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도시의 새로운 대안, 도시농업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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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시농업도 농업, 경제적·사회적 효과는 덤
도시농업도 농업이기에 농업이 지닌 다원적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농업은 먹을거리 공급 외에도 생태계 유지, 홍수 방지, 대기 정화 등 다원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의 박용범 간사는 농업의 이런 특성이 도시농업에 그대로 이어진다고 본다.
그는 “도시농업을 농업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근본이기 때문에 그렇다”며, “도시농업을 하면 사회적 일자리가 늘고 도시환경이 살아나는데, 이 같은 효과들은 도시농업을 하면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 덤이다. 해서 직접 생산자가 돼보는 것이 중요하다. 몇 평 안 되더라도 직접 경작을 해보면 자연스럽게 농업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귀농운동본부가 2005년부터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도시농부학교 졸업생들은 직접 생산자가 돼봄으로서 먹을거리의 안정성과 농업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게 됐다. 그중 일부는 귀농한 이도 있고, 건강한 소비자가 돼 로컬푸드(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것)를 지향하는가 하면, 제2, 제3의 도시농업 전도사가 돼 곳곳에서 도시농업과 농업의 중요성을 알려내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 중 첫째는 식량공급 기능이다. 21세기 들어 국제 곡물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식량의 무기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식량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도시농업의 안정적인 먹을거리 공급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농업은 대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특히 회색 빛 콘크리트 도시에서 도시농업은 녹지를 확보함으로써 오염된 대기를 분산, 희석시켜 정화시켜준다. 아울러 농업은 생태계 유지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 보존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촌에서만 생태계 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도 균형 있는 생태계 유지는 인간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아울러 농업은 사람의 정서 순화에도 큰 기능을 한다. 인간의 심리상태를 안정시키고 생활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밖에도 도시농업은 환경 교육의 장이 된다. 도시농업은 생태계를 직접 보고 체험하게 함으로서 효과적인 환경 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
2. 도시농업의 경제적 효과
도시 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한 도시농업 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미 70년대 캐나다에서는 핵발전소의 폐열을 이용해 온실을 덥히고 양어(물고기를 인공적으로 키우는 일)를 통해 산업과정에서 배출되는 열을 직접 식량생산에 연결시켰다. 또한 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 증류과정에서 발생되는 열을 뱀장어 양식에 이용해 성공을 거뒀다.
또한 도시농업은 가정에서 배출되는 많은 양의 음식물쓰레기를 자체적으로 퇴비화해 거름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의 먹이로 활용해 쓰레기를 처리하는 ‘지렁이상자’를 보급하고 있는데, 이는 곧 거름으로 쓰일 수 있다.
영국에서는 런던 근처의 하수처리장을 통해 안전하게 처리된 하수를 인근 5000헥타아르(1만㎡)에 이르는 농토에 사용했고[최승, 도시농업을 이용한 공한지의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1988], 인도 캘커타는 도시 하수를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거나 잉어를 양식해 시민수요의 30%를 조달하고 있다[요시다 타로, 아바나의 탄생 2004].
다음으로 옥상녹화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들 수 있다. 학교와 같은 건물의 옥상을 농원화했을 때 단열효과를 통한 냉난방비 절약은 16.6%에 이른다. 30도를 넘는 여름에 옥상 콘크리트 표면은 50도에 육박하며, 그 밑 부분은 40도에 이른다. 여기에 식물을 심고 가꾸어 활용한다면 옥상표면의 온도는 26~27도를 유지한다[오대민·최영애, 자연과의 만남으로 나와 세상을 치유하는 도시농업 2006]. 이밖에도 산성비, 자외선 등으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해 지붕 방수층의 기대 수명을 40년 가까이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도시농업의 경제적 효과 중 가장 큰 대목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단카이 세대(1945년 전후 출생, 정년퇴임 대상)를 주로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시민농원(우리의 도시텃밭이나 주말농장에 해당)’의 주 생산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취업자의 67%정도가 돈이 필요해서 취업하고 있고, 72.4%는 계속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노인 일자리는 전문적 기술이 없더라도 점진적 교육을 통해 참여가 가능하고 육체적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모델이어야 하는데, 도시농업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명 단위의 도시농업 생산자조직이 1개 행정동에 최소 1개씩만 된다 해도 500여개가 넘는 서울의 행정동 숫자를 생각하면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수급 중심의 초고령화사회 대비책을 생산 활동을 통한 대비책으로 바꾸는 데 있어 도시농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한 셈이다.
3. 도시농업의 환경적 효과
도시농업의 환경적 효과를 살펴보면, 우선 빗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머금고 있게 해 도시의 녹지를 넓히고 대지를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옥상 100㎡를 녹화했을 때 매년 2㎏의 오염물질 저감효과와 성인 2명이 호흡하는 데 필요한 산소가 생산된다. 아울러 도시기온을 5도 낮추는 등 도심 열섬화 현상을 완화시킨다. 또한 100㎡를 깊이 10㎝로 조성했을 때 200ℓ정도의 빗물 저장이 가능해 홍수예방의 효과도 있다[김일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도시농업 연구원 2007].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창우 박사는 “도시농업은 도시생태계를 유지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공한지 상태에서 보다 표토 유실을 줄이고 도시 내에서 물 순환에 도움을 주고, 공한지가 쓰레기 무단투기장화 되는 것을 방지해 토양오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또 대기 순환과 미세 기후 조절을 통해 도시생태계의 순환에 순기능적 역할을 하는가 하면, 여러 곤충들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도시에 자연생태계의 요소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도시농업은 단순하게 이산화탄소 등을 줄이자는 수준의 환경적 가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와 관련 전국귀농운동본부의 박용범 도시농업 간사는 “도시농업은 녹지보존 측면에서 그린 트러스트(녹색 신뢰) 운동이다. 회색 도시에 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운동이면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도시와 생태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주에서는 학교에서 종자(씨앗) 살리기 운동 일환으로 학교 텃밭을 제도화시켜 학교에 보급한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씨가 과실로 맺힌 다음 다시 씨가 되는 자연의 순환구조에 대해서 배우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 ‘종의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토종 씨앗이 사라지고 있고,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 경의선 폐선 부지는 철길이 사라지자 순식간에 채소밭으로 바뀐적이 있다. 경작 가능한 땅이 생기자마자 인근 주민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심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도시경관과 도심오염을 막고 비용 측면에서도 잔디밭 공원보다는 경작 가능한 농원을 검토할 때가 됐다. 꽃이나 공원은 부차적이어야 한다. 공원을 가꾸기 위해 결국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는데 이는 악순환 구조다. 결국 토양이 오염되고, 그 밑 수질이 오염된다. 제도적 뒷받침만 따르면 연남동의 사례는 여기저기서 일어날 것”이라며 “도시생태농업은 도시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안이다. 반환될 부평미군기지 안에 시민농원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러 가치를 담고 있는 도시농업이 도시를 살리기 위한 운동으로 어떻게 기능하는지와 2부에서 깊게 다루지 못한 로컬푸드, 슬로푸드에 관해서는 3부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 도움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창우 박사, (사)전국귀농운동본부 박용범 도시농업 간사,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도시농업연구원 김일영,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김진덕 운영위원장,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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