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반환 미군기지 활용 방안 ①

연 재 순 서
1. 부평미군기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2. 부산 미하야리야 부대 활용 계획
3. 경기도 의정부시 반환 미군기지 활용 계획
4.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와 활용 계획
5.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와 합리적 활용 계획

20세기 초 부평은 전형적인 농촌사회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부평은 1910년 부평수리조합이 구성되면서 곡창지대로 성장하기 시작해 일본제국의 만주침략을 기점으로 공업도시로 변모했다. 지금의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Camp Market)와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는 토지는 일제의 군수공장으로 활용됐고, 해방 이후에는 주한미군에 의해 군수기지로 사용돼 왔다.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여 군사적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진 캠프마켓은 1996년부터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돼 반환 또는 이전운동을 벌이면서 인천시민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2002년 3월 한국 정부와 미군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의해 캠프마켓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도심화로 고착화된 부평지역에서는 부평미군기지 활용 방안이 지역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본지는 경기도와 부산시, 일본 오키나와의 반환 또는 반환예정 미군기지의 실태와 활용 계획 그리고 환경오염 치유 과정 등을 조명해 부평미군기지의 합리적 활용 계획을 도출하고 환경오염 조사와 치유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한국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담은 ‘부평미군기지’

▲ 한국전쟁 후 부평미군기지 전경의 일부.
앞서 언급했듯이 1930년 이후 일제가 만주침략을 본격화하면서 군수물자를 대기위해 경인공업지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부평공업단지가 조성됐으며, 일제는 부평을 군수공장의 중심으로 삼았다. 부평의 공장들은 대부분 금속과 기계를 다뤘고, 일제는 1939년에 일본 육군 조병창을 현재의 캠프마켓 주변에 만들었다.

부평1동 동아아파트, 대림아파트, 욱일아파트와 산곡동 현대아파트, 우성아파트 그리고 옛 화랑농장 주변이 당시의 조병창 터다. 일제는 1940년 조병창을 확장하는 공사를 하기도 했다. 조병창에서는 소총, 탄약, 수류탄, 경차량 등이 제작됐다. 조병창 종사자에게 징용을 면제해줬기 때문에 부평에는 전국에서 청년들이 몰려들었고, 이에 따라 지금의 부평3동 신촌과 부평2동 삼릉에는 징용을 피해 군수공장에 취직한 청년들이 정착했다.

부평구가 지난해 발간한 <부평사>에 따르면, 조병창의 월 생산능력은 소총 4000정·총검 2만정·소총 탄환 70만발·포탄 3만발·군도 2000정·차량 200량 등으로, 부평은 대륙병참기지의 핵심지역으로 부상했다.

해방과 6.25전쟁 후 조병창 부지는 ‘미군수지원사령부(ASCOM)’가 주둔하며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다. 미군기지는 해방 후 6.25전쟁까지 부산항과 인천항을 통해 공수된 군수물자의 주요한 보급기지 역할을 했고, 그 역할 규모는 축소됐으나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51년 이후 캠프마켓에는 보급·의무·공병·통신·항공부대 등이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1960년대 중반에는 미군해병참모본부와 인천병력교체대기소가 편제돼 운영되기도 했다. 부평미군기지는 부산의 미군 하야리야부대와 함께 주한미군에 군수물자를 보급하는 일을 주요 역할로 했다. 부산은 부산항으로 들어온 군수물자를 배분하는 역할을 했다면, 부평은 휴전선 인근에 주둔한 미군부대에 전쟁 물자와 빵 등의 식량을 보급하는 보급창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7년 2월 10일자로 미군이 작성한 내부 문건(‘UNITED STATES ARMY DEPOT’)을 보면, 1950년대 에스컴 시티(ASCOM CITY)에는 6의무보급창·제4통신대·미육군종합보급창인 제55 보급창·195-330-74병기중대, 제728헌병대(Company ‘D’), 캠프마켓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 7개의 육군 보급창고가 있었고, 이들을 총괄하는 종합 보급창인 미8군 보급창이 이때 조직됐다가 1973년 6월 30일 한국 국방부로 넘겨지면서, 보급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 캠프마켓이 등장한다. 이는 에스컴(ASCOM=Army Service Command)의 해체를 의미하고, 현재의 캠프마켓으로 변화한 전환점이다.

