도 추진했던 것으로, 러시아 물자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하산까지 연결하고, 나진까지 추가로 54km를 연장해 TKR(한반도종단철도) 동해선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남측 부산항과 포항항이 주요 거점이다.

두 번째로 서해안 벨트는, 남측 수도권과 인천항을 개성공단, 해주, 평양, 남포, 신의주와 연결하고, 나아가 중국 동부 연안 개발구(중국 1ㆍ2세대 경제특구), 3세대와 4세대 경제특구인 환발해 경제권과 징진지 경제권(베이징, 톈진, 허난)을 연결해 이른바 환서해(황해) 경제 협력 벨트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우선 경의선을 개ㆍ보수하고 신경의선 고속도로와 서울~베이징 고속철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제2 개성공단 건설, 서해 평화경제지대 조성,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서해 복합물류 등이 핵심이다. 북한 경제특구 중 압록강, 와우도, 강남, 강령특구 등이 서해안 벨트에 해당한다.

서해는 남북 갈등에 남ㆍ북ㆍ미ㆍ중 갈등이 얽혀 있는 만큼, 다자간 경제 협력으로 평화경제벨트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서해 벨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부산역을 출발해 나선까지 연결하는 동해선이 TKR 동해선이라면, 목포역을 출발해 서산과 평택, 인천공항을 거쳐 개성, 평양, 신의주까지 연결하는 건 TKR 서해선이다. 단동까지 연결하면 중국 고속철도와 바로 연결할 수 있다. 인천항은 대 중국 항만과 교역의 든든한 교두보다.

세 번째는 비무장지대 환경관광 벨트다. 한강 하구부터 경기ㆍ강원 접경지역을 생태ㆍ환경ㆍ평화 관광벨트로 구축하는 것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일대일로(2014~2049년, 35년)는 육ㆍ해상 신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지대’(one belt)로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신실크로드 경제 벨트를 뜻한다. 주요 물류인프라는 TCR(중국횡단철도)이다.

‘일로’(一路)는 ‘하나의 길’(one road)을 가리킨다. 북중국 항만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를 거쳐,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뜻한다. 이 일대일로와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최대 교집합이 바로 서해다.

개성공단 국제화하고 물류인프라도 국제화

북미 정상회담 진전으로 남북 경협이 재개되면 북한의 낮은 인건비에 기댄 경협에 그칠 게 아니라, 전기ㆍ통신ㆍ가스ㆍ철도ㆍ도로ㆍ항만ㆍ공항 등의 사회간접자본 물류인프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해 추진하고, 투자 시 국제 합작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동이 멈춘 개성공단은 지난 2013년 4월에 이어 2016년 2월 두 번째로 중단됐다. 첫 번째 가동 중단은 북한이 했고, 두 번째는 남한이 했다. 남북이 평화와 민족공동번영을 위해 조성했지만, 남북 갈등에 입주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

개성공단의 최대 불안 요소는 남북 갈등이다. 개성공단이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선 중국 경제특구 사례를 타산지석 삼을 필요가 있다. 남한 자본에 중국이나 일본, 미국 자본이 결합한 형태로 개성공단에 진출해 남북의 정치적 갈등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때 대만 자본과 더불어 화교 자본을 끌어들였다. 중국이 1980년대 썬전과 샤먼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개방했을 때, 홍콩 등의 화교 자본에 타이완 자본이 결합해 들어갔다. 그 뒤 한국, 일본, 미국 자본도 들어갔다.

최정철 인하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은 물론 제2 개성공단에도 한국 자본과 국제 자본이 합작해 진출하는 방안을 활성화해야한다. 아울러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강화~개성 고속도로와 철도, 강화~해주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과 공항에도 국제 합작투자를 유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과 연결된 물류인프라는 개성과 연결된 육로와 경의선이 전부다. 인천과 남포를 운항했던 화물선 정기 항로는 5.24조치로 전면 중단됐고, 항공기 운항은 참여정부 때 부정기적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운항한 게 전부다.

