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도시의 새로운 대안, 도시농업 ⑧

농촌에 비해 많은 사회적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살기에 편하다고 하는 도시는 사실 산업화, 근대화 등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심각한 교통문제, 먹을거리의 안정성 불안, 쓰레기 문제, 아토피, 도심 열섬화, 사회적 소외 등 삶을 둘러싼 온갖 문제로 신음하는 곳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도시가 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의 대안을 고민하고 연구한다.

이에 <부평신문>은 도시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도시농업이 지닌 가치와 그 필요성을 짚어보고, 앞서가는 도시농업의 국내외 사례를 통해 도시농업의 가능성을 엿보고자한다. ‘도시의 새로운 대안, 도시농업’이라는 주제로 8번에 걸쳐 격주로 지면에 연재할 계획이다. 참고로 이 글에서 ‘도시농업’은 ‘도시생태농업’임을 미리 알려둔다. 도시농업은 그 자체가 생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ㅣ연ㅣ재ㅣ순ㅣ서ㅣ
1. 왜 지금 도시농업인가?
2. 도시농업의 가치와 효과
3. 도시를 살리기 위한 ‘운동’ 도시농업
4. 싹 트고 있는 국내 도시농업
5. 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1>
6. 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2>
7. 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3>
8. 도시의 대안, 도시농업으로 가는 길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지난 9월 19일 부평문화원에서 개최됐다.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아직은 생소하지만 도시농업을 전파하고 각지에서 이를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도시농업을 활성하기 위한 토론회를 연 것이다.

부평의제21추진협의회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주)부평신문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창우 박사,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김진덕 운영위원장,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최선희 사무국장, 인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 조윤주씨, 연두농장 변현단 대표,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이 참가했다.

토론회는 이창우 박사와 김진덕 운영위원장이 각각 ‘도시농업의 현실과 정책화 방안’과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됐으며, 이어 상호토론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하며, 공원에서 경작을 허용해야한다고 뜻을 모았다.<편집자주>

▲ 도시농업에 참가한 토론자.(왼쪽부터 이창우 박사, 김진덕 운영위원장, 인천농업기술센터 조윤주, 연두농장 변현단 대표)

1. 지자체의 단체장이 마음먹으면 된다

국내 도시농업 관련 석학이자 권위자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창우 박사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을 결정하는 단위에 있는 수장들이 마음먹으면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박사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옥상에 텃밭을 조성하는 공사가 지금 한창인데 이는 연구원장이 일본 도시농업 사례를 보고 와서는 당장 옥상에 텃밭을 지을 예산을 편성하고 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도시농업에 대한 자료를 구축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시농업에 대한 자료가 상당히 빈약한 실정이다. 도심 속이나 도시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을 종종 볼 순 있지만 대체 얼마의 인구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짓는지에 관한 현황은 없는 실정이다.

수입농산물의 안정성이 위험해진 데다 건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기후변화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등으로 도시농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현황이 없다. 때문에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한다.
아울러 도시에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못 짓는 것이 아닌 만큼 이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한다.

이에 대해 이창우 박사는 “서울 만해도 농사지을 땅은 얼마든지 많다. 외국에는 도시농업 관련법이 있다. 영국이나 일본(시민농원촉진법, 특정농지대부법), 독일(소정원법-클라인가르텐)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도 도시농업 관련법과 조례를 제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공원에서의 경작이 주된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즉, 잔디밭과 수목 중심의 기존 공원을 경작 가능한 공원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공원은 생활주변 곳곳에 스며있기 때문에 공원에서 농사짓는 것을 합법화하자는 취지다.

현행 우리나라 공원법상 도시농업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나, 가능하다는 근거 역시 없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일본은 30년 전에 관련법을 제정했다. 국내에서도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현행법상으로도 도시농업공원은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법제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만큼이나 도시의 토양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한다. 오염된 땅에서는 건강한 농산물이 자랄 수 없기에 무턱대고 경작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새로운 경작가능지로 옥상과 학교, 병원 등의 부지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도시농업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농업기술이 전무한 이들에게 교육과정을 마련, 시민들이 보다 쉽게 도시농업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진덕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일본 가와사키시는 ‘농(農)신생플랜 10년 계획’이 있다. 우리도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며 “시민농원과 체험농원을 개설할 때가 됐고 개설할 곳도 있다”고 말했다.