이에 따라 과거 부평에 소재한 미군기지들은 용산 등으로 흩어진다. 1971년 121후송병원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부평미군기지 내의 부대와 시설 대부분은 경상북도 왜관에 있는 캠프 캐롤(Camp Carroll)로 옮겼다. 55헌병대(55th Military Police Company)와 베이커리(Bakery)등 일부의 시설만 남아서 현재의 캠프마켓으로 불린다.

축소된 지역에는 한국군 공수부대 등이 주둔해오다 1980년부터 군부대가 지방으로 이전함에 따라 현재의 대규모 공동주택들이 들어섰다. 이로 인해 에스컴 시티(ASCOM CITY)로 불리던 부평미군기지는 캠프마켓으로 축소됐고, 1973년까지 2400여명의 노무자가 실직했다.

반환운동 6년 만에 반환결정, 시민이 되찾은 우리 땅

▲ 지난해 8월 인천시가 개최한 ‘부평미군기지 활용 방안’ 시민공청회.
“부평미군기지 반환·이전운동은 인천시민운동사와 반미·반전운동사에서 한 획을 긋는 운동으로, 시민과 함께해서 승리할 수 있었고 그 힘으로 현재까지 왔다. 타 지자체와 다르게 인천시와 부평구는 시민들의 바람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다”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한상욱 공동대표는 부평미군기지 반환 운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부평미군기지 반환운동은 1996년 5월 17일 부평역광장에서 개최된 ‘5·18광주민중항쟁 16주기 기념식’에서 시작됐다. 최근 해산한 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연합 주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서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는 선언이 공식적으로 선포됐다. 이들은 미군기지 반환 10만인 서명운동, 인간 띠 잇기, 각종 공청회, 농성과 집회 등을 진행하며 부평미군기지 반환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내기 시작했다.

인천연합과 인천대·인하대 총학생회 등 14개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돼 1996년 7월 8일 추진한 인간 띠 잇기 행사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연행되거나 구속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시민회의)’와 ‘부평미군부대 공원화 추진 시민협의회(부공추)’가 각각 결성됐다.

시민회의는 1996년 9월 20일 20여개 지역사회단체의 참여로 발족했으며, 토요집회나 강연회, 공청회를 개최했다. 또 미군기지 24시간 시민감시단 활동, 걷기대회, 21개 동 동시다발 1인 시위 등을 진행했다. 특히 시민회의는 2000년 5월부터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상징한 부평미군기지 옛 정문 앞 24시간 천막농성을 주도했다. 2002년 3월 29일 반환이 결정될 때까지 천막농성은 674일 동안이나 이어졌다. 한상욱 공동대표에 따르면, 당시 시민들은 천막 농성장을 끊임없이 방문해 음료와 성금 등을 지원했다.

부공추는 1997년 3월 부평시민모임·부평청년회의소·인천지역 감리교목회자협의회·부평사랑회 등이 참가해 발족했다. 공청회 등을 통해 미군기지 이전 요구 목소리를 모아냈다.

반환시점 불투명…개발비용 6065억원(국·시비) 투입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르면, 캠프마켓은 2008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해야한다. 하지만 평택 미군기지 조성이 예산 부족 등으로 늦춰지면서 현재 이전 시기가 불투명하다. 2011~2012년 가능설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2014년이나 돼야 이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평택미군기지 조성 사업이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돼야하기에 당초 계획보다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반환공여구역에 대한 국비와 지방비 지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작성한 ‘미군 반환기지 활용 계획’에 따르면, 부평 캠프마켓 44만㎡를 공원과 공공청사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시비 6065억원이 연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반환공여구역의 토지를 지자체가 매입할 때 도로·공원부지는 국비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인천시는 부평미군기지 일대를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공원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인 10월 21일 부평미군기지 일원에 대한 세부 토지이용계획(도시 관리계획)안을 공람 공고했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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