남북관계 개선 시 남북을 잇는 도로와 철도를 현대화하고, 철도를 중국 철도와 러시아 철도에 연결하며, 남한에서 북한을 오가는 해운 노선과 항공 노선을 신설하고 북측 항만시설과 공항시설을 확충하는 걸 국제 경협으로 추진하는 게 요구된다.

강화~개성과 강화~해주 고속도로·철도

강화~개성 고속도로(철도)와 강화~해주 고속도로(철도) 예상 노선.

개성공단은 현재 전체 부지 800만평 중 1단계(100만평)만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향후 남북이 합의한 대로 2단계와 3단계 공사를 완료해 800만평이 가동되면, 이는 남동공단 300만평보다 큰 공단이 탄생하는 것이고, 종사자와 생산량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개성공단에 필요한 원ㆍ부자재와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운송할 물류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즉, 개성공단의 물류가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으로 연결돼야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필요한 물자를 수도권 과밀지역을 관통해 항만과 공항으로 운송하는 것은 물류 왜곡이다. 개성에서 강화를 거쳐 바로 인천공항과 인천항에 연결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동시에 이를 소화할 물류단지는 영종도가 최적지이다.

그래서 남북 경제공동체를 위한 첫 번째 물류인프라 사업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강화를 거쳐 개성을 잇는 강화~개성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강화에서 교동을 거쳐 해주를 경유해 북측 강령 경제특구를 연결하는 강화~해주 고속도로와 철도 건설 사업이다.

10.4선언 때 남북은 해주지역에 경제특구를 만들기로 했고, 북한은 2014년 7월 강령군 강령읍 일원을 경제개발구인 강령국제녹색시범구로 지정했다. 강령국제녹색시범구는 북한의 15번째 경제특구로, 북한 당국이 직접 관리하는 경제개발구다.

강령에 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개성공단과 마찬가지로 원ㆍ부자재가 들어가고, 생산제품을 반출할 수 있는 물류인프라가 있어야한다.

이 지역은 북한 해군 8전대가 있는 곳으로 연평도 바로 앞이다. 북한 입장에선 군사적 요충지다. 그런데 북한이 경제개발구로 지정하고, 외국 자본을 끌어와 국제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이 또한 남북 경제 협력을 넘어 다자가 참여하는 국제 경협으로 확대해야한다.

TKR 서해선은 TCR에, TKR 동해선은 TSR에 연결

한반도 신경제 구상 중 서해 벨트의 핵심은 경의선 축이고, 동해 벨트의 핵심은 동해선 축이다. 경의선을 각각 중국 철도와 러시아 철도와 연결하는 사업이다.

동해선의 경우 부산역을 출발해 금강산과 원산 나선을 거쳐 하산으로 이어지는 반면, 서해선의 경우 경의선만 연결되지 나머지 인천, 평택, 서산, 익산, 목포 등은 제외돼있다.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구축할 경우 신경제 구상에 맞게 동해선이 부산을 출발해 러시아 하산에 연결하는 만큼, 서해선을 목포에서 출발해 인천을 경유해 개성과 평양, 신의주를 거쳐 중국 단동에 연결하는 게 과제다.

이 같은 TKR 서해선과 TKR 동해선이 건설될 경우, TCR(중국 횡단철도)ㆍTSR(시베리아 횡단철도)ㆍTMGR(몽골 종단철도)ㆍTMR(만주 횡단철도)과 연결돼,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운송망을 확보할 수 있다.

TKR 서해선이 신의주를 건너 중국 썬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면 TMGR과 만나 TSR로 연결되고, 베이징에서 정저우로 가면 TCR과 연결된다. 또 썬양에서 하얼빈으로 가면 TMR과 연결돼 TSR로 연결된다. TKR 동해선은 라진선봉에서 중국 투먼을 경유해 TMR로 바로 연결되고, 러시아 하산을 거쳐 TSR과도 바로 연결된다.

최정철 교수는 철도 사업에도 국제 합작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철도공사가 맡아 주도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중국ㆍ러시아ㆍ몽골 등 국제 자본과 합작으로 투자하는 게 안전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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