2. 부평미군기지를 도시농업 공간으로

도시의 녹지정책에 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시농업을 고려해야한다고 토론회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부평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지난 30년간 녹지가 두 배 감소했다. 도시에서 녹지와 습지는 상당히 중요하다. 비록 콘크리트 습지는 녹지만 못한 물줄기이긴 하지만 청계천의 물줄기가 인근 온도를 2도씨나 낮추었다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부평에서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대상지로 부평미군기지를 떠올릴 수 있다. 일본 도쿄도 아다치구의 도시농업공원(관련기사 2008.9.23.-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3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농업공원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 상당한 가치를 선물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부평에서는 부평미군기지터를 중심으로 도시농업을 통한 생태도시의 거점을 삼자. 부평미군기지는 부평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 굴포천(만월산에서 발원)과 지류인 산곡천(호봉산 발원)을 연계한 도시농업공원을 미군기지공원화 계획에 반영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시의 하천 마스터플랜에서도 굴포천 상류구간에 대한 복원계획이 담겼다.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의 경우 물을 끌어올려서까지 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굴포천과 산곡천이 미군기지터를 감돌고 있기 때문에 수원 확보는 더 용이한 편이다.

매년 부평에서는 풍물대축제가 치러지고 있으나 풍물이 출발했던 농경문화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남아있는 삼산4지구마저 택지로 개발되면 ‘부평평야’는 ‘부평역사’에서만 볼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김진덕 운영위원장은 “부평미군지터에 도시농업을 접목시키는 일은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도 중요하지만 이렇듯 부평의 역사·문화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공원 내에 경작을 허용하는 것, 부평미군기지터에 도시농업을 적용하는 일은 경작에 대한 본능을 도심 한가운데로 끌어내는 일이다. 지금 일부 시민들이 그린벨트 지역을 훼손해 가면서 경작하고 있는데 이를 도심 한가운데로 끌고 와야 한다. 더구나 부평미군기지는 부평 한가운데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아울러 도시농업공원은 일반 공원보다 훨씬 생태적이다. 잔디밭과 수목 위주의 공원은 병해충을 잡기 위해 약을 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잔디조차 지엠오(유전자조작 =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잔디가 검토되고 있어 위험을 가중 시키고 있다.

지엠오란 특정 작물의 유전자에 다른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집어넣어 본래 그 작물에는 없었던 성질을 갖게 만든 것을 말한다. 즉,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 예를 들면 병충해·제초제 등에 강한 유전 성질만을 취해 다른 생물체에 삽입해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이다.

연두농장 변현단 대표는 “지엠오가 위험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헌데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에 그 잔디가 들어서게 되면 어찌될 것인가”라며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도시농업이 공원에 접목되면 그 공원은 생태공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 교육과 사회복지 통한 도시농업 활성화

도시농업 활성화는 체험과 교육이 중요하다. 한번 맛본 사람들이 그 맛을 알듯 도시농업역시 체험해본 사람들이 그 재미를 안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은 뒤 다시 씨앗을 남기는 과정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도시농업은 상당한 교육적 가치가 있고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최선희 사무국장은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텃밭을 하다 보니 우선 아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변하니 교사가 변하고, 그 변화는 부모의 변화로 이어졌다”며 “생태농업으로 진행된 텃밭 도시농업은 물질만능의 이기주의 사회에 생태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시민체험을 확대하고 있다. 도시농업팀의 조윤주씨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원예프로그램과 농업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농업체험프로그램의 경우 참여자를 모집해 자율 영농으로 농산물 생산을 체험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은 고령화 사회의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도 거론되지만 반대로 사회복지를 통해 도시농업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흥시 ‘연두농장’(관련기사 2008.8.12. - ‘싹트고 있는 국내도시농업’편)이다.

도시농업을 통한 자활기관인 연두농장의 변 대표는 “사회복지를 수급형태로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생산에 임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며 “대부분의 복지시설이 수용자 시설인데 이들 수용시설에 도시농업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다. 일자리도 창출되는 복지사업이 도시농업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 192개 영농사업단이 있다. 도시빈민들이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농(農)’이다. ‘내가 아이한테 줄 것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생겨 너무 행복하다’며 ‘아이한테 농사기술 알려줄 수 있게 돼서 좋다’던 한 회원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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